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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2005). 『한의학과 러셀 역설 해의』를 읽다.

아진돌 2017. 2. 1. 16:19

김상일(2005). 한의학과 러셀 역설 해의 음양오행으로 현대 논리학의 난제 풀어보기. 서울 : 지식산업사. 초판12005.3.23.

 

2017131일에 그동안 읽어오던 김상일 교수의 한의학과 러셀 역설 해의를 읽었다. 책 제목에 있는 러셀 역설(Russell’s Paradox)은 무엇일까? 제목의 부제인 음양오행으로 현대논리학의 난제 풀어보기는 무슨 이야기인가? 이 얼마나 궁금한 토픽인가. 이 의문에 사로잡혀 읽게 된 책이다.

  

저자 김상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를, 미국의 필립스대학원과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8월 정년에 이를 때까지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 과정사상연구소에서 코리아 프로젝트디렉터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2016년에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분이다. 인터넷을 통해 결심 공판 구형 소식까지는 알 수 있었으나 그 이후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찾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읽은 후 메모할 사항들을 포스팅하는 것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반공교육을 뼛속까지 스며들도록 철저하게 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주요 내용들 중에서 몇 가지 주요한 내용들은 인용부호 없이 메모하기로 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지혜로 풀지 못한 난젯거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러셀역설이라고 한다. 20세기 초 철학자 러셀이 수학에서 이 역설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서양에서 이 역설이 처음 체계적으로 등장하는 문헌은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일 것이고 동양에서는 ()이라고 한다. 거짓말쟁이 역설이 러셀 역설의 전신이라고 한다. 20세기 초 러셀은 스페인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우화집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 영감을 얻는다. “이발사가 하나만 있는 동네에서 자기 집에서 스스로 수염을 깎지 않는 사람만의 수염을 깎아 준다.”라는 원칙을 세웠을 때 일어나는 거짓말쟁이 역설(The Liar Paradox)이다. “이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쟁입니다.”라고 역시 방안에 같이 있는 어느 화자가 이야기했을 때 그 사람이 한말이 거짓말인가 참말인가 하는 의문에 답할 때 생기는 역설이다. 거짓말쟁이가 참말을 하면 거짓말이 되고 거짓말을 하면 참말이 되는 현상과 같다. “무엇이 이면아니고 무엇이 아니면이다.”라는 현상이다.

  

저자는 논리학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역설을 배제하기 위해 사용한 논리학, 곧 모순과 배중률에 근거한 논리학을 A형 논리학이라 하고, 거짓말쟁이 역설을 말한 클레타 섬의 현자인 에피메니데스(Epimenides)의 논리학을 E형 논리학으로 나누고 있다. 한의학을 지배하는 논리학은 E형 논리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러셀 역설의 해법 혹은 해결방법은 위계론적 일관성이론(hierarchical consistency theory)과 순환론적 비일관성이론(circular inconsistency theory)이 있다. 러셀 자신은 전자의 방법을 취했고, 1970년대에 들어와 후자의 해결방안이 등장하였다. 서양철학은 위계론적 일관성 해법을, 동양철학은 순환론적 비일관성 해법을 선호한다고 한다. 현대 물리학에서 관찰자가 관찰에 참여하고 있다는 논리야말로 이발사가 자기 이발의 원칙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마도 21세기에는 이 역설을 아는 사람이 역사를 이끌어 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러셀 역설은 1900년을 전후해 현대 수학의 집합론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러셀 역설은 수학의 집합론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카오스의 퍼지이론, 베이트슨의 이중구속론 등 20세기 과학 혁명 치고 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서양의학은 뉴턴-데카르트적인 세계관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뉴턴-데카르트적인 세계관의 첫 번째 특징으로 이원론(dualism)을 들 수 있다. 이원론적 세계관이란 물질과 정신, 그리고 몸과 마음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중략) 현대의학은 숙명적으로 몸과 마음을 갈라놓고 말았다. (중략) 마음의 영역은 심리학자들의 손에 넘겨버렸다. 두 번째 특징은 실체론적(substantial)인 뉴턴의 입자설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특징은 기계론적(mechanistic) 이라는 점이다. 인체가 마치 기계처럼 독립된 수많은 부분들로 조직되어 있다고 본다. 네 번째로 뉴턴 과학은 병과 약을 차연관계로 생각하지 않고 대립관계로 본다. 병은 약에 의해 박멸되어야할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파스칼은 데카르트와 다르게 마음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마음과 몸이 결합한 뫔(+, mind-body)를 전개한 철학자라고 소개하며 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서양에서 뫔론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바로 뉴턴-데카르트적인 세계관이 무너져 가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하던 때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초반에 프로이트 같은 심리학자들이 나타나 병과 마음의 관계가 활발하게 연구되었음에도 이런 심리학의 연구성과가 전혀 의학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심리학의 시대에 의학은 가장 반심리학적으로 나가고 말았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역설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서양의 철학이 탄생하였으며, 동양에서는 역()이 고안된 것이다. 첨부한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음양오행론에서 토()가 전체 오행을 포함(包涵)하는 경우와 오행의 한 부류로 포함(包含)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역에 대해 저자는 역의 역사에서 직선은 황도를, 사각형은 방도를, 뫼비우스 띠는 원도를, 클라인병은 낙서를, 사영평면은 정역도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괘를 1차원의 직선 위에 배열하는 것을 황도, 2차원의 사각형 위에 배열하는 것을 방도라고 한다. 하도와 낙서는 원둘레 위에 배열함으로써 역설을 해결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놀라운 말은 이런 식으로 구 한말의 정역도까지 작도가 계속되었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된 도상이 나올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2500년 만에 정역도가 만들어졌는데 향후 차원을 높여 새로운 도상이 출현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뒤 부분에서는 대칭수에 초점을 맞추어 뫼비우스 띠와 정역도의 대칭수는 같다. 그렇다면 위상범례에서 정역도를 볼 때 다른 역의 도상이 나와야함을 예견하게 된다. 아마도 그것은 클라인병과 사영평면의 구조를 갖는 도상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 한말에 백포가 만든 수운의 경주용담영부도를 소개하고 있다.

   

명리학이나 한의학과 같은 응용과학의 기초이론인 오행과 관련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오행에는 음양대칭성, 상생상극 작용성, 주객전도성이라는 작용의 3대 현상이 들어 있다.”고 하였다. 주객전도는 목은 화, 토를 생극 아생하지만 금, 수로 가면 극아 생아로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말한다. 주객전도 현상이 역설의 주요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하며 음양, 생극, 주객의 3대 대립물은 한의학의 골격이 되는 동시에 인간 지성의 최고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3대 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태과와 태소라고 할 때 태과와 태소를 조절하는 기능이 제화(制化)라고 말하며 생극과 제화는 분명히 다른 논리적 계형에 속해 있다고 말한다. 명리학을 공부하면서도 음양오행의 생극만 볼 것이 아니라 음양대칭성과 주객전도성을 같이 봐야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의학의 원리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금 폐장이 부실하다는 것은 너무 많이 극을 당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화극금이므로 화 심장을 보해주어야 한다. 제약하는 힘이 강해야 피제약자인 금의 실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화를 보하려면 수극화이기 때문에 수를 사해주어야 한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상생과 상극을 다시 제어하는 것이 제약과 생화라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상생 상극과 주객전도가 제대로 안되는 것을 병이라고 본다. 여기서 제대로라는 말은 아생, 아극, 극아, 생아의 관계 즉 주객전도가 태과하거나 태소라는 측면에서 정상일 때를 말한다. 참고로 오사론(五邪論)을 나타내는 그림을 사진으로 첨부하였다.

   

명리학과 풍수학을 공부한 상태에서도 이 책을 읽는 것이 녹녹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실용과학인 공학을 공부할 때는 물리학 등 기초과학을 공부해야 하고 기초과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그 배경이 되는 철학을 공부하는 것과 같이 동양 오술(五術)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기초이론인 음양오행론 뿐만 아니라 관련 철학을 공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중언부언이 많고 장절 편성에서 주제와 글이 파편화 된듯하여 연결성이 미흡한 점들이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철학서로서 그것도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아우르는 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흠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계절 동안이나 교정을 보며 편집하느라 고생했을 펴낸이 김경희 님의 입장이 되어 보면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