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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을 읽다.

아진돌 2023. 11. 20. 09:56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식·권오현 옮김(2022), 『확장된 표현형』, 서울시: (주)을유문화사, 초판1쇄 2004.7.30., 전면개정판 1쇄 2016.6.30., 리커버판 1쇄 2022.10.30.

 

2023년 11월 18일(토)에 그동안 조금씩 읽어오던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을 마저 읽었다. 이 책은 Richard Dawkins(1982, 1999)의 『The Extended Phenotype』을 번역한 책이다. 지난번에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서 저자가 제13장에서 이 장은 『확장된 표현형』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몇 가지를 기초한 장이라고 말하며, 실은 지금 당장 이 책을 접고 『확장된 표현형』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마침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어 있어서 빌려 읽게 되었다.

 

이 책도 역시 옮긴이의 말이 책의 첫머리에 실려 있다. 옮긴이들은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 교수가 “전문가들을 위해서 작정하고 쓴” 가장 도킨스 다운 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확장된 표현형』을 읽지 않고 도킨스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책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진화생물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어렵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저자가 반박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번역의 문제인지 진화생물학에 전공자가 아니라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읽기에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저자가 <옥스퍼드 문고판에 붙이는 메모>에서 “나는 과학자나 저자 대부분은 그 밖의 다른 건 읽지 않아도 좋으나 부디 이것만은 읽어 주길 바란다고 말할 작품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 대상은 『확장된 표현형』이다.”라고 말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었다. 나는 생물학자는 아니지만, 끝까지 읽기로 했다. 일반인들은 책의 말미에 수록된 <용어사전>을 참조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는 것은 나에게는 역부족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소개한 내용을 전재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 혹은 운반자(vehicle)일 분“이라는 주장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던 저자가 이 책에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우리를 또 한번 고민에 빠뜨렸다. 유전자가 그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게끔 개체(운반자)를 고안했다는 주장도 혁명적 발상인데,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기 때문이다. 즉, 그 유전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개체들마저도 자신의 유전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책의 첫 문장은 “이 책은 뻔뻔한 변호문이다.”로 시작한다. 앞부분은 도킨스 교수의 『이기적 유전자』 등 앞선 저술들에 대한 반박이나 비평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진화생물학에서 논쟁하고 있는 것들이 용어의 정의와 작은 단위의 개념 등을 명백히 하기 위한 토론들이 많음을 알고 조금은 놀랐다. 생물을 연구하는 분야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관점들을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용어의 정의와 이론들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학자들의 토론장에 놓인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학문의 장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생각에 공감이 간다. 다윈의 진화론처럼 굵은 획을 긋는 이론들은 사실 이처럼 작은 단편들의 진화를 통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류사를 뒤흔든 커다란 이론들은 대가들에 의해 거의 스텝(step) 함수처럼 나타났던 과학사를 상기해 본다.

 

책을 읽으며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유기체가 보유한 DNA의 양은 엄밀히 말해 유기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더 많다. DNA의 상당 부분은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다. 우리의 DNA 사슬에 자리 잡고 있는 많은 잉여 DNA에 관해 기생자로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또한,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는 유전정보는 핵산에서 단백질로 번역되나, 반대로는 불가능하다. 발생학의 중심원리는 유전자는 유기체가 지닌 거시적 형태나 행동을 어떤 의미로 암호화할 수는 있지만, 거꾸로는 불가능하다. 즉, 몸의 형태나 행동은 단백질로 역번역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후성유전학의 중심원리도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