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정희원 교수의 『지속 가능한 나이듦』을 읽다.

아진돌 2024. 3. 31. 14:22

정희원(2021), 『지속 가능한 나이듦』, 서울: ㈜도서출판 두리반, 1판1쇄 2021.11.17. 1판2쇄 2022.4.22.

 

2024년 3월 24일에 정희원 교수의 『지속 가능한 나이듦』을 읽었다. 우연히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희원 교수의 노화 관련 강의를 듣고 매료되어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중에 책도 나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정희원 교수가 쓴 세 권이 책 중에서 첫 번째 저작이다.

 

정희원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한 후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엘리트 의사이다. 카이스트 의과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요즘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와 의사들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희원 교수와 같은 의사가 있어서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빠른 속도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갖춰온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치의 제도를 건너뛰고 환자가 곧바로 전문의나 분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형성해 왔다. 이 때문에 4개의 질병을 가지고 있으면 네 명의 각기 다른 의사를 만나야 한다.”라고 말하며 약의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가 처방받아 먹고 있는 약 중에서 특정 약 하나를 빼자 며칠 만에 호전되는 상황을 보고 노인의학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질병이 있거나 이미 노쇠한 분들의 이야기와 앞서 노년을 경험하고 가르침을 남긴 성현들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내가 향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교과서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한다. 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노화의 속도는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그다지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또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제시하겠다고 책을 쓴 목적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노화 방지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은 적게 먹는 것과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노화를 늦추는 것은 대개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더해야 할 것은 잠, 운동, 섬유질 채소, 머리 비우기 시간 등이라고 말한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날까라는 장에서 저자는 지금 베이비붐 세대와 86세대를 아우르는 1950~1960년대 생들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긴 수명을 기록하는 출생 코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 세대는 대다수가 최소한 어린 시절에 당분과 가공식품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어려서는 주로 밖에서 활동적으로 놀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가장 적절히 받은 세대다.

 

반면에 1980년~1990년대 생들은 어려서부터 활동 저하와 과잉의 열량에 시달리고 살아야 했다. 이 세대는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가 꺾여 하락하기 시작하는 기대 수명을 목도하는 우리나라의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요즘 심각해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비만율을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과잉 열량의 배달음식과 부실 음식 등에 익숙한 세대이고,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선호하는 경향 등을 보면 걱정이 많이 되는 세대이다. 언젠가 나도 이 블로그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1980년~1990년대 생이 40대가 되면 모두 목과 허리 디스크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신체적 노쇠를 방어하는 5가지 요소로 영양, 운동, 병과 약, 인지, 사회적 자원을 들고 있다. 첫째로 영양과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대략 한국인은 76~77세 정도의 신체 나이가 노쇠의 분기점이 된다고 한다. 60세부터 단백질을 늘려 가는 것이 근감소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며, 다만, 운동을 하지 않고 단백질만 늘리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운동으로 걷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근력운동을 더 많이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는 병과 약으로, 몸속에 있는 만성 질환을 잘 찾아내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주치의 제도가 없고 노인병 의사는 드물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환자와 가족이 내가 가진 병과 내가 먹는 약의 목록을 알아서 약의 남용에 대한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인지와 기분을 강조 있고, 다섯 번째로는 나의 자산 즉 돈과 가족, 그리고 사회복지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았다.

 

제3부에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논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미래학자나 사회학자보다도 더 예리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출생율 저하 문제, 주택 문제,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전망을 읽으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인상적인 ‘감사의 글’을 읽으며 또 한번 놀란다. 감사의 글의 첫 문장은 “먼저 여기까지 읽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이다. 멋지지 않은가? 또한, 국내 저자의 책에서는 보기 드문 장별 참고문헌 목록도 수 페이지에 걸쳐 제시되어 있다. 내 표현이 좀 그렇지만 품위 있고 알찬 저서에 감사드린다. 나는 벌써 두 번째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