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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행 /문화유산탐방

화엄사 연기암(緣起菴)

아진돌 2020. 6. 7. 08:55

2020510일에 전남 구례군 마산면 연기암길 393에 있는 연기암(緣起菴)에 다녀왔다. 화엄사 경내를 답사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목에서 섬진간이 보인다는 연기암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산속으로 난 길에서 차 한 대가 내려오고 있었다. 길을 막고 운전하시는 분에게 연기암까지 차로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갈 수 있다고 해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연기암 가는 길은 좁은 산길이지만 잘 정비되어 있었고, 올라가는 길목에는 많은 부속 암자들이 자라잡고 있었다.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등산길도 겸하고 있어서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구비를 돌때마다 암자들 입구 팻말이 보였다. 하루 종일 이곳 암자들일 둘러보는 순례 여행도 해보고 싶은 여행이다.

   

연기암은 산길의 끝머리에 자리 잡은 암자이다. 암자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큰 절이었다. 초입에는 카페가 있었고 카페 주차장을 지나니 연기암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암자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는 동백나무들이 울타리처럼 심어져 있었고, 절 입구 길가에는 용의 머리를 하고 있는 돌 거북이 한 마리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화재를 일으키는 화마(火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세워놓은 듯한데, 코로나19도 막아 줄 것 같다.

  

국내 최대 문수보살 기도성지 연기암이라는 제목의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 지리산에 자리 잡은 연기암은 해발 560고지의 화엄사 산내암자로서 섬진강이 굽어보이는 수려한 경관과 사계가 늘 아름다운 문수보살 기도도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안내판의 내용을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화엄사 원찰(願刹)인 연기암은 1500여년 전 백제 성왕 때 인도의 고승 연기조사께서 화엄사를 창건하시기 이전에 최초로 토굴을 짓고 가람을 세워 화엄법문(華嚴法門)을 설하신 유서 깊은 사찰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임란(壬亂)을 당하여 잿더미로 변하여 사백여년 동안 칡넝쿨과 가시덤불에 파묻혀 축대만 남아 세월만이 무상하게 흘러갔다. 이에 원응당 종원선사(宗源禪師)께서 복원의 서원력과 불보살님의 가피력으로 1989년에 먼저 대적광전, 문수전, 관음전, 적멸당(寂滅堂), 원응당(圓應堂), 일맥당(一麥堂) 등을 건립하였으며, 근래 국내 최대 문수보살상(높이 13M)을 조성하여 화엄법문이 지리산에 다시 울리고 세계로 퍼져나가 모든 중생이 화엄의 열반락에 동참 환희 도록 도량을 중창하시었다(출처: 연기암 안내문).

  

원찰(願刹)이란 절의 창건주(創建主)가 자신의 소원이나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특별히 건립하는 절을 말한다. 절에 들어서면 섬진강을 바라보며 우뚝 서계신 문수보살상을 만난다. 남해의 보리암과 향일암, 강원도 낙산사 홍련암 등에 세워진 해면(海面) 관음보살상을 생각나게 하는 문수보살상이다. 문수보살은 제불(諸佛)의 지혜를 맡고 있는 보살이고 석가여래의 왼쪽에 협시보살로 모셔지는 보살이다. 오른손에는 지혜의 칼인 지검(智劍)을 들고 계시고 왼손에는 연꽃을 든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 문수보살님은 오른손에 필통처럼 생긴 지검(智劍)을 들고 계시고 왼손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왼손 모양은 부처님의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원래 문수보살님은 과거 일곱 부처님의 스승이시고, 석가모니불보다 훨씬 이전에 성불하신 고불(古佛)이시다. 문수보살의 상징인 머리 위의 다섯 개의 상투는 보이지 않고 대신에 보관을 쓰고 계신 모습이다. 문수보살 도량으로는 오대산 상원사를 꼽고 있다. 그곳의 문수보살님은 머리에 두 개의 상투가 있고 작은 어린아이로 묘사되어 있는 것과는 다르다. 수학능력시험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를 염원하는 대중들의 뜻을 고려하여 표현한 것 같다.

  

본전의 현판은 대웅상적광전(大雄常寂光殿)으로 표시되어 있다. 석사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대웅전(大雄殿)과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의 뜻을 모두 표현하고 있다. 대웅상적광전 앞 좌우에는 두 개의 석등이 세워져 있고 삼층탑은 왼쪽에 세워져 있는 가람 구조이다, 대웅상적광전 옆에는 문수전이 자리 잡고 있고 관음전은 보통 절에서는 산신당이 자리 잡을 것 같은 곳에 있다. 관음전은 다른 곳에 있던 건물을 옮겨 지은 것 같으나 확인은 못했다. 마당에는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면서 법륜(法輪)을 돌리는 티베트 불교의 상징물이 세워져 있다. 티베트 불교가 인도 불교의 근간인 점을 고려해서 창건주인 인도 고승 연기조사를 기리는 마음이 엿보인다.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며 작은 법륜들을 돌리고 커다란 황금빛 법륜을 한 바퀴 돌려보았다. 법문을 일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