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이춘성 지음(2012).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을 읽다.

아진돌 2017. 4. 30. 09:47

 

이춘성 지음(2012).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 경기도 파주: ()쌤앤파커스. 초판12012.9.5, 초판122012.10.12

 

     

2017425일에 이춘성 교수의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전문서적이 아닌 가벼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제목도 길고 거기다 이춘성 교수가 들려주는, 의사도 모르는 의사 이야기라는 긴 부제까지 달고 있는 책이다. 저자 이춘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서울 아산병원 정형외과 주임교수이다. 척추전문의사로 한국의 명의 100명중 한 사람으로서 EBS “명의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분이다.

    

가십(gossip)성 책을 별로 읽지 않는 나이지만, 척추 수술과 관련한 책이고 상업적인 과잉치료 등을 의사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읽게 되었다. 남을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가십은 아니었고 에세이라고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의 제목과 저술 동기 등은 책의 머리말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외과의사로서 겪는 애환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Part 1에서 Part 4까지로 구분되어 있다. 이중 세 번째 Part의 소제목은 아프리카에는 디스크 환자가 없다이다. 우리나라나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의 불필요한 치료와 과잉치료가 오히려 요통환자를 더 많이 만들어 낸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50-60대 이상인 사람의 경우 MRI 검사를 하면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허리 디스크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한다(145). 저자는 특히 노령층의 척추 MRI 검사에서 나타나는 허리 디스크 소견은 병이 아니고 일종의의 노화현상이라고 말하며, “외래진료에서 척추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만날 때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안타까움이다.’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147)”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믿음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대신 현실을 왜곡하는 것을 인지부조화의 심리라고 소개하며 자신이 수술 받은 후 별 효과가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현상을 인지부조화라고 설명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 듣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금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던 일부 극우 세력과 201759일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를 SNS로 퍼나르는 사람들이 바로 인진부조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레온퍼스팅거는 오랜 세월 동안 d니지부조화 현상을 연구한 후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고 자신을 합리화 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허리 디스크는 불필요한 수술 또는 과잉치료의 가능성이 의학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 높다고 말한다. 요통을 치료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프리카에서는 요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저자는 수술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직접 발품을 팔아 그 분야의 여러 전문가와 의사들을 만나 두 번째 의견, 세 번째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동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그 의사의 처방대로 수술을 받는 무모함을 피해야 할 것 같다. 병을 진단 받은 후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을 비도덕적인 것처럼 느끼고 있던 나로서는 약간은 충격적인 말이었다. 나의 생각을 변화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서구의 과학적 치료방법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이는 양의사로서 당연한 자세로 보이지만, 대체의학이나 한의학에 대한 불신은 매우 높아 보인다. 이 책에서 주역이나 사서(四書)의 내용을 가끔 인용함으로써 동양학에 대한 몰이해라는 비난을 면할 수는 있으나 질병의 원인을 찾고 체질별로 약을 처방할 수 있는 동양의학적 의술에 대해서도 좀 더 개방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저자는 근거중심의학은 현대의학의 최고의 가치이며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학 등의 서구 과학적 접근방법이나 연구방법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여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