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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재(2024), 『한국인의 기원』을 읽다.

아진돌 2025. 1. 1. 17:59

박정재(2024), 『한국인의 기원』,  서울시 마포구: (주)바다출판사, 초판1쇄 2024.9.6., 초판4쇄 2024. 11.23.

2025년 새해를 맞아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의 《한국인의 기원》을 읽었다. 저자 박정재 교수는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지리학자이다. 본인의 전공 분야와 함께 인류 유전학, 고고학 등의 국내외 학계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한국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선사시대의 사람뼈 즉, 고인골의 DNA 분석 결과 등 고유전체 연구 결과와 퇴적층에서 분석한 식물 꽃가루 분석을 통한 기후변화를 기반으로 한반도에서 살고있는 한국인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전문적인 과학 분야의 책이 일반인을 위해 출판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유라시아, 특히 동아시아의 인류 이동 역사와 과거 기후 변화를 함께? 짚어보면서 한국인의 형성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고유전체 자료에 따르면 중국 대륙의 남쪽에서 해안 쪽을 따라 올라와 아무르강 유역의 북방에 정착했던 사람들이 다시 남진하여 한반도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는 알타이 산맥 인근에서 몽골을 거쳐 만주로 동진한 북방계와 남쪽에서 유입된 남방계가 섞여있다는 기존 가설을 흔들고 있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몽골인보다는 일본인 그리고 만주족과 같은 중국 북동부 시람들과 가깝다고 한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낮은 빙기에는 고위도에 사는 인류들은 가뭄과 추위에 시달리고 식량이 부족하여 남쪽으로 이동하고, 고대문명들이 폐허가 된다. 온난기로 접어들면 초지가 북쪽으로 형성되므로 다시 북쪽으로 이동한다. 온난기에는 역사적으로도 동서양의 사회가 안정되어 인류의 이동이 거의 없다.

남쪽에 북쪽으로 이동한 고대인들이 라오허강 유역에서 홍산문화를 꽃 피우고 아무르강까지 올라간다. 기후가 추워지면 아무르강 유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남으로 내려오고, 그 여파로 라호허강 유역에서 살던 농경민들은 중국 중원이나  한반도 쪽으로 이동한다. 저자는 고조선 영역이던 라오허강 유역에서 꽃 피운 홍산문화,  샤자뎬 상층문화, 샤자뎐 하층문화 등을 중국의 동북공정과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라오허강 유역에서 살던 고대인들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파형동검과 고인돌 등으로 대표되는 고조선 영역에 살았던 선조들이 바로 우리의 조상임을 고유전학과 고기후학 등을 바탕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예전에 주역을 공부할 때 동이족이 중국의 산동반도 등에 살았다는 기록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 확신을 갖게 된다. 고조선에서 위만에게 나라를 넘긴 준왕의 일행과 기원전 108년에 고조선이 멸망한 후 유민들이 한반도로 이동하여 금강유역과 남해안 지역에 선진 문물을 전하며 정착한 역사를 고기후학과 고유전학 통해 증명하고 있다. 부여 송국리 문명을 이루었던 시람들은 추위가 몰려오자 남쪽으로 이동하고 바다로 건너 일본으로 이동한 역사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몇몇 지리학 분야 전문용어들이 있지만, 책을 잡으면 술술 읽어진다. 같은 이야기들이 중복되는 점이 많아서 아쉽다. 연구자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는 중요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것이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편집자들이 좀더 신경을 써서 중복되는 문장들을 걸러 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저자가 밝힌 것처럼 한반도는 화강암이 많고 산성지질이라 남아있는 고인골이 거의 없어서, 고인골에 대한 유전체 분석 결과가 제한되어 가설인 부분들이 많지만, 우리에게 잃어버린 고조선의 역사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는것 같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역사 왜곡이 심해지고 있는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무엇보다도 좋은 연구성과를 일반인들을 위해 출간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