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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사이먼 윈체스터(2024), 『지식의 탄생』을 읽다.

아진돌 2026. 2. 18. 13:35

사이먼 윈체스터(Simon Winchester) 지음, 신동숙 옮김, 『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서울: (주)인플루엔셜, 초판1쇄 2024. 8. 30.
 
2026년 2월 18일에 사이먼 윈체스터(Simon Winchester)의 『Knowing What We Know』를 번역한 『지식의 탄생』을 읽었다. 서너달 전부터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그냥 반납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번에 설 연휴를 맞아 끝까지 읽었다. 저자는 1944년에 영국의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지질학을 공부했고, 1967년에 언론계에 뛰어들어 1969년부터 1980년대까지 《가디언》에서 기자로 일하신 저술가이다. 1974년에 첫번째 책 『신성한 테러(In Holy Terror)』를 출간한 뒤 현재까지 30권 가까이 집필한 저술가라고 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번역서의 서명인 『지식의 탄생』은 책의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내용은 지식의 기원이나 생성보다는 지식에 대해 우리의 인식이나 이해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제목 "Knowing What We Know"를 직역한다면 우리가 아는 것을 안다는 것, 또는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안다는 것의 의미이다. 이 책은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구전으로 전수되던 지식부터 최근의 디지털 미디어와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형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지식의 정의부터 문자의 발명, 지식의 저장소인  도서관과 박물관 이야기,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과 인공지능까지를 다루고 있다.
 
대체 지식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서 내가 인공지능 제미나이(Gemini)에게 물었더니, "교육, 학습, 경험, 연구 등을 통해 얻게 되는 정보, 이해, 기술의 총체"라고 답한다. 저자는 45쪽이나 되는 프롤로그에서 지식의 정의를 '정당화된 참된 믿음(JTB, Justified True Belief)'이라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지식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라고 시작한다.  이 책은 지식이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수많은 원천에서 인류에게 전수되는, 그 전달 수단이 수천년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이야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식이 어떤식으로 탄생하는지 등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빌렸는데 조금 읽다보니 실망스러웠으나, 책을 읽으며 저자의 박식함과 다양한 일화를 읽으며 놀라게 되었다. 연월일까지 자세히 언급하며 많은 동서양의 일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등 매력적인 정보들이 많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지만, 개별 주제들이 각각 독립된 책으로 나왔다면 더 보람있었을 것이라는 일부 서평에 공감이 가는 책이다. 최근에 발간되는 서양 책들이 서양과 동양의 역사나 인물 등을 가급적 동등하게 다루려는 의도가 엿보이듯이, 이 책도 중국, 일본 등의 동양의 역사 등을 무게있게 다루고 있고, 비슷한 글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점도 엿보인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야 이해가 된다. 그래도 이 책에서 금속활자를 언급하며 한국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583쪽 분량의 방대한 저술로, 프롤로그에 이어 제1장 배움의 시작부터, 최초의 도서관, 지성의 행진, 조작의 연대기, 생각이 필요없는 시대, 위대한 지성의 발자취 등 6개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제1장 배움의 시작에서는 인도 빈민가에서 2003년에 학생 11명, 교사 3명, 파트타임 조리사를 갖춘 학교가 문을 연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원전 1700년 경에 세워졌던 인류 최초의 학교인 수메르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근대에 이르러 일본에서 서구 문영을 받아들이는 일화로 일본의 1만엔 지폐에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를 소개하고 있다. 서양 문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에도 막부의 통치자들에게 일본이 완전히 개화할 경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를 소개한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미국의 대학진학능력 기초시험(SAT, Scholastic Assessment Tes)과 중국의 일반대학입학 전국공통시험(普通高等学校招生全囯統一考试, 보통고등학교 초생 전국통일고시)인  가오카오(高考)를 소개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지식의 저장소로서 도서관부터 , 백과사전, 박물관, 위키피디아 등을 소개하고 있다. 고대 도시 니네베에서 점토판을 보관하던 도서관부터 현대 도시들의 국립도서관을 다루고, 도서관의 장서 분류체계인 듀이 십진분류법과 주제의 알파벳 순으로 분류하는 런던 도서관의 분류법을 소개한다. 예전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한 질씩 가지고 있었고, 나 역시 갖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못샀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문자로 기록한 지식을 저장하는 곳과 다르게 실물을 보관하는 박물관에 관하여 이야기 한다. 현대적 용도로 건립된 최초의 박물관으로 1779년 독일 중부 카셀에 건립된 프리데리치눔(Fridericianum)과 1793년에 문을 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1823년에 개관한 런던 영국박물관, 1846년에 개관한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중국 대만의 국립고궁박물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최근에 집단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참여형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대한 역사와 관련 일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위키(wiki)는 빨리빨리라는 폴리네시아어 위키위키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제3장 지성의 행진 장에서는 점토판과 파피루스에 이어 나무로 종이를 발명한 중국 후한이 채륜(蔡倫, AD 50~121)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으며, 인쇄술의 발전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있다. 인쇄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던 서구의 쿠텐베르크와 국가 조직이었던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의 금속활자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종이를 활용한 신문과 함께 공영방송의 역할까지를 관련 일화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제4장 조작의 연대기에서는 여론을 조작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행해진 홍보활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침 식사로 커피와 토스트로 가볍게 먹던 미국인들에게 영국인들의 아침 식사처럼 베이컨과 달걀을 먹는 식단으로 변화시킨 베이컨 회사의 홍보의 예와 미국 여성들에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홍보한 담배회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놀라게 된다. 방송을 통해 독일 국민들을 현혹시켰던 나치 시절의 괴벨스의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제5장  생각이 필요없는 시대에서는 항해술과 기계식 계산기, 전자계산기, 워드 프로세서 등의 역사와 위성합법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최근에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등을 소개하며, '아무 것도 알 필요가 없다', '지식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 등의 쇼킹한 서브 타이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항해술에서 사용하고 있는 노트(knot, 매듭)라는 단위의 어원을 처음 알게 되었으며, 디지털 기억 상실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디지털 기억 상실증이란 온라인에서 검색한 단어를 찾자마자 곧바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증상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가끔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우주선에 탑재된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 했던 말을 소개하고 있다. "기계가 모든 것을, 영원히 다스릴 것이다. 그리고 기계는 우리를 애완동물로 키울지도 모른다."라는 말로 제5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제6장 위대한 지성의 발자취에서는 앞의 내용과는 조금 달리, 역사적으로 위대한 전환점을 만든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의 원조이며 지금도 인터넷의 기반이 되고 있는 월드와이드웹(www, world wide web)을 창시한 영국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송나라때 나침반을 발명한 심괄(沈括, 1031~1095), 아프리카 지도자 제임스 빌과 에드워드 블라이든, 인도의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언어의 천재 하리나스 데,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였던 벤저민 조엣, 위대한 지성 영국의 버트런드 러셀, 우주선 챌린지호의 폭발 원인을 밝힌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지혜로운 천재 프랭크 램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재앙의 군주로 표현하고 있는 원자폭탄이 만들어지고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역사를 많은 페이지를 할당하여 소개하고 있다. 폴리네시아의 위대한 뱃사람이자 전통 항해사인 마우 피아일루그, 아리스토텔레스, 공자를 소개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를 비교하는 문장에서는 서양인의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위인들에 대해서는 여기에 설명을 인용하지 않았다. 언제라도 챗GPT(chaGPT),  제미나이(Gemini), 코파이롯(Copilot), 그록(Grok), 클로드(Claude), 뤼튼 등 AI에게 물어보면,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전망을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뇌의 과로를 덜어주는 이 모든 놀라운 기계가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사고능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하며, 반대로 "일상적인 과업의 폭풍과 스트레스를 없애고, 정신의 신호 대 잡음 비율을 낮추어서 정신이 맑아지면, 덜 흐릿하고 덜 부담스럽고 덜 괴로운 상태로, 늘 잠재되어 있던 정신적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는 사려 깊고, 배려하고, 인내심 있고, 현명한 사람이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끝으로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은 사진으로 첨부하였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사진을 확대해서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한 42행 성경
▲ 여성들도 공공 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권리가 있다는 논리를 폈던 담배회사의 홍보물
▲나침반을 발명한 송나라 심괄(沈括)
▲폴리네시아인들의 전통 항해술을 보여주었던 폴리네시아의 위대한 항해사 마우 피아일루그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
▲ 이 책의 마지막 문단 -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주게 될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