제임스 포스켓의 『과학의 반쪽사』를 읽다.
제임스 포스켓(James Poskett)(2022), 김아림 옮김(2023), 『과학의 반쪽사』, 서울시: (주)백도씨, 초판1쇄 2023. 3. 23.
지난 2023년 12월 2일에 『과학의 반쪽사』를 읽었다. 이 책은 James Poskett(2022)의 『Horizons』를 번역한 책이다. 저자는 “근대과학이 유럽에서 태동했다는 생각은 현대사에서 가장 널리 퍼진 잘못된 믿음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역사책에 없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포스팅을 하루 이틀 미루다 아예 12월 24일에 읽은 서유럽 중심의 과학사인 곽영직 교수의 『인류 문명과 함께 보는 과학의 역사』를 읽은 소감을 먼저 올린 후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올리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난번에 이희수 교수의 『인류본사』를 읽으며,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 제국을 이루었던 오스만 튀르크 제국 등 이슬람 국가의 역사를 자세히 알게 된 후 읽은 책이다. 과학사도 역시 서유럽 중심의 과학사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있게 한 책이다. 저자는 시작하는 글에서 “과학은 유럽만의 특별한 문화적 산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근대과학은 언제나 전 세계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모인 사람과 아이디어에 의존했다.”고 말하며 다음 예를 들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과학 연구는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문헌에서 가져온 수학적 기법에 의존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으로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내용이었다.” 코페르쿠스가 천동설을 주장하기 전에 아랍 국가들은 다년간 여행했던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제1부 1450∼1700년 과학혁명에서는 남아메리카 이즈텍과 잉카족의 진보된 과학 믄화와 이슬람 제국의 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1467년이 지은 아즈텍 제국의 식물원은 유럽보다 거의 한 세기나 앞선 것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과학사학자들은 9세기부터 14세기까지를 이슬람의 ‘황금시대’라고 부르곤 한다고 말하며, “유럽의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아랍어 자료에 의존했다”고 말한다.
유럽 중심의 과학사에서는 1543년에 출간된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를 과학혁명의 출발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는 아랍어, 페르시아어, 라틴어, 비잔틴 그리스어 저작에서 발견된 아이디어와 관념을 결합해 우주에 대한 급진적이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제2부 1650∼1800년 제국과 계몽주의에서는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폴리네시아이 성직자 투파이아의 항해술은 호주 대륙을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의 항해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아시아에서 건너간 폴리네시아 인들은 그 당시 이미 태평양 섬들을 항해하는 데 필요한 해도를 가지고 있었다. 생물학과 관련한 내용으로는 인도, 중국, 일본에서의 식물학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노예들의 식물학 지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유럽 의사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본초강목』은 유럽과 중국에서 자연사 분야가 밀접하게 서로를 번영하며 발전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자료라고 소개하고 있다.
제3부 1790∼1914년 자본주의와 갈등의 시대에서 자본주의와 갈등이 19세기 동안 과학의 발전을 일궈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 일본, 오스만 튀르크 제국, 인도에서의 기술 발전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제4부 1914∼2000년 이데올로기 전쟁과 그 여파에서 유럽과 일본, 러시아에서의 양자역학과 관련한 이야기와 유전학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는 많이 언급하면서도 우리나라와 관련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조금은 서운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쇄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활자 인쇄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겠다라는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현실을 현실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