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봉 스님의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을 읽었다.
향봉(2023),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 서울: 불광출판사, 초판1쇄 2023. 5. 19. 초판8쇄 2023. 9. 4.
2024년 3월 16일에 그동안 틈틈이 읽어 오던 향봉 스님의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을 끝까지 읽었다. 저자 향봉 스님은 익산 미륵산 사자암 주지로 계시며, 상좌도 공양주도 없이 홀로 밥 지어먹고 글 쓰고 산책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백양사에서 출가하셔서 해인사 선방을 거쳐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부사장을 지냈고, 조계종 총무원의 주요 보직을 거치신 큰 스님이시다. 1973년에 <현대 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시며, 수필집 『사랑하며 용서하며』가 6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세를 타신 분이시다.
전체적으로 글이 단문이면서도 시어(詩語)들이 반짝인다. 시인이시면서 불교신문 편집장으로 일하신 필력이 묻어나는 것들이리라. 언어의 선택은 싯귀와 같고 문장은 단문 형태지만 묵직한 맛이 풍기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읽기 편하고 읽으면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미소를 짓게 된다.
“한국 불교는 달라져야 한다. 의식 제례 중심의 불교에서 경전과 설법 중심으로 오늘의 지혜를 일깨워 줘야 한다. 앉아 있는 불교에서 서 있는 불교로, 받는 불교에서 베푸는 불교로 승가 공동체의 생명력을 되살려야 한다.”라는 말씀에 크게 공감이 간다. 49재나 천도재 등을 지내야 절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는 현실에서 참으로 어려운 과제인 듯하다. 불교계에서도 어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스님들의 노후 소득을 챙겨드릴 수 있는 불교 연금제도 등이 좀 더 활성화되기를 빌어 본다.
이 책은 1장 반쪽짜리 자화상을 포함하여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을 제외한 3개 장의 제목이 무척 길다. 장의 제목이 이렇게 긴 책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스님의 아이디어인지 편집자의 아이디어인지 꼭 여쭈어 보고 싶다. 또한 1장의 제목이 왜 반쪽짜리 자화상인지도 궁금하다. 미륵산에 가면 꼭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다. 행복이란 무엇인지도 여쭤보고 싶고, 선원이 움직이는 선원이 되어야 한다는데 무슨 뜻인지도 여쭤보고 싶다.
첫 1장을 읽을 때는 너무 가벼운 글이라는 생각으로 책 읽기를 포기할 수 있도 있을 법한 책이지만, 1장을 다 읽고 나면 스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지고 계속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을 놓지 못한다. 제2장부터는 깊은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감동이 오고 조만간 미륵산 사자암으로 가서 스님을 뵙고 싶은 생각이 크게 일어난다.
스님은 열반을 “열반(행복과 자유)”로 표현하셨다. “한 생각이 일어나되 그 생각에 머물지 않는 ‘머묾이 없는 머묾’이다. 이것이 바로 평화와 행복과 자유를 누리는 깨달은 자의 삶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얼마 전에 공부했던 風來竹面 雁過長天(풍래죽면 안과장천)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또한, 불교는 전생과 내생을 위한 종교가 아니고 바로 현생, 오늘의 종교라고 강조하신다. 當生輪回 現生靜土(당생윤회 현생정토)를 강조하신다.
<글을 쓰게 된 이유>라는 마지막 절에서 “불교의 핵심 사상인 연기법칙과 무아, 중도사상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된다. 영혼이 없다는 내용, 하나만으로도 불교도들은 많이 당혹해 하며 신앙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이 말씀에 크게 감동을 받았고 신심이 더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불자들이 이 책을 읽고 성불의 길을 앞당겨 가실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