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이상곤 박사의 낮은 한의학을 읽고

아진돌 2012. 12. 28. 20:01

 

이상곤. 2011. 『낮은 한의학』. 서울: (주)사이언스북.

 

2012년 12월 21일에 서울 서초구 갑산한의원 원장이시며 비염과 이명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이상곤 박사의 『낮은 한의학』을 읽었다. 회사 동료가 노은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추천했던 책이다. “동의보감의 뿌리를 찾아서”로 시작하는 이 책은 한의학의 전문서적은 아니지만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좀더 명확하게 해주는 책이다. 온갖 스트레스로 많은 질병들과 싸웠던 세종대왕, 성종, 연산군, 선조, 경종, 영조, 정조 등 조선의 왕들이 겪었던 질병과 처방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물론 스트레스가 만병의 교훈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좋은 내용이기도 하다.

 

제4부에서 소개한 민들레, 검은콩, 홍삼 등 각종 약용식물들과 녹용 등에 대한 설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반신욕의 허와 실에서 알려 주신 반신욕의 Side Effect 에 대한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할 중요한 내용으로 여러 명의 동료들에게 내용을 알려주었다. 매스미디어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 무엇이 좋다고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떠도는 정보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알려 주는 내용이다. 한의학의 기본 이론이 되는 음양오행에 대한 내용과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에 대한 설명도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내용들이다. 

 

조선시대에는 사회정의를 위해 의학을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했던 유의(儒醫)와 임상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의술을 습득하여 일반 의료를 담당하는 세의(世醫)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의의 대표적인 예는 유성룡과 정약용이며 근대 한의사 중에는 시인 조지훈의 아버지인 조헌영(1901∼1988)를 들고 있다. 조헌영은 6∙25전쟁 때 북으로 가서 한의학 연구를 계속하였고 북한에서 동의보감의 번역본이 가능하도록 노력한 이라고 한다. "사약(賜藥)은 사약(死藥)인가"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사사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서른여덟살에 사약을 받은 정암 조광조의 경우는 “내가 죽거든 관을 얇게 만들어라. 먼 길 가기 어렵다”라고 했고, 사약을 마셔도 숨이 끊어지지 않아 “거듭 독주를 가져다가 많이 마시고 죽었다” 라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보듯이 사약을 받으면 금방 죽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암 송시열 역시 여든세살까지 살았던

그에게 부자 독이 쉽게 영향을 미치지 못해 세잔을 더 마신 후에야 죽음을 맞이 했다고 한다. 예전에 우암이 사약을 받을 때 금방 죽지 않아 여러 잔을 마시게 하였던 장면을 놓고 악평을 하였던 문헌 기록을 접한 것이 생각났다.

 

다산의 인두법 이야기에서는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천연두를 앓은 사람의 옷을 입히거나 고름과 딱지를 가루로 만들어 쓰는 인두법을 조선에 최초로 소개한 분이 다산 정약용이라고 한다. 우리는 학교 교육에서 지석영 선생이 종두법을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만 배웠는데 우리 조상들도 나름대로 천연두 예방법에 대한 연구와 처방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소화에 부담을 주는 메밀을 먹을 때 무를 곁들여 먹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알수 있었다. 메밀은 찬 음식이므로 추운 날씨에 열이 몸 안으로 축적되는 겨울에 먹어야 하고, 영양탕은 더운 음식이므로 더운 날씨에 찬 기운이 몸안으로 축적되는 여름에 먹어야하는 음양의 이치도 소개하고 있다. 시원한 냉면은 여름에 먹고 더운 음식은 겨울에 먹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있어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