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즐거운 여행 /문화유산탐방

팔공산 갓바위

아진돌 2020. 9. 9. 18:17

2020년 8월 31일에 나홀로 슬로우 여행의 하나로 대구 팔공산에 있는 갓바위에 다녀왔다.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갓바위 부처님을 뵙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다. 무궁화 열차로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갓바위행 401번 시내버스를 타는 정류장을 못 찾아 조금 헤맸다. 동대구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에 있는 대구국제공항·팔공산 방면 버스타는 곳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401번 버스를 타고 대구국제공항도 구경하고 대구 외곽의 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팔공산자연공원 갓바위시설지구에 도착한다.

  

입구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길을 따라 올라갔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계곡 오른쪽 산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보여 나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게 되었다. 아래쪽은 구름만 끼어 있는 흐린 날씨였는데 관암사를 지나서 중간부터는 구름이 가득 끼어 있어서 길이 질척질척하다. 이렇게 높은 곳에 계신지를 몰라 평소에 신던 운동화를 신고 왔으니 산길을 오르기가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안내판을 보고서야 갓바위 부처님은 팔공산 관봉 정상에 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이고 경산쪽에 있는 선본사(禪本寺) 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내판에 따르면 638년(신라 선덕여왕 7년)에 조성된 불상이라 한다. 갓바위 입구에 걸려 있는 프랭카드를 보면 선본사가 그동안은 조계종 총무원 직영이었으나 지금은 특별분담사찰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갓바위에 오르는 길목에 있는 관암사 안내판에 따르면 1970년에 조계종과 태고종 사이에 갓바위에 대한 관리권을 놓고 법적 분쟁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관리권이 선본사에 있다.

  

갓바위에 도착하여 공양미를 사서 올리고 자리를 깔고 앉아 삼귀의 삼배를 올린 후 젊은 스님의 앳된 목소리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금강반야바라밀다경 우리말 독경에 귀를 기우리며 18배를 올렸다. 우리말로 번역된 금강경을 독송하는 것을 처음 들었으나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108배를 올리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염주도 놓고 오고 법요집도 안 가져오고 신묘장구대라니경이 실려 있는 천수경 메모지도 안 가져 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스님의 금강경 독경 소리만 듣고 절을 올린 후 잠시 명상을 하며 무슨 소원을 빌까 생각해봤다.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 주신다 하여 한 가지만 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런 내가 우스웠지만, 오늘은 대중들처럼 부처님께 한 가지 소원을 빌어보기로 하였다. 걷는 것이 불편한 손자가 사춘기에 접어들므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커 주기를 빌었다가, 철 없이 돈을 낭비하는 지인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였다. 부처님께 무엇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고 배웠지만, 갓바위 부처님은 다 용서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관봉 정상에서는 구름이 가득 끼어 있어서 아래쪽 풍경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번 더 올라오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좌대와 함께 하나의 바위로 조각된 부처님 사진을 찍다보니 조금 이상하다. 부처님 앞의 놓인 제단에 맞추어 사진을 찍었더니 부처님이 약간 옆으로 기우려져 보인다. 나중에 집에 와서 다른 사진들을 보니 부처님이 똑바로 계신 것처럼 사진을 찍으면 제단의 왼쪽이 조금 올라가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내려올 때는 돌계단 길을 따라 내려왔다. 이쪽으로는 많은 관광객들이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