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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행 /문화유산탐방

영랑 생가에 다녀오다.

아진돌 2023. 3. 14. 21:20

2023년 3월 12일에 대전 한밭문화원에서 주관하는 문화탐방에 참여하여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길 15(강진읍 남성리 211-1)에 있는 영랑 생가에 다녀왔다. 현대문학사에서 큰 자취를 남긴 시인 영랑 김윤식(永郞 金允植, 1903-1950)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현재 본채와 사랑채, 문간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변 밭을 포함하고 있다. 영랑 생가는 1948년 선생이 서울로 이사한 후 몇 차례 전매되었으나, 1985년 12월에 강진군이 매입하였고, 1986년 2월에 전남 강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2007년 10월 12일부로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강진과 해남은 ‘남도답사 일번지’로 유명하다. 1993년에 초판이 발간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Ⅰ』의 두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이 전남 강진군 답사 이야기이다. 두 번째 장은 “영랑의 슬픔과 다산의 아픔”이라는 제목의 영랑 생가, 구강포 귤동 마을, 다산초당 답사 이야기이고, 세 번째 장은 “세상은 어쩌다 이런 상처를 남기고”라는 제목의 만덕산과 백련사 답사 이야기이다. 강진 답사는 언젠가 가본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일조량이 가장 풍부하다는 강진인데 오늘은 전국에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호남고속도로 이서 휴게소에 도착할 때쯤은 굵은 비가 내려서 백양사 휴게소까지 내려가서 쉬게 되었다. 강진군에는 아침 이른 시간에 천둥 번개가 치면서 비가 와서, 우리가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 주변 지역이 모두 정전이 되어 있었다. 아침에 정전이 되었다는데 점심 식사를 마칠 때까지도 복구가 되지 않았다. 대도시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고쳐지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식당에서는 발전기 차량을 불러 주방에만 겨우 불을 켜고 식사 준비를 해주셔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강진군청 소재지가 강진읍이다. 어찌 보면 다른 지방에 비해 발전이 늦다고 봐야 하지만, 이곳은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는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가 있고, 실학을 집대성하고 목민심서 등 많은 저술을 남기신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가 있는 곳이다. 거기에 만덕산 백련사라는 전통 사찰이 있어서 남도답사 일번지라고 하는가 보다. 영랑 생가 주차장에 내리니 가늘어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문화관광해설사께서 나와 주셨다. 문화관광해설사께서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하면서 강진군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영랑 생가 안내판에 따르면, 영랑 선생은 1903년에 이곳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1915년 3월에 강진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기독청년회관에서 영어를 수학한 후 휘문의숙에 진학하였다고 한다. 영랑은 아명으로 시를 발표할 때 작가명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영랑은 1930년 3월에 창간한 『시문학』지를 중심으로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정인보,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 보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더불어 우리 현대 시의 새 장을 열었다. 1934년 4월 『문하』지 제3호에 불후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발표하였으며 1935년에 『영랑시집』을, 1949년에 『영랑시선』을 출간하였다.

 

영랑 생가 입구에서 볼 때 오른쪽에는 사랑채가 있다. 사랑채 안에는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고, 커다란 은행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면의 문간채 앞에는 선생의 대표 시인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문간채를 지나 안마당으로 들어가면 전면 6칸 초가집인 안채가 있고, 뒤쪽으로는 동백 숲과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마당에는 모란과 동백이 심어져 있고 검은 열매를 맺은 송악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장독대에는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장독대를 뜻하는 장광이라는 전라도 사투리가 정겹다. 장독대 대밭을 지나면 세계모란공원이다. 세계모란공원에는 유리온실이 있어서 지금도 모란이 피어 있었다.

 

문화재청의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영랑 생가는 역사적으로는 불탑이 있었고 문화적으로는 재능과 지식을 갖춘 '영랑 김윤식의 생가'라는 역사문화적 가치와 함께 20세기 초반 건조물인 전통 한옥과 근대 건조물의 이행기의 가옥으로서 문화 변용의 한 형태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더불어, 영랑의 문학적 세계를 후손에게 길이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 가치가 중요하다.(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안채
11월에 진한 향기의 꽃을 피우고 지금은 까만 열매를 달고 있는 송악
사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