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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근 지음, 『원각경 강의』를 읽다.

아진돌 2024. 3. 2. 14:31

남회근 지음, 송찬문 옮김(2012), 『원각경 강의』, 충남 공주시: 마라연, 1판1쇄 2012. 5. 20., 1판2쇄 2012. 8.20.

南懷瑾(1992), 『圓覺經 略說』, 老古文化事業股份有限公司, 1992.

 

2024년 3월 1일(금)에 그동안 읽어 오던 남회근 교수의 『원각경 강의』를 읽었다. 이 책은 남회근 교수가 1983년 대북의 시방총림서원(十方叢林書院)에서 원각경을 강의한 기록으로 고국치(古國治) 학우가 정리하고 교정하는 책임을 맡았다. 『圓覺經』은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내용을 담은 경전인 요의경(了義經)으로, 인생의 고통과 번뇌를 철저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경전이며, 어떻게 수행 성불할 것인지를 가리켜 이끌어 주는 경전일 뿐 아니라, 경문의 문자가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읽어보면 정말 하나의 큰 음미와 즐거움을 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증학이 주류를 이루던 청나라 때는 양계초(梁啓超)는 『圓覺經』, 『楞嚴經』, 『大乘起信論』이 의경(僞經)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짜라도 아주 훌륭한 가짜여서 묘하게도 불경 중에서 문장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이 2경1론이라고 여겼다 한다. 남 선생은 이것이 진정한 불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원각경과 능엄경은 마땅히 불교의 무상밀부(無上密部)라고 말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경전을 번역한 불타다라(佛陀多羅)는 오늘날 인도의 카슈미르 사람이라고 한다. 『佛祖統紀』 제39권의 기록에 따르면, 서기 655년(당나라 영휘 6년)에 백마사에서 원각경 1권을 번역했다고 한다. 불경 번역과 관련하여 모르던 사실도 이야기해 주셨다. 구마라집이 한 마디를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토론하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참작했다고 한다. 왕왕 한 글자 때문에 토론을 여러 달 동안 하고 나서야 비로소 불경 한마디를 확정했다고 한다. 당나라 때 현장법사의 역경원에는 3천 명이나 되는 인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메모한 분량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는 말이 길어졌다. 『원각경』의 원제목은 『대방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圓覺修多羅了義經)』이며, 중기 대승경전으로 분류되는 경전이다. 석가모니불께서 12명의 보살의 질문에 답한 경전이다. 등장하는 보살의 순서를 유의 깊게 보라고 한다. 제1장에서 대지 문수보살이 등장하고 제2장에서는 대행 보현보살이 등장하며 끝부분의 제11장에서는 원각보살, 제12장에서는 현선수보살(賢善首菩薩)이 등장하여 마무리한다.

 

지혜의 성취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맨 먼저 등장하여 지혜에 대해 설하시고, 대행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이 등장하여 지혜의 행함을 설하고, 보안보살(普眼菩薩)이 등장하여 눈이 지혜의 방편임을 설하신다. 보안보살의 경계가 있고 난 다음에는 금강장보살의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경계를 설하신다. 그다음에 부처님의 자리를 계승한 미륵보살이 나온다. 그다음 청정한 지혜를 얻어야 하므로 청정혜보살(淸淨慧菩薩), 청정한 지혜가 있어야 위덕이 있으므로 위덕자재보살(威德自在菩薩), 다음이 변음보살(辨音菩薩), 정제업장보살(淨諸業障菩薩), 업장이 소멸한 다음에 비로소 보각, 원각이 되므로 보각보살(普覺菩薩), 원각보살(圓覺菩薩)이 나오고, 성불하고 나면 현선수보살(賢善首菩薩)이 되는 맥락이다.

 

번뇌 망상이 일체중생이 업을 짓는 근본이며, 번뇌 망상이 청정해지면 진리를 증득하여 성불한다. 부처님은 문수보살에게 “一切如來本起因地, 皆依圓照淸淨覺相, 永斷無明, 方成佛道(일체여래본기인지, 개의원조청정각성, 영단무명, 방성불도)”라고 이르신다. 무릇 성불하고자 하면 반드시 이 원각수행법에 의지하여야 한다.

 

문수보살, 보현보살, 보안보살, 금강장보살까지 네 분은 한 조로서 질문한 내용은 무상대법(無上大法)이었는데 頓悟(돈오) 법문이라 할 수 있고, 미륵보살부터의 시작은 漸修(점수)를 대표하며, 청정혜보살, 위덕자재보살, 변음보살까지 네 분은 한 조로서 三乘道(삼승도)의 의미를 대표한다. 제8장 변음보살 장에서는 보살의 25종의 수행법문이라 하여 25가지 수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사마타(奢摩他), 삼마발제(三摩拔提), 선나(禪那), 이 세 가지 법을 頓(돈)과 漸(점)으로 결합하여 닦으면 25가지 방법이 있다. 사마타는 지극히 고요한 止(지)의 원칙이고, 삼마발제는 변화관의 원칙이며, 선나는 적멸선정의 원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9장에 등장하는 정제업장보살부터 보각보살, 원각보살, 현선수보살까지는 모든 업장을 소멸하여 업장이 청정해지면 도를 깨닫는다. 성불에 이르는 동안의 수행과정을 설명한다. 정좌 수행하는 동안에 相에 집착하지 않고 마구니에 집착하지 않도록 금강경에서 말한 “凡所有相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폐관 수행까지도 하시며 깊은 수행을 하신 분이 수행방법을 들으며 성불하기 위하여 수행하시는 스님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수행도 젊었을 때 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리가 굳어 가부좌조차도 잘 안 되는 몸이지만, 정좌 수행을 시작해볼까 하는 발심을 마음만으로라도 해본다.

 

남회근 선생은 끝으로 이 경전의 비밀이라 말씀하시며, “이 경을 따라 점점 닦아 증진해 나가면 성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11번째 원각보살에서부터 시작하여 거슬러 올라가면 그게 바로 점차 증진의 비결입니다. 그렇지 않고 제일 첫 번째 문수보살부터 시작하면 광선(狂禪)의 길로 빠지기 쉽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강의는 출가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강의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 것은 지혜를 이해하고 수행을 통해 닦아서 증득해야 깨달음으로 가는 것임을 강조하시며, “이해한 것을 깨달은 것으로 잘 못 여겨 미쳐도 보통 미친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말 불경을 공부하는 재가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다. 남회근 교수의 강의를 읽으면 항상 뿌듯하다. 이번에도 좋은 가르침을 주신, 이미 하늘에 계시는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연기(머릿말)에서 설명하신 원각경에 관한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