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트웬지(2017), 『#i세대』를 읽다.
진 트웬지(Jean Twenge)(2017), 김현정 옮김(2018), 『#i세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요즘 세대 이야기』, 서울시: 매경출판(주), 초판1쇄 2018. 7. 16.
Jean M. Twenge, 『i GEN』, Atria Books, 2017.
2023년 12월 31일 진 트웬지(Jean Twenge)의 『i GEN』을 번역한 『#i세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요즘 세대 이야기』를 읽었다. 원서의 서명은 간단한데 번역본의 서명은 해시태그(#)가 앞에 붙고 기다란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1995년 이후에 태어나 휴대폰과 함께 자랐으며 인터넷이 존재하기 이전의 세상은 기억조차 못하는 세대를 i 세대로 정의하고 있다. 1965년부터 1979년까지 사이에 태어난 X 세대가 부모인 세대이다. 1980년부터 1999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i 세대의 10대는 이전의 세대에 비해 부모 없이 외출하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성관계를 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술을 마실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i 세대는 X 세대 부모의 과잉보호에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고 단정한다. 물론 미국의 i 세대 10대의 이야기지만 스마트폰이 가장 넓게 보급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i 세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저자는 ii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 10개의 중요한 흐름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① 유년기가 청소년기로 연장되는 느린 성장, ② 인터넷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스마트폰 네이티브, ③ 직접 만남을 통한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④ 불안 정서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 급증, ⑤ 신앙심 약화, ⑥ 안전에 대한 관심 증대와 사회적 참여 감소, ⑦ 소득 불안정, ⑧ 애매모호함(성, 인간관계, 자녀에 대한 새로운 태도), ⑨ 관용, 평등, 언론의 자유 논쟁 등 포용성, ⑩ 독립성.
스마트폰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크게 공감이 간다. 스마트폰의 사용 때문에 10대의 수면 시간이 줄었고, 수면 부족이 오래 지속되면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활자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는 점도 일리가 있다. 우리는 지금 정보 전달의 표준이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i 세대가 꿈꾸는 삶은 학교도 안 다니고, 일도 안 하고, 비디오 게임만 하는 그런 삶이라고까지 말한다. i 세대는 직설적이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에 매료된다고 한다. 2024년에 예정되어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i 세대는 휴대전화에 중독되어 있으며 중독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자녀에게 가능하면 휴대전화를 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최근에 매스컴에서도 회자하는 미국의 스티브 잡스나 인터넷 관련 회사 오너들이 자녀들에게 휴대전화를 나이가 들어서야 쓰게 했다는 이야기를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돈 버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게 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i 세대를 과잉보호하면서 키우고 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던져 주고 놀도록 방치했던 X 세대 부모들의 잘못이 큰 것 같고, X 세대를 그렇게 키운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전의 성인들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X 세대를 너무 애지중지 키운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흘러가고 있는 세태의 흐름을 거스를 방법은 없지만, 그 흐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회성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일들을 못 하게 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i 세대가 나름대로 가치 있고,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