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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2015). 『황제내경과 생명과학』을 읽다.

아진돌 2017. 1. 3. 12:18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2015). 황제내경과 생명과학. 서울: 부키. 초판 발행 2015.9.10.

 

20161224일에 대만의 남회근(南懷瑾)(1918-2012) 선생이 20074월과 5월에 상해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황제내경과 생명과학을 읽었다. 남회근 선생은 중국의 절강성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사서오경을 읽었고 무예, 문학, 서예, 의약, 역학, 천문 등 동양학을 익혔다고 한다. 1949년 이후 대만에서 살면서 많은 강의와 저서를 통해 동양사상을 전파하였고 2006년 이후에는 중국 강소성에서 태호대학당을 만들어 교육사업에 힘을 쏟았다. 간자체로 교육을 받아 중국 고전 읽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중국문화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며 고전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황제내경전체를 강의한 내용이 아니다. 남회근 선생이 강독한 부분은 소문(素問)81편과 영추(靈樞)81편 중에서 소문 7편과 영추 2편을 강독한 내용이다. 강독한 9편도 모든 것을 다룬 것은 아니고 일부를 발췌하여 다루었다. 따라서 이 책은 황제내경에 대한 전문적인 강독서라기보다는 황제내경의 강독을 통해 남회근 선생의 동양 사상 등 해박한 지식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첫째 날 강의에서 남회근 선생은 현대인들의 꼴불견은 과학에 대한 맹신이고 이런 맹신은 종교에 대한 미신보다 훨씬 무섭다고 말하며, 과학 자체에는 정론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상고의 과학의 발달은 아마도 이전의 인류로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했을 때 그 복잡한 것을 하나의 글자로 집약해 표현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자 한 글자마다 그 글자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잘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둘째 날 강의에서 황제내경은 중국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서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삼현(三玄)의 학문으로 역경, 노자, 장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남회근 선생은 여러분이 의학을 공부하든 기술을 공부하든 바로 박고통금(博古通今)해야 한다. 고대의 것을 알뿐만 아니라 현대의 것도 알고 거기다 미래의 것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셋째 날 강의에서는 황제내경에는 주요한 관점이 있는데 도가에서 말하듯이 생명에서 중요한 것은 양생(養生)과 보양(保養)이지 위생(衛生)이 아니라고 말하며 서양 의학이 위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의 차이점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날인 다섯 번째 날에는 중국문화의 단절은 5·4운동에 이르러 한 칼에 허리가 동강났고 문화대혁명에 이르러서 다시 한차례 겁탈 당했다고 말하며 간자체의 도입을 안타까워했다. 개혁개방 이후 여러분이 보기에 평안할지 몰라도 사실은 더 위험하다고 말하며 맹자의 生於憂患 死於安樂,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고 하였다. 마지막 날 둘째 시간에는 한 국가와 인류의 문화는 그 정치사상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정책에서는 모두 하나의 약 처방을 하게 마련이라고 말하며, 예를 들어 유가의 처방을 인의(仁義)였고, 기독교의 처방약은 박애(博愛)이며, 부처님의 처방은 평등이었다고 설명하였다.

   

황제내경에는 약 처방은 없다고 한다. 중국의 의서를 종합해보면 첫째가 폄(), 둘째가 침(), 셋째가 뜸(), 넷째가 탕약(湯藥)이라고 말하며, 병이 이미 오장육부에 다다르면 탕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였다. 상약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신··(上藥三品 神輿氣精)이라고 말하며 불교에서 말하는 (에 해당), (에 해당), (에 해당)과 같다고 소개하였다. 끝으로 책은 펴기만 해도 유익하다(開卷有益)”이라는 송 태종의 말을 빌려 고전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강독을 마무리 하면서 음양오행을 공부하려면 역경을 배워야 한다. 음양오행은 제자백가 속의 음양가의 학문에 속하지만 천문과도 관계가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음양가가 뒤에 사주나 풍수로 바뀌어 버렸다는 점이다라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남회근 선생의 강의록을 번역한 책이지만 중국의 구어체로 작성된 책을 우리말 구어체로 번역하여 그런지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은 책이다. 남회근 선생의 음양오행론 등 동양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