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루시 쿡의 『암컷들』을 읽다.

아진돌 2023. 9. 28. 18:52

루시 쿡(Lucy Cooke) 지음, 조은영 옮김(2923), 『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경기도 파주시: 웅진지식하우스, 초판1쇄 2023.5.7.

 

2023년 9월 28일 추석 연휴 첫날에 며칠전부터 읽어오던 루시쿡(Lucy Cooke)의 『암컷들』을 읽었다. 이 책의 원본의 제목은 놀랍게도 『BITCH』이다. 미국인들의 욕인 ‘The son of bitch’에 언급되는 단어를 제목으로 쓰고 있다. 진화생물학 분야에서 저변에 깔려 있는 남성 위주의 학문에 대한 반발과 부제로 붙여진 것과 같이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여성’을 지칭하기 위한 의도적인 제목인 것 같다.

 

저자 루시 쿡은 영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이며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를 사사하여 동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여성이다.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나는 진화에 대한 가부장적 관점을 새로이 쓰고 암컷을 재정의하는 동물과 분투하는 과학자들을 만나기 위해 전 세계를 모험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책의 마지막 ‘나오며’에서 “과학이 동물의 암컷을 얼마나 왜곡해 왔는지를 책으로 쓰겠노라 처음 마음 먹었을 때, 그 이야기가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고, 내 대상이 이토록 문화적으로 오염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막연하게 과학이란 당연히 과학적일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피력하고 있다.

 

다윈이 남성 중심으로 성을 바라본 것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만연된 남성 우월주의 탓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며, 전 세계에서 동물의 암컷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동물학자들을 찾아 다니며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하여 경쟁하는 암컷 새들에 대한 이야기, 교미 후에 수컷을 먹어버리는 거미 암컷들의 이야기, 원하지 않는 수컷들의 정자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진화한 다양한 암컷 생식기의 구조 이야기, 폐경을 한 후 무리를 이끄는 범고래 리더 이야기, 자매들끼리 협동하고 무성생식으로 새끼를 낳는 암컷들 이야기 등은 동물학에 초보인 독자들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실제로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 상에서 존재하며, 모든 성은 기본적으로 같은 유전자, 같은 호르몬, 같은 뇌의 산물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크나큰 깨달음이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세상에 쉽게 쓰는 책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 책 『암컷들』은 정말 한발 한발 힘겹게 나아간 책이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저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실감하며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동물에 대해 특히, 동물 암컷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디를 가든 만나게 되는 각종 곤충과 동물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