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 강의』를 일독하다.

아진돌 2024. 2. 5. 17:18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2008), 『금강경 강의』, 서울: 부키(주), 초판1쇄 2008. 11. 14., 초판 9쇄 2022. 11. 14.

 

2024년 1월 20일에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 강의』를 일독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남회근 선생이 대만에서 여러 차례 행했던 『금강경』 강의 중 1980년의 강의를 기록한 책이다. 강의 대상은 시방서원(十方書院)의 학생과 대학의 철학과 학생 및 대학원생이었다고 한다. 유교, 도교, 불교 등 동양학 분야의 해박한 지식으로 명쾌하게 강의해 주시는 남회근 선생의 저서들을 읽으면 얻는 바가 정말 많다.

 

2024년에 들어와 읽기 시작하여 제32품과 총결론까지 일독하였다. 서두에서 남회근 선생은 “『금강경』은 동양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경전이다. 천 여년 이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경전을 연구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경전을 암송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경전으로부터 감응을 얻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경전을 통해 도를 깨닫고 이루었는지 모른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금강경』은 학술적으로 분류하자면 반야부(般若部)에 속하는 경전이며, 『금강반야바라밀경』의 약칭이다. 남회근 선생은 반야는 대략적으로 말하면 대지혜를 반야라 하는데, 보통의 지혜가 아니라 도(道)를 이해하고 깨닫고 닦아서 증험할 수 있으며, 생사를 초월하여 초범입성(超凡入聖) 할 수 있는 지혜를 말한다고 한다.

 

불법을 잘 못 전하는 저작은 사람을 죽이는 독약보다 그 해가 더 크다고 말하며, 한 마디로 독이 든 사상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책에서 읽은 내용을 섣불리 여기에 옮기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남회근 선생의 강의 내용 중에서 꼭 전하고 싶은 몇 가지를 여기에 적어 본다.

 

“이 경의 내용을 『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는 제목만으로 유추해 본다면, 일체의 법을 끊을 수 있고, 일체의 번뇌를 타파할 수 있으며, 반야의 대지혜를 성취할 수 있고, 고해에서 벗어나 피안에 도달할 수 있다.”라는 설명은 여기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중국의 남북조 시대에 『금강경』을 한문으로 번역하신 구마라집을 초빙하려다가 세 국가가 소멸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금강경』은 32품으로 되어 있으나 처음에는 품의 구분이 없었다고 한다. 양 무제때 양 무제의 아들이신 소명태자가 편집하여 품을 구분하였다고 한다.

 

전에 『금강경』 강의를 들으며 제1품과 제2품이 이 경의 전체를 요약하고 있으며, 이 제2품만을 설명하는 것도 몇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남회근 선생은 “수보리께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사실 답은 이미 문제 속에 있다. 바로 善護念, 善付囑(선호념, 선부촉) 이 두 마디로 이미 모든 설명이 끝난 것”이라고 말한다.

 

善護念은 생각을 잘 지키는 것이고, 어떻게 잘 지키는가 하면, 머무는 바 없고[應無所住], 법상이 생겨나지 않으며[不生法相], 여여부동하여[如如不動] 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不取於相]. 또한, 어떻게 하는 것이 수행인지를 『금강경』은 제1품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부처님께서 모범을 보이신 것처럼 옷 입고, 밥 먹고, 발 씻고, 잠자는 것이 바로 사람됨의 표준으로서 이것을 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악을 행하지 않고 뭇 선을 받들어 행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무릇 모든 상은 모두가 허망한 것으로,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본다면 여래를 보리라)라는 구절은 마땅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체의 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無我想(무아상), 無人相(무인상), 無衆生相(무중생상), 無壽者相(무수자상) 등이 모두 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그 밖에 부처의 상에 집착해서도 안되고, 부처의 상을 부정하는 데 집착해서도 안되며, 어떤 상에도 집착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상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집착해서도 안된다고 설명하신다.

 

風來竹面 雁過長空(풍래죽면 안과장공) 즉, 바람이 대나무 잎을 스치고 기러기가 긴 허공을 가르듯이 일체의 것이 머무는 바 없이, 사물이 다가오면 응하고 가고 나면 남기지 않는 것이 대승보살 반야도의 수행방법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마땅히 어느 때 어느 곳이든 머무름이 없고 걸림이 없어야 하며, 사물이 다가오면 응하고 지나가면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은 명심해야겠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꼭 이 책을 읽어 보시도록 권하고 싶다. 『반야경』 앞 부분에 『금강경』이 속해 있으며 뒷 부분에 『반야심경』이 들어 있다고 한다. 많은 스트레스를 이기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경전 자체를 읽는 것보다는 남회근 선생의 강의를 기록한 이 책을 먼저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에서 남회근 선생은 많은 고승들의 일화와 도사들의 일화를 들려주시기도 하여 재미도 있다. 그리고 내가 잘 못 생각했던 것도 바로잡아 주셨다. 바로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해서 불교 공부를 해볼까 하던 생각이다. 남회근 선생은 “현재의 산스크리트어는 17세기 이후에 체계화 된 것이므로 산스크리트어를 배워 불교를 연구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내가 품었던 소망이 얼마나 엉뚱한 것이었나를 깨닫게 해주셨다. 엄격히 말하면 진정한 불법은 한문으로 된 대장경 속에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