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읽다.

아진돌 2025. 5. 28. 21:44

아닐 아난타스와미(Anil Ananthaswamy) 지음, 변지영 옮김,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 서울: ㈜도서출판 길벗, 초판 발행 2017. 4. 17. 개정판 발행 2023. 3. 15.
 
2025년 5월 28일 아닐 아난타스와미(Anil Ananthaswamy)가 지은 『The Man Who Wasn’t There』를 번역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를 읽었다.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아(無我)를 생각하면서 자아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우리 인간은 어디까지가 정상인이고 어디까지가 비정상인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정규분포상으로 3시그마 정도 밖에 분포되어 있는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을 읽으며 누가 정상인일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진짜 나인가?’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내려놓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말하고 있다. 불교적 가르침을 배경에 깔고 있는 듯하다. 저자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인도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과학석사학위를 받은 후 실리콘 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한 분이다.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인도의 방갈로르를 오가며 살고 있는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 및  에필로그와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부정망상 즉, 코타르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모두 잃어버린 알츠하이머 환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놀랍게도 한쪽 다리를 자르고 싶은 남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몸은 자랐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뇌에는 수족 또는 그 일부에 대한 지도가 불완전하게 자리를 잡아 나의 수족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거추장스러워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환자는 두뇌의 상두정소엽이 다른 사람에 비해 얇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네 번째 장에서는 조현병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현병 증상은 대개 양성 증상(망상, 환각)과 음성 증상(무감동, 단조로움 정동), 파과증상(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등의 분열 증상)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다섯 번째 장에서는 몸에서 분리된 느낌과 정서적 무감각을 포함하는 이인증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인증을 겪은 사람들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몸과 현실에 대한 감각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아주 명백한 사실이라고 한다. 갑자기 큰 어려움을 당할 때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운전하는 차가 미끄러져서 차가 달려오는 반대편 차선으로 뛰어들었을 때 마리화나를 피운 것처럼 몽롱함과 비슷한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진화적 적응이라고 한다. 저자는 “뇌는 기본적으로 유기체를 먹고 마시고 움직이고 잘 때, 그 유기체를 볼보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여섯 번째 장에서는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자아를 경험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기를 힘들어한다고 한다. 사람들과 교류하면 그는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자폐 아동은 똑같은 것을 고집하는 성향이 있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뇌과학에서는 예측능력이 손상된 뇌가 일으키는 증상의 하나라고 한다.
 
일곱 번째 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현상인 도풀갱어, 유체이탈, 최소한의 자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도플갱어 효과는 자신과 똑같이 복제된 ‘나’를 실제로 보는 것으로 산소가 부족한 산악인들이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몸으로부터 혼이 빠져나와 아래쪽 침대에서 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는 현상인 유체이탈 현상은 무척 흥미롭다. 예전에도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공통적 진술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자기 몸을 보았다는 현상이다. 우뇌의 전정피질 가까이에 있는 각회(Angular gyrus)에 전기자극을 주면 유체이탈을 일으킨다고 한다. 놔과학에서는 몸에서 나온 모든 신호를 정확하게 통합하지 못하는 뇌가 만드는 현상이라고 한다.
 
여덟 번째 장에서는 황홀경을 느끼는 간질환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황홀경을 느끼는 발작과 환각제는 모두 시간의 지각에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것이다. 황홀경 발작을 경험하고부터는 신앙과 믿음을 갖게된다고 한다, 신비주의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어쩌면 과거에 황홀경 발작을 실제로 겪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책은 8가지 유형의 자아 상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뒤이어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은 자아에 관한 병(Maladies of the Self)이라 부를 법한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자아가 없다고 말하며, 무아는 지적 논쟁거리가 아니고 명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오동작하는 뇌 때문에 정말 특이한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름대로 조금씩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생각해 본다. 정말 정상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저자는 끝으로 “나에 대한 인지적 집착들이 그 자체로 일종의 병이자 장애의 근원이라는 것이 불교 사상의 핵심이다.”라고 말하며, “병은 바로 자아인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누가 정상인인지는 모르지만 정상인과 다른 뇌의 작용으로 장애을 앓고 있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타고난 기질에 따라 조금씩 성격들이 다른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감정적이거나 다혈질이고 어떤 사람들은 차분하고 이성적이기도 하다. 뇌가 극단적으로 오동작을 하여 발생하는 정신질환자들이나, 사회적 규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에서 생각하고 살아가는 일반인들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결국 우리의 몸과 뇌가 없어진 후에는 모든 것이 끝이다. “어느 누구도 자아가 뇌와 몸이 없어진 후에도 존재하는 존재론적 실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자아는 없다. 무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