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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행 /문화유산탐방

부산 해동용궁사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0. 9. 3. 08:35

2020년 8월 23일에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해동용궁사를 다녀왔다. 대한불교조계종 25교구 본사를 같이 답사하고 있는 도반이 적극 추천한 절이기도 하고 해파랑길 2구간에 있는 절이라 하여 궁금하였다. 나홀로 슬로우 여행을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무궁화 열차로 부산역에 도착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해동용궁사를 가기로 하였다. 부산 지하철 1호선으로 교대역까지 가서 일광행 동해선 전동열차로 환승하여 오시리아역에서 내려 버스로 용궁사 입구까지 갔다.

  

해동용궁사 홈페이지(http://www.yongkungsa.or.kr/)에 따르면, 해동용궁사는 본래 고려 우왕 2년(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에 의해 창건 되었다. 나옹스님이 법을 구하기 위해 전국토를 헤매일 때 현 해동용궁사 자리에 당도하여 지세를 살펴보니 배산임수(背山臨水) 조성모복지(朝誠暮福地) 즉, 뒤는 산이요 앞은 푸른 바다로 아침에 불공을 드리면 저녁에 복을 받는 신령스런 곳이라고 하시고,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행 정진을 했다고 전한다. 기장 현지를 살펴보면 고려 때는 봉래산임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전화로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초 통도사 운강스님이 보문사로 중창했고, 그 후 여러 스님이 거쳐 오셨으며 1970년 초 정암화상(晸庵和尙)이 주석하면서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서원하고 기도 정진한 즉, 회향일 몽중에 백의관세음보살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신 것을 친견하시고 산 이름을 보타산(普陀山),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개칭하게 되었다.

  

해동용궁사 홈페이지(http://www.yongkungsa.or.kr/)에 게시된 주지 정암(晸庵) 스님의 인사말이 정겹다. “해동용궁사는 들어와 보시면 아시겠지만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점이 많은 절이며, 신앙과 관광문화와 정신적 안식이 숨 쉬는 도량이라 하겠습니다. 천혜의 요새지, 빼어난 풍광과 더불어 누구나 지극한 마음으로 원을 세워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기도영험 도량으로 유명하여, 전국의 신도와 관광객의 발걸음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국제적 관광지로서도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자연학습관, 박물관 등을 건립하여 참배객의 가장 편안한 휴식처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종교로서의 불교에서 대중들이 소원을 비는 대상은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아미타불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현세의 복을 비는 관세음보살은 기복 신앙으로서의 불교에서는 중요한 보살님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기도가 잘되는 관음성지로 알려진 곳은 양양의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등이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바다를 바라보시며 입상으로 서 계시는 해면 관세음보살님이 우리의 소원을 잘 들어주시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정암 스님은 향일암 대신 해동용궁사를 한국의 삼대 관음성지의 한 곳으로 꼽고 있다.

  

줄지어 서 있는 가게들 사이의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석조 십이지지상(十二地支像)들과 조형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길을 걷게 된다. 가게 주인들의 호객 행위는 없었지만, 양쪽 가게 사이의 길이 너무 좁아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걷게 된다. 세속적인 시장의 저자거리를 따라 들어가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12지지상의 사열을 받으며 들어가면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 앞에는 7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절의 입구인 일주문 앞에 이처럼 커다란 석탑이 우뚝 서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왜 이렇게 세웠나를 알아보느라 해동용궁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교통안전탑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탑이 부처님을 상징하던 옛날의 의미가 쇠퇴하였다 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일주문 밖에 탑이 서 있는 것은 특이하다.

  

일주문을 지나 108계단으로 명명된 계단 길을 걸어 내려가면 입구 왼쪽으로 쌍향수불(雙香樹佛)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곳에 약사여래좌상을 만난다. 부처님 양쪽에 향나무 두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쪽으로 내려가면 바닷가에 이르게 되고 금동지장보살을 만나게 된다. 다시 돌아와 돌다리를 건너다보면 나한님들이 줄지어 서 있는 아래쪽에 문수보살상과 석가모니불 입상이 서 계신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문수보살이 안고 있는 돌 바구니에 동전을 던져 넣으며 소원을 빌 수 있는 이벤트(?)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절 마당에는 연중 언제나 관욕식을 할 수 있도록 관욕불(灌浴佛)이 있다. 대웅전 옆에는 있는 광명전에는 열반하시는 부처님을 형상화한 금동 좌불이 누워계시다. 이 와불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 열반하시는 부처님 모습을 생각하는 나에게는 낯설은 모습이다. 진천 보탑사의 와불 앞에 서면 경건한 마음이 저절로 드는 것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수보살님께 동전을 던지게 한 것이나 바닷가의 지장보살, 관욕불, 광명전의 와불 등 모든 것들이 일반 관광객들을 위주로 설치되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였다.

  

대웅전 왼쪽에는 해면 관세음보살상을 뵈러 올라가는 원통문 옆에 용궁단이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인 삼성각 대신 바닷가 절이므로 용궁단이 설치되어 있다. 용궁단이 대웅전과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것도 조금은 불편하다. 전각의 위치가 위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용궁단을 대웅전보다 조금 뒤로 밀어 배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대웅전과 용궁단 사이에는 금동 포대화상이 대중들을 바라보고 계시다. 포대화상상이 대웅전에 계신 석가모니불보다도 더 크게 보이는 듯하여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는 하나 불자에게는 조금 불편한 모습이었다. 원통문을 지나 앙 옆으로 신우대가 울창한 계단을 오르면 관세음보살상을 만나게 된다. 관세음보살님 어깨와 가슴 위에는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비둘기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보시는 관세음보살님도 좌대가 지나치게 웅장하고 커서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보이는 불균형이 눈에 들어왔다. 해우소에 들렀을 때 휴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고 자동판매기를 통해 휴지를 구입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 야박하고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다는 편견에 사로잡혀서 그런지 매사가 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줄었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절로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다. 용궁사 입구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들을 보면 평소 관광객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웅전 법당에 앉아 신묘장구대라니 21독과 함께 천수경을 읽었다. 의외로 법당에 앉아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는 신자들은 별로 없었다. 절의 풍광이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았지만 너무나 관광지화되어 있는 것이 흠이다. 많은 중생들을 절로 이끌어 잠시만이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보도록 절을 꾸미는 것과 청정도량으로서 조금은 소위 말하는 절간과 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바람직할까라는 분별심을 내는 나를 보면서 깜짝 놀라게 하는 여행이었다.

  

끝으로 하나 더 덧붙인다. 해우소에는 휴지를 변기에 넣지 말라는 문구가 우리말과 함께 중국어와 영어로 쓰여 있다. “Never throw the sanitary ped, wet tissue and tissue or something in toilet. It case not to work"라는 문구에도 오타가 있어서 종무소에 이야기하려다 마음을 접었다. ped는 pad의 오타이고 case는 cause임이 명백하다. 절에 오시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Never로 시작하는 말로 위협(?)하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린다. 혹시라도 관계자가 이 글을 보신다면 다음과 같이 수정했으면 좋겠다. ”Please do not throw the sanitary pad, wet tissue, toilet tissue, and so on into the toilet bowl. That cause it not to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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