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을 읽다

아진돌 2023. 9. 28. 15:30

슈테판 클라인(Stefan Clein) 지음, 유영미 옮김(2023),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서울: ㈜콘텐츠그룹 포레스트, 초판1쇄 2023.2.22. 초판2쇄 2023.3.17.

 

2023년 9월 24일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슈테판 클라인(Stefan Clein)의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을 읽었다.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뮌헨대학교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라이브르크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의 제목이 ‘운명처럼 이 책을 펼친 당신에게’이다. 과학에서는 이미 우연의 긍정적인 측면을 깨닫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하며, 우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 책은 4부,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우연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우연의 역사를 살펴보고, 끝으로 제4부에서는 우연한 사고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과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법 등을 제시하며 마무리 하고 있다. 얼마전에 읽었던 스티븐 헤일스의  『운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맥락의 책이다.

 

제1부 운명이라는 착각에서는 우연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소개한다. 확률을 발견한 후 우연을 수학적 확률로 보던 시각과 뉴턴 물리학 이후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던 시기의 라플라스 악마를 이야기 한다. 열역학 제2법칙과 카오스 이론, 현대 양자이론 등을 통해 우연을 설명한다.

 

제2부 우연이 만든 세계에서 모든 발명품은 우연의 작품이라고 말하며, 루이 다게르의 사진술, 플레밍의 페니실린 곰팡이, 스카치 테이프, 비아그라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몸의 기본 구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혹스( Hox) 유전자를 소개하고, 환경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어떤 시스템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환경에 스스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때면 으레 우연이 작용한다. 양자물리학도 그렇고 진화론도 그렇고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제3부 우연이 두려운 사람들에서는 선택적 인지 즉, 상황에 맞는 것만 보려는 경향은 뇌가 우연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트릭이라고 말한다. 선택적 인지의 한 예로 2001년 9월 11일에 미국에서 있었던 9·11 테러를 둘러싸고 있는 11이라는 숫자를 예로 들고 있다. 9월 11일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11, 그날은 1년의 254번째 날인데 모두 합하면 11,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비행기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11편, 그 비행기에는 92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합하면 11,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두 번째 비행기에는 65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합하면 11, 뉴욕시와 빈라덴이 숨어 있던 아프카니스탄과 조지 W 부시의 철자는 모두 11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역시 11이라고 한다. 11과 관련 없는 사항들도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적 인지의 예이다.

 

제4부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서는 우연히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연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험관리에서 다루는 위험 회피 전략 등과 유사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결코 알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운명을 믿느냐, 우리가 무지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우연이라고 부르느냐 하는 것은 각자 개인의 취향에 달린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사건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에 우연을 경험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정확한 학문인 수학에도 우연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양자이론에서의 우연은 일상생활에서의 우연과는 구별된다고 말하며, 일상에서 우리는 무지로 인해 우연을 경험하지만, 양자이론에서는 우연이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른 바로 자연법칙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사주명리학 등을 미래 예언술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래 예측을 위한 예언술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피흉추길(避凶追吉)의 술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때는 이미 그 상황에 관여하게 되므로 피드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저자가 말했듯이 우리가 어떤 일에 더 많이 관여하고 더 큰 영향을 끼칠수록 그 결과는 더욱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양자의 세계에서도 측정시스템이 개입하면, 측정이 입자의 상태를 변화시킨다는 과학의 원리는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관여하는 순간 우리의 미래는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의 뇌는 미래를 내다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고, 프랑스 작가 폴 발레르의 말처럼 ’미래를 만들어 나가도록‘ 창조되었다는 저장의 말이 크게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