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을 읽다.

아진돌 2024. 5. 7. 20:09

존 카밧진(Jon Kabat-Zinn), 안희영 옮김(2012),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서울시: 불광출판사, 초판1쇄 2012. 11. 1., 초판 9쇄 2019. 3. 29.
 
2024년 5월 4일에 존 카밧진의 명상 소개 책인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을 읽었다. 서울 아산병원의 노인내과 임상교수이신 정희원 교수의 책을 통해 ’마음챙김‘이라는 명상에 대해 알게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존 카밧진(Jon Kabat-Zinn)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의과대학의 의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클리닉의 설립자이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1974년에 미국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던 숭산대선사를 만났고, 스님께 수행을 배웠다고 한다. 추정하건데 숭산스님(1927~2004)으로부터 명상을 통한 수행을 배우고, 명상을 스트레스 완화방법의 하나로 MBSR이라는 마음챙김 명상을 개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음에는 불교 수행에 기반을 두고 명상에 대해 강의하신 남회근 선생의 『정좌수도(靜坐修道) 강의』를 읽어볼 계획이다.
 
마음챙김은 수 많은 명상 형식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 역시 체계적으로 우리의 주의력과 에너지를 조절하며, 우리의 경험을 질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변화시키며, 우리 인간다움의 전 영역을 완전히 체험하며, 타인과 세상에 대해 우리가 맺는 관계의 전 영역을 체현한다는 점에서 다른 명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서문에 저자는 이책의 정수는 한국적이거나 미국적인 것, 불교적이거나 비불교적인 것이 아님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고 말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언제나 그랫듯이 진실로 보편적인 것임을 강조한다.
 
마음챙김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챙김은 종종 불교 명상의 핵심으로 말해진다. 그럼에도 마음챙김을 수행하는 것은 불교적인 행위는 아니고 보편적인 것임을 말한다. 그럼에도 인류역사에서 마음챙김을 가장 세련되게 발전시키고 수행해 온 것은 불교 전통이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붓다의 통찰은 여러 형태의 고된 명상 수행을 하며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어렵게 얻은 것이다. 붓다는 그가 살던 시대에 어떤 과학적 도구도 없이 자신의 몸과 마음만을 가진 천재 과학자로 생각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붓다에 대해 “그는 마음의 본질이 무엇이며 괴로움의 특성은 무엇인지, 속박과 괴로움에서 해방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와 같은, 자신이 관심있던 깊은 질문들을 탐구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몸과 마음을 활용했다고.”라고 말한다.
 
명상을 조금이라도 경험했던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다음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말이다. “당신의 생각은 명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따분한지 당신에게 속삭일지도 모른다. 또 엄청난 불편함과 긴장, 지루함과 견디기 어려움을 일으키는 이러한 무위적 방법이 도대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 구시렁거릴지도 모른다. 또 자각(알아차림)이 지닌 가치에 의심을 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붓다의 45년 동안의 심오한 가르침의 정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 세상의 어디에도 나, 나를, 내것이라고 집착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것 중에서도 아상(我相)을 버리라는 것을 가장 핵심으로 보는 셈이다. 마음챙김 명상이 결국 불교 교리를 바탕으로 하는 수행법이다 보니 불교 교리에 대한 언급이 많으나, 영어를 번역하다보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불교 교리와는 조금 낯설은 번역들도 있다.
 
수 많은 불교 선지자들이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제자들을 가르쳤지만, 명상 수련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나 세세한 지침 등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출가자가 아니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직접 제자를 통해 전수된 것은 확실하다. 미국인인 저자는 숭산 스님으로부터 명상을 배워 마음챙김이라는 명상 수행법을 정립하여 의학에 적용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MBSR이라는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정신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인지치료 방법으로 MBCT로도 발전시키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수행자들이나 선지자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일 거라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