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김덕진(2008),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를 읽다.

아진돌 2025. 5. 1. 09:34

김덕진,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서울: 도서출판 푸른역사, 초판1쇄 2008.12.9.

2025년 4월 30일에 김덕진 박사의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를 읽었다.  조선 현종 11년(1670년) 경술년(庚戌年)과 다음 해인 신해년(辛亥年) 두 해에 걸쳐 1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한 경신대기근(庚辛大饑饉)에 관한 역사책이다. 2008년도에 발행된 이책은 현재 절판 상태이고, 대전 시립도서관에는 한밭도서관과 갈마도서관에만 달랑 두 권이 비치되어 되어 있다. 저자 김덕진 박사는 전남대 국사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수년전부터 기후의 역사를 탐구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우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책도 17세기에 있었던 소빙기에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대기근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조선사회를 뿌리채 뒤흔들 만큼 강력했던 대기근의 시간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17세기는 이상저온현상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전 지구를 지속적으로 휩쓸었다. 이러한 한랭화 현상 때문에 학자들은 17세기를 '소빙기'라고 부른다. 소빙기는 태양 흑점 활동이 쇠퇴 내지 거의 중지 상태에 있어 태양의 발열량이 감소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서양에서는 마녀사냥, 종교전쟁, 종교개혁 등 큰 사건들이 발생하였고, 중국에서는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세워졌고, 중국 강남의 감귤농장이 추위로 전멸했으며, 천진 운하의 결빙기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17세기 동안 조선에서는 유난히 자연재해를 자주 입었다. 봄 농사철이 되어도 가뭄이 계속되고 삼복이 지나도록 쌀쌀한 바람만 불었다. 가을이 되어도 장마철에 시작된 물난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때마다 흉작을 피할 수 없어 혹독한 기근에 닥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란, 북벌론, 인조반정, 예송논쟁, 숙종때의 환국, 대동법, 진휼청, 반란 등 조선의 주요 17세기사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조선왕조는 17세기에 500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기근을 두 차례나 겪었다. 1670년 경술년(현종 11년)과 1671년 신해년에 걸쳐 겪어야 했던  경신대기근과 1695년(숙종 21년) 을해년(乙亥年)부터 병자년, 정축년까지 내리 3년간 겪은 을병대기근( 乙丙大饑饉)은 백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하였다. 이 책에서 다르고 있는 경신대기근은 제주도에서 함경도까지 휩쓴 온갖 자연재해, 사상 초유의 식량위기,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대재앙이었다.
 
저자는 『현종실록 『현종개수실록 』 등을 기반으로 관련 연구결과를 참조하여 대기근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경신대기근 동안에 좌의정과 영의정을 역임한 허적이 이끄는 남인들이 주도하여 집필한 『현종실록 』은 남인 집권 기간 동안 발생한 대기근을 가급적 축소하려고 시도한 것 같다고 말한다. 『현종개수실록 』은 1680년(숙종 6년)에 '경신대출척'으로 남인을 추방하고 집권한 송시열의 서인이 다시 편찬하였다. 여기에는 재해 건수와 내용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1670년 1월 1일 새해 첫날에 서울 하늘에 햇무리가 관측되었고, 6일부터는 저녁 서쪽 하늘에만 보이는 태백성(금성)이 낮에 거의 매일 관측되었다. 사실 이러한 해와 달의 무리 현상과 태백성의 대낮 출현은 태양의 발광이 약해진 데 원인이 있다. 평안도 땅에서는 유성이 떨어졌고, 1월 4일과 5일에는 전남 영암과 영광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여름의 마지막 자락인 6월에도 쉬지 않고 우박이 내렸다. 찬바람이 불고 된서리와 찬비, 눈이 잇따라 내리는 겨울 추위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1670년과 1671년 재해는 냉해, 가뭄, 수행, 풍해, 충해 등 5대 재해가 겹친 전례없는 대재앙이었다. 여기에 전염병과 가축병이 겹치면서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재앙으로 인식되었다.
 
1670년 한해 동안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친 곳은 전국 360개 고을 전부였다. 사람들은 다급한 나머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종자까지 먹어버렸다. 충청도 연산에서는 굶주린 엄마가 어린 자녀를 삶아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사비인 그녀는 먼저 죽은 다섯살된 딸과 세살된 아들을 삶아 먹었지만 바로 죽고 말았다. 국가에서는 진휼청을 세워 난민들을 구휼하였으나, 식량이 바닥나면서 국가 재정상태를 최악으로 만들었다. 국가가 재원조달을 위해 돈을 내고 노비 신세를 면하는 면천장과 신분 세탁이 가능한 직첩을 팔았다. 정3품 상계인 통정대부를 파는 통정첩과 종2품 하계인 가선대부를 파는 가선첩 등을 팔았다.  국가에서는 감세조치, 환곡 감액 등을 실시하는 민생정책을 시행하였다. 저자는 현종은 남인과 서인 간의 예송으로 시작하여 예송으로 끝나고, 대기근으로 시작하여 대기근으로 끝났다고 한다. 현종 시대는 예송과 대기근의 시대였다고 평하고 있다.
 
이책을 읽으며 대기근을 겪으면서 노비 등 하층계급들과 일반 백성들이 겪었던 어려운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수 있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옛날의 혹독한 대기근들을 이겨내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한국전쟁 등을 이겨낸 선조들의 후손이다. 어쩌면 유전적으로 강한 체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선조들의 경험을 되새겨 보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오늘날 우리는 전례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문제에 봉착해 있고, 당장은 아무일 없어 보이지만 도대체 언제 어떤 재앙이 우리를 습격할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