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중어중문학 공부

[스크랩] 불현듯 중국의 로커 최건(추이젠)을 떠올려 봅니다

아진돌 2014. 6. 19. 09:23

저는 원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PD였지만 장르는 두루 넘나드는 편이었습니다.

전문 분야를 가리지 않는 뭐랄까 잡식성 PD같은 거였지요.

얼마전 시간이 나기에 과거에 제작했던 프로그램 리스트를 쭉 훑어봤답니다.

그랬더니 '아 내가 그래도 음악쪽에 관심이 많았구나'하고 느끼게 되더군요.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KBS스페셜>에 있을 때 저는 음악 다큐를 2편 제작했습니다.

하나는 <영원한 동백아가씨, 이미자>였고 또 하나는 <대륙을 뒤흔든 조선족, 최건>이었습니다.

다큐 PD들이 1년에 약 3~4편을 제작하는 걸 감안하면 음악 다큐 2편은 적지 않은 편 수 였습니다.

그리고 <아침 이슬의 수난>이라는 금지곡 시대의 이야기를 다큐로 엮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로커 '최건(崔健)'을 취재하면서 저는 중국에서 2개월여 그와 함께 있었습니다.

천안문 사태가 벌어진 직후에 그의 곁에서 그의 활동을 한동안 지켜봤습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해외 언론이 들어가 취재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밴드의 드러머도 조선족이어서 취재하면서 그와 함께 밴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답니다.

 

 

최건이 공연을 하는 날이면 중국 경찰인 공안들이 그의 공연장을 겹겹이 에워쌓습니다.

무대와 스텐딩 객석 사이에 공안들이 투입돼 분위기를 험악하게 했지만 중국 젊은이들은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대표곡인 '일무소유(一無所有 / 난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를 체육관이 떠나가라 함께 부르며 환호했습니다.

당시 '일무소유(一無所有)' 음반은 1억 장 이상이 팔릴만큼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내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중략)

난 네게 내 꿈을 주겠어

내 자유도 함께 ......<일무소유>의 일부

 

 

 http://youtu.be/LwXikB2bT8E

 

공연장에 감도는 공포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건이나 관객이나 음악에 취해 자유를 부르짖었습니다.

그런 현장을 취재하며 기록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최건을 불온하게 여긴 건 바로 천안문 사태 때 '일무소유'가 데모대에 의해 불리워지면서 부터였습니다.

'일무소유'는 우리나라로 치면 '임을 위한 행진곡'정도의 노래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천안문 사태가 끝나고 그는 '베이징 민주화 운동의 꽃'으로 칭송받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어려운 시절을 맞게 됩니다.

어쨌든 제 다큐멘터리 덕분에 그는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고 KBS 초청으로 내한해 '강산에'와 함께 공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우연찮게 다시 밴드와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답니다.

바로 <탑밴드>가 그것입니다. <탑밴드>는 국내 최초의 밴드 서바이벌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밴드 음악의 부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된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감히 자평합니다.

 

 

그런데 밴드를 서바이벌 무대에 세우는 것 자체가 서글프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가 야단을 맞으며 탈락하는 모습이 달가울 리는 없었겠지요.

제 트윗의 팔로워가 4천명쯤 되었는데 시즌 2때는 지독한 안티 팬까지 생겼었답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 밴드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합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들이 밴드를 홀대한 책임이 가장 큽니다.

방송이 아이돌과 MR의 달콤함에 빠져 여타 음악을 도외시하는 음악적 편식현상을 키웠습니다.

위험 부담이 있는 라이브 무대보다 MR을 트는 것이 쇼 PD들에게는 손쉬운 방법이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밴드 음악의 소외 현상은 방송국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그 원인은 있습니다.

음악 팬들은 왁짜지껄하다고 느끼는 밴드음악을 더 이상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귀는 자주 들으면 열리게 돼 있는데 팬들 또한 달콤한 음악쪽으로 하염없이 흘러가고 만 것입니다.

 

 

어쨌든 <탑밴드>가 잘 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밴드 음악을 안방에서 실컷 듣게 해줬다는 겁니다.

밤 11시가 넘는 야심한 밤에 웬 굉음이냐며 꺼려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탑밴드>는 밴드의 부활에 미약하나마 단초를 제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아쉽게도 <탑밴드>도 시즌2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팬들 뿐만 아니라 제작자도 이를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탑밴드 3>는 현재로선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저런 상황을 고려할 때 밴드 음악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정규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도 지상파의 주인공으로 대접받아야 할 때가 된 겁니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저 또한 노력하려 합니다.

 

 

중국 '최건'의 콘서트가 열리던 공연장은 그야말로 <관객 반(半) 공안 반(半)>이었습니다.

그런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팬들은 공연장을 지키고 음반을 사주며 그의 음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우리보다 밴드(락)의 역사가 짧은 중국, 바로 최건의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도 다른 데 좀 아껴서 밴드들의 음반도 사주고 공연장도 찾아가 성황을 이뤄줘야 합니다.

오늘날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한류 음악도 아이돌 팬들의 무한한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밴드 음악을 향한 여러분의 따스한 성원을 기대해 봅니다.

 

 

http://youtu.be/ubBDKL86rTA

 

(예전에 제 블로그에 썼던 내용을 일부 고쳐서 재게재합니다)

출처 : 우리김씨 feel
글쓴이 : 우리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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