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 지음, 김승욱 옮김,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하고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서울: (주)알에이치코리아, 1판1쇄 2024. 11.22., 1판7쇄 2025. 2.14.
《INGONITO 》, Copyright 2011 David M. Eagleman.
저자 이글먼 교수는 스탠퍼드대학교 신경과학과 외래교수이며, 뇌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이 책은 원저의 제목 『INGONITO』에서 드러나듯 익명의, 신분을 숨긴 즉, 무의식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인 뇌에 대한 무한 탐구이다. 역자는 뇌에 존재하는 익명의(ingonito) 조종자를 무의식으로 단정하였다. 번역본의 부제처럼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뇌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무의식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의 독재자이다. 우리는 ‘마음대로’ 행동하지만 마음이 작동하는 과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다.
이 책은 프롤로그나 서론이 없이 주요 배역이라는 제목의 뇌 구조를 소개하는 그림으로부터 시작한다. 프롤로그가 없는 대신 제1장이 서론이다. 저자는 제1장에서 뇌의 회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신경 회로망에 의해 무언가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저자는 “우리 자신의 뇌 회로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가장 먼저 간단한 교훈 하나를 얻는다. 행동과 생각과 느낌 대부분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뉴런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정글이 알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에 의식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의식은 뇌의 활동에서 가장 작은 역할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는 말을 한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는 것을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는 실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인식할 뿐이다.”라고 한다.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격언은 “계기판을 믿어라”라는 말을 하면서, 우리가 어떤 것을 사실로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이라고 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뇌는 라이벌로 이루어진 팀이라는 제목의 제5장에서 동물의 뇌는 모두 서로 갈등하는 부분들로 이루어진 기관이라고 말하며, 그래야 뇌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의 이드(본능적), 자아(현실적), 초자아(비판적이고 설교적)로 구분하는 것과 폴 매클린의 파충류 뇌(생존 활동에 관여), 변연계(감정에 관여), 신피질(고등적 사고)로 구분하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저자는 뇌가 라이벌로 이루어진 팀이라는 가설이 인공지능 연구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이를 구현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능력을 갖는 놀라운 세상을 경험할 것 같다.
“모든 성인은 똑같이 건전한 선택을 할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생각이지만 틀렸다.”라고 단정하며, “사람의 뇌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저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은 크게 주목할 말이다. 유전자와 환경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패턴으로 상호작용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기는 영원히 불가능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증명한 지 고작 400년만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중심에서도 밀려나게 되었다고 말하며, 뇌의 상태가 우리의 됨됨이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고 한다. 대다수의 신경과학자들은 영혼은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방대한 물리적 시스템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속성을 지닌 존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읽으며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는 진실을 저자는 밝혀주고 있다. “성격이라는 최종 산출물을 결정하는 것은 생물학적 현상과 환경 중 어느 하나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천성인지 환경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답은 거의 항상 둘 다이다.” 라고 단언하고 있다.
역사속의 예언가, 순교자, 지도자 중 일부는 측두엽 간질환자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신의 예시를 들었다는 잔 다르크의 경우도 측두엽간질 증상을 일으킨 환자라는 것이다. 정신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의 긴 목록에는 화학물질(신경 전달물질, 호르몬 등)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신경회로의 세부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끝으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제시하며 책을 끝내고 있다. 뇌는 우리에게 외계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기관이지만, 그 세세한 회로 패턴이 우리의 내면생활을 조각해낸다. 뇌는 얼마나 당혹스러운 걸작인지, 그리고 이 뇌에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의지와 기술이 있는 시대에 살게 된 우리는 얼마나 행운아인지,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것은 그것이 뇌이고 그것이 우리다.
이 책을 읽으며 환원주의 이론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덤이다. 19세기 무렵부터 기본적으로 큰 것을 구성하는 작고 작은 조각들을 일일이 이해하면 큰 것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접근방법으로 입자물리학은 소립자에 관한 연구에서 많은 업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뇌와 정신 사이의 관계는 확실히 환원주의로 설명할 수 없다. 창발(emergence)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대량의 부품을 하나로 조립했을 때, 그 결과물이 부품의 종합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비행기를 구성하는 금속 덩어리에는 비행이라는 속성이 없지만, 그들을 올바르게 조립하면 그 결과물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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