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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를 읽다.

아진돌 2023. 12. 11. 15:16

데이비드 무어(David Moore) 지음, 정지연 옮김(2023),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경기도 고양시: 도서출판 아몬드, 초판 1쇄 2023. 9. 18. 초판2쇄 2023. 10. 5.

David Moore(2015), 『The Developing Genome』, Oxford University Press. 2015.

 

2023년 12월 9일에 후성유전학에 관한 데이비드 무어(David Moore) 교수의 『The Developing Genome』를 번역한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를 읽었다. 획득형질은 절대로 대물림되지 않느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을 읽은 후, 간단하게 표현해서 반대 이론으로 획득형질이 대물림된다고 주장하는 후성유전학에 관한 책을 읽었다. 예전에 네사 캐리의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를 읽은 이후로 후성유전학에 관한 책을 다시 읽은 셈이다.

 

대부분의 진화생물학자들처럼 리처드 도킨스는 획득형질은 유전될 수 없음을 힘주어 부인했음을 말하며, 만약 ‘획득’이라는 말을 꼭 집어서 바이스만이 생쥐에게 가했던 꼬리 절단 같은 것을 가리키는 뜻으로 정의한다면 도킨스의 말이 맞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전자가 표현형을 결정하지 않는 데도, 세상에 나와있는 다수의 생물학 교과서에는 여전히 유전자가 표현형을 결정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어떤 맥락 속에서 살아가는지가 삶에서 어떤 결과가 생길지에 언제나 일부 역할을 담당하므로, 유전자만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후성유전학은 생물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 했고, 후성유전학 학자들의 새로운 발견은 종양학, 영양학, 심리학, 철학 등 여러 다양한 학문 분야에 업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소개한다. 오늘날 생물학자들이 쓰는 후성유전학의 정의는 “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되는 즉, 발현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후성유전이라는 단어를 DNA가 처한 주변 환경 속 다른 분자들과 DNA 사이에서 일어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중간중간에 ‘심층탐구’라는 제목으로 좀 더 이론적인 설명을 알기 쉽게 추가하면서 전사를 통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끄거나 켜는 메카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DNA 구조와 함께 DNA를 침묵시키거나 활성화할 수 있는 몇가지 후성유전 메카니즘으로 DNA 메틸화, 히스톤 아세틸화 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초기 경험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하며 어린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임신중인 엄마들의 섭생과 마음가짐 등이 태어날 아이의 미래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는 일이다. 태교를 강조하였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하루 주기리듬의 중요성을 말하며, 우리 유전자의 10%이상이 하루 24시간 중 특정한 시기에만 전사되므로 하루 주기에 맞춰 발현한다고 한다. 생활 습관을 잘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면역력을 높이는 일임을 확실히 알게 해준다.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섭생과 생활습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후성유전학에 관한 연구결과로 상당한 뇌 위축과 뉴런 손실이 이미 일어난 후에도 질 좋은 환경이 이 기억들에 대한 접근을 재설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치매 환자들의 장기기억 손상은 기억 인출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발병 후에도 질 좋은 환경과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좋은 환경에서 지내면 새로운 인출 경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양질의 시설과 종사자들이 있는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은 장기기억의 손실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회복도 가능할 것 같다.

 

저자는 23장에서 행동 후성유전학의 핵심교훈으로 “DNA 혼자 형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신다윈주의 종합설은 수정해야 한다. 후성유전은 역동적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총 425쪽 분량이지만 후주만도 114쪽인 책이다. 수많은 참고문헌들을 읽고 책에 기술된 문장마다 후주를 명기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공부하는 사주명리학에서 타고난 사주팔자와 인연론을 결합하여 통변해야 하는 이론적 배경을 어렴픗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음을 비우고, 가공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채소 위주의 건강식으로 섭생을 해야 하며, 하나하나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해야함을 알게 된다. 우리의 경험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아 길러야 하는 젊은이들은 꼭 이 책을 읽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