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켄 윌버 지음, 김철수 옮김(2012). 『무경계』를 읽다.

아진돌 2017. 1. 6. 19:06

켄 윌버(Ken Wilber) 지음, 김철수 옮김(2012). 무경계(No Boundary)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동서고금의 통합적 접근. 서울: 정신세계사. 초판 발행 2012.9.28. 초판 제122016.8.12.

   

지난 해 12월에 직장 동료로부터 소개받아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을 해를 넘겨  드디어 201716일에 일독하였다. 마음공부를 하는 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책을 서양인이 지은 책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양인이기에 이렇게 좋은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며, 저자가 존경스럽고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1949131일에 미국 오클라호마시에서 탄생하였다. 1967년 듀크(Duke)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다 1년도 안 돼 노자의 도덕경을 접한 후 동서양의 심리학과 철학에 빠졌다. 하루에 8 시간 이상을 24권의 책을 독파해가는 독학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책 커버에서 소개된 바에 따르면 저자 켄 윌버(Ken Wilber)는 우리 시대에 가장 널리 읽히는 저술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불과 23세의 나이에 집필한 의식의 스펙트럼이란 명저를 통해 인간의식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래 20여 권의 저서를 발표하여 심리학과 철학, 인류학, 동서양의 신비사상,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총 망라하여 인간의식의 발달과 진화에 대한 통합이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부터 현대의 각종 심리치료학 등을 명쾌하게 소개하고 통합하는 통합심리학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무경계라고 번역된 이 책은 No Boundary: Eastern and Western Approaches to Personal Growth를 번역한 책으로, 저자의 첫 번째 저서로 꽤 두껍고 다소 학술적인 의식의 스펙트럼(The Spectrum of Consciousness)의 대중판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거의 30년 전에 쓴 자신의 두 번째 책이지만 여전히 가장 대중적인 책으로 남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상담심리학 과목을 수강하여 서양 심리학에 대한 개요를 공부한 나로서는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는데 이런 저자의 말을 듣고 나면 약간 기가 죽는다.

   

저자는 1979년에 쓴 초판 머리말에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심리학자의 의견과 영적 스승이 의견이 따로 보면 충분할 설득력이 있지만, 함께 보면 서로 전적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다. 나는 이런 다종다양한 관점들을 더 큰 그림(전체)의 일부로 조망하는 일종의 통합을 시도했다. 나는 치료, 치유 및 내적 성장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들을 의식의 스펙트럼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틀로써 화해 시켰다. 이런 접근은 서양의 심리학과 심리치료에 있어서 세 가지 주요 방향이 핵심을 수용하고 통합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첫 번째 방향은 인지-행동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포함하는 전통적 자아심리학이고, 두 번째는 생명에너지학(bioenergetics)와 게슈탈트 같은 인본주의 심리학이며, 세 번째는 정신통합(psychosynthesis)과 융 심리학 및 신비사상 전반과 같은 초개아심리학이다. 이런 식의 포괄적인 관점을 제시한 책은 알기론 이 책 이외에는 없다.”

   

서론에서 저자는 요즘 다양한 의식의 다양한 측면을 다르고 있는 온갖 종류의 학파(심리학파)와 기법(치료기법) 등에 대한 관심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략)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양한 심리학 체계와 종교 체계를 마주하면 도무지 어디에서 시작해야할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리둥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 시작된 서구 심리학이 최근에는 드림바디(dreambody), NLP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치료학 분야로 세분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통합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제안하고 있다. “다양한 심리학파와 종교사상 등이 한 인간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수준에서 상보적으로 접근하고 있었음이 명백해지는 것이다. 또한 스펙트럼의 주 대역 중 어떤 수준에 뚜렷한 목표를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심리학과 종교라는 방대한 분야를 여섯 집단으로 크게 나눠 볼 수 있게 한다.”라고 하며 아래 사진으로 첨부한 치료기법과 스펙드럼의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의학과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아 동서양 사상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어떤 대상이 공간속에 놓여 있다거나 아니면 시간 속에 일어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시공간적 사건만을 논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대목은 현대물리학이 최근에야 밝혀낸 사상이지만 노자와 공자가 이야기한 동양 사상의 핵심이다. 2장에서 대립으로 번역된 음양론과 일음일양(一陰一陽) 변화 개념을 설명하면서 음양, 긍정과 부정 등을 모두 통합하고 조화되게 하는 핵심으로 합일의식을 소개하고 있고,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궁극의 의식 상태로 합일의식에 도달하는 치료법 즉 동양에서 말하는 해탈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깨달음을 도인들이나 도달 할 수 있는 경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심리치료의 하나의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도 삶의 행복을 얻는 방편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부터 신비주의를 하루 빨리 벗겨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사물을 분별함으로써 경계를 짓기 시작하면서 원죄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원죄가 분별하기 시작한 데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분별심을 놓아야 한다는 가르침과 같은 이치이고,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경계의 합일의식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도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도록 지시하신 것은 아마 분별심을 경계한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아담이 해야 한 일은 만물을 구분지어 이름을 짓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아담이 선과 악이라는 대극의 차이점을 알아차리게 되자, 즉 하나의 결정적인 경계를 설정하자, 그의 세계는 산산조각이 났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담 자신도 곧 알게 되었던 것처럼 대극의 세계란 갈등의 세계이다라는 말은 어찌 보면 아담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건방진 행동에 의해 인간의 불행 즉 원죄가 탄생한 것임을 나타내는 말로 들린다.

   

이 책을 일독했다고 표현한 것은 앞으로 마음공부를 위해서 여러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易經을 공부하거나 마음공부를 하면서 태극, 음양, 오행이라는 명확하고도 깔끔한 설명 도구를 사용하는 순간, 미신적이라는 선입견에 오염된 현대인들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서양인들은 동양 사상을 연구하여 나름대로 새로운 이론들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는 융이나 화이트헤드 등 서양의 석학들의 말이나 현대물리학의 성과 등을 차용하여 방편으로 쓰지 않으면 학문으로서의 의사전달에 어려움을 겪는 난센스를 경험하고 있다.

   

좋은 책을 추천하여 준 동료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