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을숙도에 다녀오다.
2024년 11월 3일(일) 대전한겨레산악회를 따라 남파랑길 1구간(부산 구간) 5코스를 걷는 중에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를 둘러보았다. 예전부터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을숙도를 직접 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을숙도(乙淑島)는 한자어에서 보듯이 새(乙)가 많고 물이 맑은(淑) 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의 난지도와 같이 부산의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던 섬이라고 한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 쪽에서 낙동강하굿둑을 건너면 을숙도이다. 을숙도는 1904년 지형도에 처음 등장한 섬으로 원래 이곳에는 400여 명의 주민이 파를 비롯한 각종 채소와 땅콩을 재배하고 있었고, 주요 철새도래지로서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되었다. 1987년 4월 을숙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주민들은 육지로 이주하였고, 섬 자체도 하구둑 건설로 수몰 또는 육지화되면서 옛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바로 북쪽에 있던 일웅도와 을숙도가 합쳐져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생태계복원사업으로 새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을숙도는 부산광역시 사하구에 속하며, 을숙도에서 다시 제2낙동강 하굿둑을 건너면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이다. 을숙도는 크게 하굿둑 위쪽의 을숙도 생태공원과 아래쪽 을숙도 대교 밑의 을숙도 철새공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을숙도 철새공원은 철새를 보호하고 습지와 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조성되어 사람보다는 자연이 우선인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낙동강 에코센터가 있는 을숙도 철새공원 쪽은 대부분 지역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어서 인위적인 토지이용과 인공시설물이 거의 없는 상태로 습지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트레킹에서는 가보지 못했다.
을숙도 북쪽의 을숙도 생태공원이 있는 곳은 하굿둑을 건설하면서 수자원공사의 준설토 적치장이었으나 생태복원 사업 이후에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낙동강 하굿둑을 건너 엘리베이터가 있는 육교를 건너면 낙동강 하굿둑 준공기념탑이 보이고 주변에 낙동강 문화관과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 주변을 구경하고 내려와 낙동강 문화관 옆의 통일기원 국조단군상 옆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옆에는 을숙도 문화회관과 을숙도 조각공원이 있다. 을숙도 조각공원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품들은 약간은 전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을숙도 문화회관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수준 높은 문화강좌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큰 길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입구에는 새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품이 있다. 이곳에서 다시 육교를 건너오는 바람에 부산현대미술관과 낙조정을 큰길 건너편에서 바라만 보고 지나쳐야 했다. 2018년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은 담쟁이 넝쿨이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어서 인상적이다. 낙조정에는 어도관람실과 철새관람실이 있고, 사선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한다. 길건너로 건물만 구경하고 지나왔다. 낙조정을 지나 제2낙동강하굿둑을 지나면 강서구 명지동이다.
처음 와본 을숙도에서 철새는 보지 못했고 습지가 있는 남쪽 지역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명지동 쪽 강변을 걷다 보니 을숙도에 무성한 갈대숲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갈대숲이 너무 우거져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자연은 인간의 손이 닿으면 왜곡되는 특성이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부산 갈맷길을 걸으며 낙동강 에코센터 쪽을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