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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최진석(2001).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을 읽다.

아진돌 2017. 1. 26. 14:29

 

최진석(2001).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경기도 고양시: 소나무. 초판12001.12.10., 초판 142015.9.8.

    

2017125일에 최진석 교수의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을 일독하였다. 나는 무경계, 통합심리학등의 저자인 켄 윌버(Ken Wilber)가 미국의 명문 듀크(Duke)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다 노자의 도덕경을 접한 후 동서양의 심리학에 심취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도덕경책을 찾게 되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최진석 교수의 이 책을 선택하였는데, 그 후에 대학 동기 친구가 바로 최진석 교수를 추천하였다. 저자가 글을 시작하여 쓴 글을 읽는 순간 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자는 보통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자 할 때는 제일 먼저 위진시대 왕필(王弼)노자주를 펼쳐 놓고 보는데, 왜 위진시대의 왕필과 춘추전국시대의 노자 사이에 있는 6700여년의 거리를 깊이 고려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있었다.”라고 하였다. “노자는 인간과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탐구가 철학적 주제였던 시대를 살았고, 하상공은 모두가 우주의 발생 근원을 따지던 시대에 살았으며, 왕필은 모두가 합리성의 근거를 논의의 주제로 하던 시대에 살았다.”는 저자의 말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 책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이야말로 노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더욱 굳어진다. 저자는 서문의 끝에서 독자들은 이 책에서 도덕적 교훈이나 삶에 도움을 주는 단편적인 잠언을 기대하기 보다는 자신의 시대에 담겨 있는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철학적 읽기를 기대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도경(道經)덕경(德經)으로 이루어져 있다. 37장까지는 도경이고 제38장부터 제81장까지는 덕경이다. 최진석 교수는 도덕경의 여러 판본들 즉, 백서갑본, 백서을본, 왕필본, 곽점죽간본, 통행본 등의 내용들을 비교 설명하고, 왕필, 하상공, 김용옥, 진고응(陳鼓應), 장송여(張松如) 등 고금(古今)의 여러 학자들의 견해들을 비교 설명하며 노자의 철학에 가장 가깝도록 경문을 바로 잡고 자세한 해설을 하고 있다. 거기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리가 노자의 철학에 접근하려 할 때 대표적으로 왕필에 의존하는데, 이는 사실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만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먼저 왕필이 노자주가 노자철학에 대한 해설서라기보다는 왕필 자신의 철학을 전개한 왕필 자신의 이론서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한 후에라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읽게 되므로 노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제1장은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 말해질 수 있으면 도가 아니고 이름이 개념화될 수 있다면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도를 특정한 내용으로 정의하거나 언어 안에 가두는 개념화를 하지 않고 있다. 노자도 역시 만물의 이름을 짓고 분별을 시작하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 분별심을 가장 경계해야할 것으로 가르치는 부처님의 말씀이나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산악과를 따 먹은 후 만물에 이름을 붙여가며 분별하기 시작하는 것을 원죄로 보고 있는 성경 말씀이 생각난다. 옛 성현들은 모두 만물에 이름을 붙이며 분별하고자 노력하면서 대상을 분별심으로 가두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노자는 이 세계를 반대되는 것들이 꼬여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즉 이 세계는 /, /, /, /와 같은 대립쌍들이 서로 꼬여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우주의 존재원리인 항()으로 보고 있다. 노자는 두 대립면이 서로 꼬여 항상 변화하는 세계의 존재형식을 라고 말하고 있으며, 그 대립면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도는 철사줄 같은 줄이 아니고 새끼줄처럼 꼬여 있는 줄이다. 저자는 이런 존재형식 내지는 원칙에 도라는 기호를 붙인 것이다. (중략) 따라서 사실 도는 이 세계의 발생 근원도 아니며 실체도 아니다.” 라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노자가 생각하는 는 어쩌면 앞으로 과학이 가야할 방향일 수도 있다. 무극인 태극에서 출발하는 유가의 우주관이나 빅뱅에서 시작하는 서양의 우주관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차원의 우주가 꼬여 있다고 보는 우주론이나, 작은 우주인 인체의 기본적 구성 본질인 DNA의 형상이 노자가 말하는 도와 같은 형상이라는 것이 놀랍다.

     

이 책을 통해 노자의 철학은 모계사회였던 하()나라의 문화를 계승한 것이라고 한다, “갈라져 있으면서도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진 여성 생식기가 노자가 보기에는 도와 아주 흡사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나라의 문화의 내용과 도덕경이 숭상하는 문화적 내용을 비교하면 첫째는 흑색을 숭상하고, 둘째는 을 숭상하며, 셋째는 형벌과 세금 및 노역을 약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자애로움을 숭상한다. 넷째는 검소함을 숭상하고, 다섯째는 물()을 숭상하며 여섯째는 우박(愚朴)을 숭상하는 것 등이다. “나라 문화는 모계사회 전통으로 여성적 모티브(계곡, 여성의 성기, 모성 등)가 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물과 검은색, 소백함 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노자 철학의 중심 모티브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12장에 보면 거피취차(去彼取此) 즉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는 말이 나온다. “유가사상과 대비되는 것으로 저 멀리 정해져 있는 이상이나 체계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있는 곳에서 출발하자는 것,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운행원를 모델로 하여 소박하게 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공자는 거차취피(巨此取彼)의 건립을 내용으로 한다. 공자의 용어로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인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노자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자신의 철학이 실현될 수 있는 공간으로 믿었고, 공자는 대국다민(大國多民)으로 파악하였다. (중략) 중국 역사에서 漢 武帝 때처럼 나라가 대국다민 형태로 유지될 때는 유가가 전면에 나서고, 소국과민으로 쪼개져 있을 때는 도가가 전면에 나섰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의 사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성과이다. 노자 사상과 공자 사상을 비교 설명한 많은 부분을 통해 주역을 공부하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노자는 제67장에서 세 가지 행동지침을 삼보(三寶)라고 칭하며 자(, 자애로움), (, 검소함), 감히 앞서지 않는 것을 들고 있다. 또한 제70장을 보면 노자도 공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론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서운해 하고 있다. 또한 제77장을 보면 내가 즐겨 인용하는 구절이 있어서 반가웠다. “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 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하늘의 도는 여유로운 데서 덜어서 부족한 곳을 채우나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고 부족한 데서 덜어서 여유로운 곳을 채운다.

 

저자는 끝으로 노자의 체계는 제1장부터 제81장까지 거의 흐트러짐이 없이 자신만의 체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하며, “! 여기까지 해서 우리는 노자의 철학을 노자의 음성으로 들었다.”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끝으로 글을 마치며라는 제목의 저자의 글은 저자의 마음을 조금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사진으로 덧붙였으니 읽어 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