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정희원 교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를 읽다.

아진돌 2024. 4. 6. 09:51

정희원(2013),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서울: ㈜도서출판 길벗, 초판발행 2023. 1. 17. 3쇄발행 2023. 1. 27.
 
2024년 4월 4일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인 정희원 교수의 두 번째 저서이다. 첫 번째 책 『지속 가능한 나이 듦』에 이어 발간한 책이다. 저자는 앞의 책에서 밝힌 것처럼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처방받아 먹고 있던 약 중에서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한 모습을 보면서 노년의학에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의 핵심 목표는 삶의 기능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내재역량을 계발하여 노화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가속노화의 악순환에 빠진 사람들이 그 중력장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전략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된 책이다.”라고 이 책의 저술 목적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정말 많은 책을 읽고 메모하고 이를 노화와 연결하여 쓰고 고쳐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예전에 대학에 입학했을 때 머리 좋은 사람들에게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마음에 새겨야 할 그리고 기억했다가 꼭 실천해야 할 좋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 다 옮기기가 어렵다. 사용하는 단어들도 상당히 고급 단어들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책을 읽는 동안 금쪽같은 문장들을 메모하는 노트의 쪽수가 계속 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복합 적응계 ‘몸’ 이해하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우리 몸에 관한 신경과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한 의학계와 과학계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당 부하가 높으면서 지방까지 함유한 식품을 좋아한다는 점과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고, 현대인의 뇌는 쉬는 순간이 없다고 말한다. “쾌락의 총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틀렸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쾌락의 총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일찌감치 공(空,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개념)과 무소유를 이야기했던 석가는 이 진리를 현대적 분자생물학기법이나 fMRI, PET의 도움을 받지 않고 2000년 전에 깨달았던 것이다.”라고 말한다.
 
성공적인 나이듦을 위한 네 가지 기둥으로, 미국병원협회와 미국노인병학회가 만든 4M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나에게 중요한 것 즉, What Matters(삶의 목표 설정), 둘째는 신체 기능, 활동, 운동 등 Mobility(이동성), 셋째는 정서, 인지, 회복 등 지적 활동인 Mentation(마음 건강), 넷째는 식습관, 건강관리, 의료 등 Medical Issues(건강과 질병)를 제시한다. 이어서 제2부에서 제5부까지 4M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고, 사람의 근골격계는 내구성과 성능이 좋은 교통기관으로 설계됐다고 말하며, 올바른 운동과 바른 자세를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책상 앞에 앉은 자세 때문에 거북목이 되어 가는 현대인들을 우려하며, 25분 일하고 5분을 휴식하는 포모도로기법(Pomodoro Technique)을 적용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인지와 정서의 내재역량을 기르는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지난 2500년 동안 인류가 연구한 결과로 만들어낸 효과적인 방법이 좌선과 이를 현대적으로 적용한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말한다. 마음챙김에서는 호흡이나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 떠오르는 생각을 억제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지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마음챙김 명상과 최소한 일일 7~7.5시간의 수면, 충분한 수면, 불교에서 말하는 계정혜(戒定慧)를 수련을 통해 정신건강을 챙길 것을 설명한다. 계정혜 삼학을 설명하며, 오래전에 사람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자아가 만드는 가속노화 사이클을 제어할 방법을 정립했던 불교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한다.
 
제4부에서는 세 번째 기둥으로 건강과 질병을 설명한다. 무분별한 다이어트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사례를 설명하고 있고, 단순당, 정제곡물, 술은 가속노화 체형을 만드는 고성능 연료라고 말한다. 콩과 채소, 두부를 많이 먹고, 올리브 오일을 요리에 사용하고, 소금과 설탕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잡곡과 현미를 충분히 섞어 밥을 하면 금상첨화라고 추천한다.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해서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인덕션 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데다가,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손해라고 한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극히 적은 일산화탄소는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각종 항노화요법으로 팔리고 있는 기법이나 건강식품들의 무용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제5부에서는 나에게 중요한 것으로 사회자원과 돈을 이야기한다. 또한, “무엇이든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기술이자 내재역량의 밑거름이 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지금이 가장 이른 때이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늙어가는 현명하고도 실천 가능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17쪽에 걸쳐 실려 있는 장별 참고문헌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책과 논문을 읽고 노화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어 우리에게 중요한 팁을 제시하는 저자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운동과 먹는 것, 자는 것, 마음챙김 등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수면시간에 일어나는 생화학적, 생리학적 회복과 깨어있는 동안에 벌어진 모든 정신작용을 통합하는 고위 정신기능 활동이 일어나는 수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을 이겨야 한다고 말하며,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어느 정도 거리에 도달하면 머릿속에서 많은 양의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자아를 잊고 큰 보상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도달한다. 강도 높은 신체활동에 동반되는 강화된 보상과 둔화된 진통 감각은 아마도 생존을 위해서 사냥감을 쫏거나 맹수를 피해 달려야 하는 원시 인류의 삶 때문에 자연선택된 특성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좌선을 오랫동안 수련하면 황홀한 경지에 도달하여 가부좌한 다리의 통증 등도 못 느낀다는 깨달은 분들의 경지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존 카밧진의 마음챙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동양에서는 참선, 좌선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 이상 이어져 오는 마음공부 방법이 존 카밧진의 마음챙김 기법으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서양인들은 참선을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이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있다. 내 짧은 식견으로는 동양의 선지식들은 참선을 통해서 깨달음을 스스로 깨치게 가르칠 뿐, 과정이나 구체적인 방법을 문자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공덕으로 이번 기회에 서양인으로부터 역수입된 마음챙김 명상과 우리의 참선을 공부하고 실천해 보고 싶다. 얼마 전에 사놓은 남회근 선생의 『정좌수도강의』와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을 어서 읽어봐야겠다.
 
★ 책을 반납하고나서 사진을 보니 초점이 맞지 않았다. 방문하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