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0일(일)에 대전한겨레산악회를 따라 남파랑길 부산구간 4코스를 걷는 중에 부산광역시 사하구 다대동 산 144 일원에 있는 몰운대(沒雲臺)를 둘러보았다. 낙동정맥의 마지막 종점인 몰운대를 2010년도에 낙동정맥을 종주를 마치며 다녀간 후 14년만에 다시 찾았다. 예전에 걸었던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아 처음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형이 바뀐 것인지 내 기억이 희미해진 것인지 헷갈렸다. 몰운대는 인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맞아 다대포 해전을 치른 곳이기도 하고, 1970년대 아시아의 물개로 이름을 날리던 조오련 선수가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헤엄쳐 건널 때 출발한 곳이기도 한다.
서쪽 다대포 해수욕장 동쪽에 있는 몰운대는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맞닿는 곳에 자리한 명승지로 16세기까지 ‘몰운도’라는 섬이었으나, 낙동강 상류에서 밀려온 토사가 쌓여 다대포와 연결되면서 지금은 섬과 육지 사이의 얕은 바다에 모래가 퇴적되어 사주를 만들어 연결된 섬인 육계도의 모습을 하고 있다. 1972년 부산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부산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다대포와 인접하고 있으며 그 넓이는 14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낙동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형상의 조건으로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어 모든 것이 시야에서 가리워지기 때문에 ‘몰운대(沒雲臺)’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몰운대를 소개하고 있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을 보면, 다대포와 몰운대는 조선시대 국방의 요충지로서 임진왜란 때는 격전이 벌어졌으며, 이순신 장군의 선봉장이었던 녹도만호(鹿島萬戶) 충장공(忠壯公) 정운(鄭運, 1543~1592)도 이 앞바다에서 500여척의 왜선을 맞아 힘껏 싸우다가 순국하였다.
정운 장군은 이곳의 지명을 몰운대라 한다는 말을 듣고 ‘운(雲)’자와 자기 이름의 ‘운(運)’자가 같은 음이라는 점에서, “내가 이 대에서 죽을 것이다(我沒此臺).”라 하였다고 전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정운을 위한 사당이 세워졌다고 하나 찾지 못했고, 그의 순절(殉節)을 기리는 유적비가 서 있다.(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몰운대)
다대동에서 낙동정맥 최남단이라는 석조물을 지나 공원내로 들어가서 조금 올라가면 화손대로 가는 삼거리를 만난다. 남파랑길 4코스는 화손대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몰운대 해안가를 걸어서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배드민턴 코트가 있는 네거리에서 남파랑길은 우측 길이지만, 잠시 멋어나 화손대로 향했다. 화손대가 내려다 보이는 초소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왔다. 화손대까지 내려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할듯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배트민턴 코트로 되돌아와서 몰운대 전망대로 향한다. 조금 걸으면 파도에 밀려 조약돌들이 구르는 소리가 요란한 자갈마당을 지난다. 부산에는 자갈마당이라는 명칭이 있는 곳이 참 많다. 잠시 바닷가로 내려가 돌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신기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몰운대 전망대에서 주변의 섬들을 구경한다. 화손대와 고래섬 사이의 수로인 화준구미를 보며 임진왜란 때 싸우시던 이순신 장군과 수군들을 생각해 본다. 화준구미는 임진왜란 다대포 해전의 시발지였으며 조오련 선수가 대마도로 헤엄쳐 건너기 위해 출발한 곳이기도 한다. 바로 앞에는 너무나 모자를 닮은 모자섬을 볼 수 있다.
몰운대 전망대에서 주변 바다를 구경하고 조금 더 걸으면 정운공 순의비 쪽으로 가는 길과 만난다. 내려가 보지 못하고 곧바로 다대진 동헌으로 올라와 동헌 건물을 구경한다. 동헌 건물 앞의 약수터에서 물을 채우고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남파랑길은 임도 왼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 다대포해수욕장이다. 예전에 낙동정맥을 마치고 다대포 해수욕장 백사장에 모두 모여서 완주패 수여식도 하고 뒷풀이도 했던 기억이 나지만, 다대포 해수욕장은 전혀 생소한 장소처럼 보였다. 어쨌든 옛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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