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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2015). 『주역계사강의』를 읽다

아진돌 2017. 4. 14. 17:43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2015). 주역계사강의. 서울: 부키() 초판12011.2.26. 초판42015.1.15.

  

201741일에 대만의 남회근(南懷瑾)(1918-2012) 선생이 강의한 내용을 발간한 易經繫傳別講을 번역한 주역계사강의(周易繫辭講義)를 읽었다. 남회근 선생을 알게 된 후 황제내경과 생명과학, 易經雜說, 그 비밀을 말한다등을 읽으며 남회근 선생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어 이 책을 구입하였다. 현재 주역 계사전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남회근 선생은 주역(周易)이라는 말 대신 언제나 역경(易經)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의 번역서에서는 주역계사강의와 같이 주역이라는 서명을 쓰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다.

  

앞에서도 남회근(南懷瑾) 선생을 소개하였지만 간략히 다시 한 번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남회근 선생은 1918318일에 중국 절강성 온주(浙江省 温州市)에서 태어나신 분으로 중국의 당대 대표 문학가, 불교학자, 중국 고대문화전파자, 학자, 시인, 무술가로 언급되고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대만으로 건너가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많은 저술을 남긴 분이다. 1992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에 남회근 선생은 1992616일에는 중국과 대만 양안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密使亲笔起草和平共济协商统一建议书를 서술하였고, 浙江金温铁道开发有限公司(절강금온철도개발유한공사)를 설립하여 金温铁路(금온철로) 공사를 시작하여 1998년에 개통한 바 있다. 2006년 이후에는 중국 강소성 소주시(江苏省 苏州市)에 거주하며 태호대학당(太湖大学堂)을 건립하여 후학을 가르치시다, 2012919일에 태호대학당에서 돌아가셨다. 학문적 업적 등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소개하고 있는 남회근 선생의 소개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아 책은 역경 계사전(繫辭傳)의 구성에 맞추어 상편 12장과 하편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사전 문장의 글자 풀이가 아니고 계사전의 본문에 담긴 깊은 뜻을 소개하고 있다. 1장의 天尊地卑 乾坤定矣 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천존지비 건곤정의 방이류취 물이군분 길흉생의)”에 대해서 남회근 선생은 다양한 종들이 각기 다른 사회를 이룬다는 뜻으로 이로부터 길흉이 나온다는 공자님 말씀이라고 하면서 의견이 달라 서로 싸우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역사를 폄하하기 위해 만든 당파싸움이라는 단어에 오염된 우리의 사상들을 송두리째 치유할 수 있는 구절이다. 일본인들은 공자님이 말씀하신 인류의 공통적인 섭리를 마치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부정적인 것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교육했던 것이다. 역경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변화의 원칙이라고 하며 우주에는 변하지 않는 일 없고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변하지 않는 사물이 없다.”고 하였다.

  

유교가 종교인가 아닌가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주목해야할 구절이다. 불교의 서방극락세계와 기독교의 천당을 예로 들면서 종교는 죽음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동양문화는 죽음보다는 삶을 부각시키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비록 태양은 떨어지지만 날마다 다시 떠오르듯이 삶은 다함이 없다(生生不已)라고 하며 동양문화에서는 죽음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동양의 문화는 삶의 종교를 말하며 죽음의 종교를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교에서는 사후 세계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종교가 아니라는 관점의 허구성을 깨닫게 해주는 말씀이다.

  

다른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경전을 읽을 때 경전으로서 경전을 해석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붙여 놓은 수많은 주석을 먼저 볼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주석을 먼저 보게 되면 선입관에 사로잡히게 되는 문제점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남회근 선생은 산명과 풍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주명리학을 산명학(算命學)이라고 한다. 남 선생은 산명(算命)에서 사용하는 갑자을축의 사주(四柱)는 천체의 어떤 별자리에서 모년모월모일모시에 방사되는 작용과 기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작용과 가능이 지구에서 새로 태어나는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산명은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99%를 넘지 못한다고 말하며 정확한 산명이 가능한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풍수는 어떤 때는 완전히 엉터리입니다. 그렇지만 믿지 않으려고 하기에는 영험한 구석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풍수는 절대 미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왕돈(王敦)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곽박의 즉음에 대한 역사 이야기와 함께 송대의 범중엄(范仲淹) 선생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또한 양구빈 선생은 충신, 효자, 절부, 의사 등 네 유형의 사람만 묏자리를 봐주었다고 한다. 공자의 무덤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자공(子貢)은 공자의 무덤으로 여러 사람들이 선정한 곳을 반대하면서 이 자리는 황제가 묻힐 자리이지 위대한 분을 묻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며, 산동의 곡부를 선택했다고 한다. 처음 선정한 자리에는 추후 한고조 유방의 무덤이 되었다고 한다. 풍수와 산명을 이야기 하며 고대 중국의 지식인들은 반드시 세 가지에 능통해야 했다고 한다, , 의리(醫理), 명리(命理), 지리(地理)이다.

  

상편 12장에서는 공자께서 화천 대유괘(火天 大有)의 상구효(上九爻)의 효사인 자천우지 길무불리(自天祐之 吉无不利) 인용하여 계사상편의 결론을 말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영원히 미신으로 기울지 않는 공자의 종교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다(p.359). 이 구절을 읽으며 사주명리학에서 말하는 비견과 겁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주명리학에서 비견·겁재는 나의 재물을 빼앗아간다는 의미와 나를 돕는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속인들이 보면 내 재물을 빼앗긴다는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나, 역경의 뜻을 헤아려 보면 내가 나의 소유를 갖고 남을 돕는 것이 나 스스로를 돕는 것으로 통변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내 재물을 빼앗긴다는 이기적 소극적 해석이 아니라 내 재물을 풀어 남을 도와야 또 내가 도움을 받는다는 적극적 능동적 해석이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계사하편에서는 일월지도 정명자야(日月之道 貞明者也)”에서 정명(貞明)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큰 깨달음을 주고 있다. 남 선생은 정명이란 가시광선처럼 그렇게 완전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세상의 어떤 생물은 우리가 소위 광명이라고 부르는 그런 빛을 즐기지 않고 암흑이라고 부르는 빛을 즐깁니다.”라고 말한다. 밤에 활동하는 생물은 낮에 활동하는 생물보다 적어도 몇 십만 배는 더 많다고 한다, 인류가 밝은 빛을 즐기므로 태양만이 빛인 줄 알지만 사실 그것은 인간의 관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소위 낮과 밤이라는 것은 빛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계사하편의 마지막 장인 12장에서 공자가 역경을 여기까지 연구하고 나서 이른 결론은 세상에는 절대적인 길흉도 절대적인 선악도 절대적인 시비도 절대적인 좋음과 나쁨도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