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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2014). 『역경잡설』을 읽다.

아진돌 2017. 1. 6. 08:37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2014). 易經雜說. 서울: 부키. 초판 발행 2013.3.18. 초판22015.4.14.

 

201715일에 대만의 남회근(南懷瑾)(1918-2012) 선생이 1975년 겨울에 강연한 내용을 출간한 易經雜說을 읽었다. 현재 주역 공부를 하고 있어서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남명진 교수님의 설명(다음 카페: 남명진교수의 주역 강해, http://cafe.daum.net/ProfessorMJNam 참조)과 또 다른 관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남회근 선생은 중국의 절강성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사서오경을 읽었고 무예, 문학, 서예, 의약, 역학, 천문 등 동양학을 익혔다고 한다. 1949년 이후 대만에서 살면서 많은 강의와 저서를 통해 동양사상을 전파하였고 2006년 이후에는 중국 강소성에서 태호대학당을 만들어 교육사업에 힘을 쏟았다. 간자체로 교육을 받아 중국 고전 읽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중국문화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며 고전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艮卦에서 시작하는 신농시대의 역인 連山易, 乾卦에서 시작하는 황제시대의 역인 歸藏易周易을 설명하고, 주역의 기초 이론들을 설명하였다. 역경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오행사상의 기원에 대해서도 중국 학술사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사실 오행과 역경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역경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행을 몰라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국시대의 유명한 학자였던 도가이자 음양가였던 추연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러 갔을 때와 비교하여 추연은 어디를 가든 예외 없이 큰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天干 문화는 주역보다도 훨씬 오래된 것이며, 갑골문에서도 찾을 수 있을 만큼 연원이 길다고 소개하며 천간은 곧 오행의 법칙으로서 그 의미는 태양계에서 지구와 그것을 둘러싼 별들 간에 서로 간섭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구와 각 행성들 간에 상호 인력이 작용함으로써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지(地支)는 태양계를 운행하는 지구가 다른 행성과 서로 간섭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데 이 가운데 아무 형체는 없지만 지구를 지지해주는 어떤 에너지라고 설명하였다,

    

60갑자로 천간과 지지를 결합해 나가면 태양계의 천체와 지구가 만들어 내는 온갖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하였다. “상고시대 인류의 지혜가 지극히 뛰어났으며 과학과 철학의 발달 역시 극치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적 숫자는 그것이 너무나 크고 복잡해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이것을 오행과 천간, 지지로써 간단히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런 단순화 작업은 문화가 최고도에 이르지 않으며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후세인들이 단지 운용만 할 수 있을 뿐 그렇게 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육십사괘의 방원도(方圓圖)의 구조를 설명하며 공간을 관장하는 방도(方圖)1, 2, 3, 4, 5, 6, 7, 8을 사용하는 매트릭스 구조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주의 운행법칙 또는 태양계의 시간 운행의 법칙이나 원리인 원도(圓圖)는 시간을 대표하며 공간을 대표하는 방도와 짝이 되고 하나의 공간은 하나의 시간과 결합함으로써 작용이 일어난다.

    

육효점을 칠 때 사용하는 경방의 십육괘변을 설명하면서 경방역을 공부하면서 반드시 경방역의 방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방이 새롭게 만들었듯이 우리도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가 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는 인간의 지혜가 이런 외부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 만큼 신령스럽다고 믿습니다. 저는 여러 분이 이것을 활용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거듭 당부합니다만 미신에 빠져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세상사 어떤 일도 변화가 시작되면 그 원인과 결과를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공자 이후 고인들의 각종 법칙들을 융회 관통하여 하나의 체계화된 법칙으로 제시한 소강절 선생의 예를 들면서 역사상 앞날을 내다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지 못했다고 한다. 머리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건강을 해친 것이라고 한다.

   

괘가 하필 육효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남회근 선생은 그것은 지금에 이르도록 우주의 어떤 것도 여섯 단계를 초과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곱 번째 변화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에서 시작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역경의 기초 이론에 이어 계사전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계사전은 공자의 역경연구보고서라고 소개하며, “계사전의 문장이 지극히 아름답습니다. 옛 사람들은 공자가 직접 쓴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장이 간결하고 핵심을 찌르면서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한자 한자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읽기가 아주 매끄럽다.”고 소개하고 있다. 공자의 계사전은 노자의 도덕경과 마찬가지로 문학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철학적 과학적 이치가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계사전의 在天成象 在地成形 變化見矣를 근거로 과거와 미래를 아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태양과 행성의 운행법칙만 관찰하면 됩니다. 그 원리를 이해하면 지상의 형태가 있는 모든 것들을 한 눈에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변화의 법칙을 이해한다면 과거와 미래의 것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계사전에 이어 괘를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괘와 곤괘, 문언전, 수뢰둔괘, 산수몽괘, 수천수괘 등을 설명하고 있다. 끝으로 서괘전을 설명하면서 괘의 순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분 스스로 연구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주역을 공부하면서 접하는 주해들을 잘 판별하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남명진 교수님으로부터 설괘전 제6장에 대한 주희의 주해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은 있으나, 주희의 주해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하는 역학자를 처음 만나게 되어 약간 놀랍다. 앞부분에서 남회근 선생은 易經을 배우다 보면 수많은 주해들과 접하게 되는데 이 중에는 잘못된 것이 더러 있습니다. 이런 주해는 참고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송대 주희의 易經주해가 그러합니다. 그는 저보다 훨씬 고명했지만 평생을 읽었지만 통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를 참고한다면 완전히 잘못 된 길을 걷게 됩니다.”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易經을 공부하는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저는 단지 역경을 연구한 경험을 여러 분들께 말씀드리는 것이지 역경자체를 강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자기가 생각하는 역경의 관점이 진리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문왕과 공자는 모두 죽었습니다. 그들에게 물어볼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공부할 때는 객관적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중략) 옛날 사람의 말이면 다 옳은 것이라 무조건 숭배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과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라는 말로 이 책이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