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0일 대전 한밭문화원의 12월 문화탐방에 참여하여 충북 충주시 살미면 토계리 산 5-1에 있는 수주팔봉 출렁다리에 다녀왔다. 수주팔봉(水周八峰)은 물을 둘러싸고 있는 8개의 봉우리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안내판의 설명을 보면, 달천 강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마을인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팔봉마을에서 달천 건너 동쪽 산을 바라볼 때, 정상에서 강기슭까지 여덟 개의 봉우리가 떠오른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충주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는 수주팔봉을 ‘물 위에 선 여덟 개 봉우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살미면 토계리 쪽으로 접근하여 수주팔봉 출렁다리를 구경하고 출렁다리를 건너 팔봉마을을 내려다보는 전망대까지 다녀왔다. 지금은 출렁다리가 더 멋진 경관을 제공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 것 같다. 출렁다리는 1963년에 시행된 농지개량사업으로 칼바위 능선을 절단한 곳 위에 놓은 다리이다.
1960년대 식량 자급이 최우선 과제이던 시절에 농지 확보를 위해 산기슭을 절단하여 달천 바로 옆으로 흐르던 오가천 물길을 달천으로 흐르게 한 곳에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출렁다리 밑으로는 오가천 물이 달천으로 떨어지는 인공 폭포가 만들어져 있다. 산기슭을 절단하여 오가천 물길을 돌리고 오가천이 흐르던 나머지 구간을 막아 농지로 만들기 위한 농지개량사업이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수주팔봉의 몸 한가운데가 잘려 나간 셈이다. 지금처럼 쌀이 남아도는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자연을 손댄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절박한 시대상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대신 지금은 더 멋진 출렁다리를 보여주고 있다.
지도로 보면 수주팔봉(493m)이라는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는 봉우리가 있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달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암봉으로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각기 이름도 있다고 한다. 가장 높은 칼바위는 493m에 이른다. 팔봉 마을 쪽에서 바라보면 파노라마를 펼치듯 고개를 돌려가며 봐야 수주팔봉 전체를 가늠할 수 있다. 마치 대형 스크린 앞에 선 듯 깎아지른 암봉들이 그려내는 장관에 압도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수주팔봉 출렁다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라 안개가 자욱하다. TvN 방송에서 방영한 드라마 빈센조 촬영지라는 안내 팻말이 있는 오가천 둑방에서 멋진 경치를 구경하고 데크 계단을 오르면 출렁다리 입구에서 모원정이라는 정자를 만난다. 충주에 사는 한 농부가 부모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다. 개인이 지은 정자라고 해도 화려하게 단청까지 마친 정자이고 공포의 모양이나 팔작지붕 등을 보면 수준 높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모원정에 오르는 계단 옆에서 소나무 사이로 내려다보면, 농지를 만들기 위해 인공으로 깎아낸 자리에 놓인 출렁다리와 달천으로 떨어지는 팔봉폭포의 물길이 하얀 비말을 만들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전망대로 올라가면 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팔봉마을이 보인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예천의 회룡포, 영주 무섬마을처럼 길지로 알려진 지형이다. 하회마을이나 회룡포에 비해 팔봉마을은 동네를 동그랗게 휘감고 도는 달천의 모습과 천변의 백사장이 훨씬 멋지다. 마침 햇빛이 나타나면서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팔봉마을의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관세음보살님을 세 번만 부르면 안개가 걷힐 것이라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나무관세음보살!
충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에 소개된 수주팔봉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에 옮겨 놓는다. 수주팔봉이 온전한 모습이던 조선 철종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왕이 꿈에 여덟 개 봉우리가 비치는 물가에 발을 담그고 노는데, 발밑으로 수달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신선이 된 듯했다. 그 꿈이 현실처럼 생생해 영의정을 불러 얘기했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을까? “충주의 수주팔봉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라는 이조판서의 말에 왕이 직접 충주까지 간다. 배를 타고 수주팔봉 칼바위 아래 도착한 철종은 “과연 꿈에서 본 그곳이구나” 감탄하며 달천에 발을 담그고 한동안 놀았다고 한다. 지금도 왕이 도착한 나루터와 마을은 ‘어림포’, ‘왕답마을’로 불린다.(출처: 청주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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