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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백종원의 우리술』을 읽다.

아진돌 2024. 8. 6. 21:11

백종원(2023), 『백종원의 우리술』, 경기도 파주시: 김영사, 1판1쇄 2023.12.15.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지은 『백종원의 우리술』을 읽었다. 이 책은 세 Part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Ⅰ에서는 우리 술의 세계로 안내라는 제목으로 우리 술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고 있고, ‘백중원의 막걸리 쉽게 빚기’라는 제목으로 술을 빚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Part Ⅱ에서는 전국 방방곡곡 우리술 양조장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전통주나 가양주를 제조하고 있는 39곳의 양조장을 탐방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Part Ⅲ에서는 누룩과 효모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누룩을 제조하는 금정산토산주, 광주광역시의 송학곡자, 경남 진주시의 진주곡자, 전북 정읍시의 한영석 발효연구소, 경기도 남양주시의 이스트 디자이너스를 소개하고 있다.
 
수년 전에 약재를 넣어 막걸리를 만들어 보았으나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 책을 흥미 있게 읽었다. 술을 빚는다는 것은 정성과 과학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 예전에 왜 술 빚는 것을 실패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선 술에 관한 용어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이 고급스럽고 다양한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쌀이 모자라던 시기에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어 많은 민속주와 전통주들의 맥이 끊어졌었다. 이제는 쌀이 남아돌다 보니 농업진흥청 등에서 전통주 빚는 법을 교육하고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1965년부터 시행된 양곡관리법에 따라 증류식 소주가 금지되면서 우리나라의 유명한 전통주들의 제조가 금지되었고, 희석식 소주만이 소주인 것으로 알려지고 우리의 입맛이 길들여진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1990년에 양곡관리법이 개정되어 증류식 소주가 다시 만들어졌다고 한다. 프랑스의 와인 종류와 영국의 위스키 종류가 명주인 줄 알았는데 우리 쌀로 빚는 전통주나 가정에서 빚었던 가양주 등에도 유명한 명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다.
 
전통주를 만드는 분들의 면모를 보면,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비법으로 가양주를 빚어 상품화하는 분들과 전통주 교육기관인 한국가양주연구소, 한국전통주연구소, 배상면연구소 등에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전통주연구소의 박록담 소장은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여 우리나라 전통주 양조업계를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한 분 같다. 농업진흥청이나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등도 우리 쌀과 농산물의 소비 촉진을 위해 전통주 제조를 독려하고 있었다.
 
1965년에 제조가 금지되었다가 1990년에 다시 허가가 된 증류식 소주 이야기를 읽으며, 1970년대에 ‘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캠페인을 벌이던 산아제한 이후에 최근의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지만, Part Ⅰ에서는 동동주, 막걸리, 약주, 청주, 희석식 소주, 증류식 소주 등에 관해 공부할 수 있다. 우선 술이란 알코올이 1% 이상 들어간 음료이다. 알코올 농도 1%인 모주부터 술인 셈이다. 물론 모주 중에서 알코올이 1% 미만이라 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주도 있다고 한다. 누룩을 1% 미만만 사용하면 청주이고, 1% 이상이면 약주라고 한다. 청주는 일본식 양조법으로 쌀을 원료로 하고, 약주는 녹말이 포함된 원료를 사용한다. 동동주는 술이 익을 때 떠오르는 밥알을 미리 건져두었다가, 다 익어 맑아진 동동주를 마실 때 고명처럼 밥알을 띄워주는 것이라고 한다.
 
희석식 소주는 쌀, 고구마, 감자, 타피오카 등의 전분을 이용하여 발효시킨 후 아파트 높이 15층 높이의 60단 연속식 증류기로 140번 증류하여 95도에 이르는 에탄올 즉, 주정을 만들고, 이 주정에 정제수를 섞어서 알코올 도수를 낮춘 소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9개 회사가 주정을 만들고 ‘대한주정판매’에서 다 모아서 각 소주 회사로 공급한다고 한다. 증류식 소주는 유기로 만든 소줏고리라는 증류기로 소주를 내린 후 바로 마시지 않고 일정 기간을 숙성하는 소주이다.
 
술을 빚는 방법에 따라 밑술에 덧술을 한 번 더하는 이양주, 덧술을 두 번 더하는 삼양주 등과 오양주 등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방법과 왜 비싼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담금주와 과일주 등에 관해서도 공부할 수 있다. 35도에서 40도 되는 소주에 과일이나 약재를 넣어 그 향과 맛을 우려내는 담금주와 과일주에 관해서도 공부하게 된다. 과일주는 과일이 완전히 익은 것보다는 살짝 덜 익어서 신맛이 살아있고 육질이 단단한 것을 사용하고, 꿀이나 올리고당을 넣어 준다고 한다. 과일주는 2∼3개월 정도 두었다가 맑게 걸러서 밀봉한 후 숙성하면서 마신다고 소개하고 있다.
 
Part Ⅱ에서는 전국의 유명한 양조장의 주소와 전화번호, 제품명 등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어서 메모해 두고 그 지방을 여행할 때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선조들이 마시던 명주나 양반 가문에서 내려오던 가양주를 제조하는 양조장도 있고, 전통주 제조법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후 양조장을 차려 명주를 빚고 있는 양조장도 있다. 특히 한산소곡주처럼 양조법을 표준화하여 여러 농가에서 제조하더라도 동일 상표로 동일 품질의 18도의 소주를 판매하는 술도 소개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에서 157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산소곡주 명품화사업’을 착수하여 2019년 현재 68개 양조장에서 제조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막걸리 병을 넘치지 않도록 따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술집에서 막걸리를 딸 때 한 번씩은 해보았던 방법들이다. 사진으로 첨부하였다. 부록에서는 가양주, 과하주, 리큐어, 누룩, 입국 등 술과 관련된 용어들을 설명하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은 이 책을 통해 술에 관해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술을 잘 못 먹는 나로서도 술을 담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지난 2024년 8월 21일자 신문에서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충남 예산으로 이사온다는 기사를 읽고 스크랩하여 여기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