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버트니스(Mark Bertness) 지음, 조은영 옮김(2021), 『문명의 자연사, 협력과 경쟁, 진화의 역사』, 서울: 까치방, 초판1쇄 2021. 10. 27.
2023년 7월 23일에는 『문명의 자연사』를 읽었다. 데이비드 버코비치(David Bercovici)의 『모든 것의 기원』을 읽은 후 지구의 역사와 관련되는 자연사학자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2020년에 발간된 『A Brief Natural History of Civilization : Why a Balance Between Cooperation & Competition Is Vital to Humanity』의 번역서이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자연사의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문명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서론에서 저자는 서로 연관된 세 가지 주제가 이 책 전체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첫째는 경쟁과 협력, 둘째는 천적과 먹잇감 사이의 공진화, 셋째는 자기조직화와 계층적 통제는 공생발생과 공진화를 보완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의 기원』의 저자 데이비드 버코비치(David Bercovici)와 마찬가지로 저자도 역시 자연파괴를 주도하는 인간을 지금까지 지구가 만들어낸 것들 중에서 가장 양향력이 있는 교란요인이 되었다고 우려한다. 한때는 자연이 인류의 발달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인류가 이 행성의 자연과 생명의 미래를 손에 쥐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제1부 생명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제2부 문명 – 우리는 누구인가, 제3부 운명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140억년 전에 탄생한 우주의 역사를 소개하며,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보면,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이 유전적으로 단일 공통 조상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생명이 지구에서 화학적 자기조직화를 통해서 탄생했다는 가설은 점차 강한 실험적 지지를 받았다고 소개한다.
인간을 영장류에서 분리시킨 것은 익혀먹기라고 말한다. 불을 다루기 시작한 호모 에렉투스 이후 요리는 음식의 구조적, 화학적인 방어체계를 중화하거나 무장해제 시켰으며, 기생충과 병원균을 죽여서 질병의 발병과 사망률을 감소시켰다고 말한다.
제2부에서는 우리의 문명을 돌아보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제3부에서는 운명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3부에서는 재미있는 문명사에서의 이벤트들을 소개하고 있다. 몇가지를 여기에 옮겨 놓으면 다음과 같다.
기독교는 여러 곳에서 모티브를 빌려왔는데, 일례로 고대 이집트 신화는 기독교보다 3000년 앞서서 에덴동산, 원죄, 창조신, 천국과 지옥이 있는 사후세계를 그렸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알수록 처음에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 그 진실이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일 수도 있다. 설사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신의 정체가 사실은 협력적인 공진화의 춤을 추며 아주 오래전부터 향정신적 화학물질을 인간의 두뇌에 주입했던 식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청동기 시대로부터 철기 시대로 이끌었던 숯에 대한 이야기부터 문명사에서 에너지원이었던 토탄, 고래기름, 석탄, 석유, 원자력, 재생 에너자에 관한 설명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토탄 채굴로 국토의 1/4이 해수면보다 낮아진 네덜랜드 이야기, 보스턴의 가로등이 고래기름으로 불을 밝힌 이야기, 석탄은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런던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던 이야기, 석유의 등장과 관련하여 기원전 400년 경에 중국에서 천연가스를 발견하여 활용한 이야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토탄을 생산했던 네덜랜드 이야기는 흥미롭다. 네덜랜드는 16세기까지 무려 2000 제곱 킬로미터 이상의 땅에서 토탄을 과도하게 채굴하는 바람에, 대부분이 해수면 높이에 있던 네덜랜드 국토의 1/4이 해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풍차를 동력으로 하는 범람조절체계와 정교한 제방이 필요했다.
저자는 태양, 바람, 파도 그리고 지구의 열핵에서 추출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만이 진정한 에너지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40억년이 된 지구에서 고작 1만년이라는 짧은 문명의 역사를 보낸 인류는 지구 생명 유지체계를 질식시켰다고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으로 진화의 과정을 가로채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세상을 제멋대로 주무르는 종이 탄생했다고 말하며,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만든 근시안적인 선택압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끝으로 맺은말에서 저자는 인류의 전례없이 파괴적인 활동으로 인해서 우리는 인류세라는 완전히 새로운 지질시대를 맞이했다고 말하며, 우리의 운명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앞에 벅찬 도전이 놓여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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