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에릭 캔델, 래리 스콰이어 지음, 전대호 옮김(2016), 『기억의 비밀』

아진돌 2018. 5. 1. 11:34


에릭 캔델(Eric Kandel), 래리 스콰이어(Larry Squire) 지음, 전대호 옮김(2016), 기억의 비밀(Memory : From Mind to Molecule(2009)). 서울 :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초판 발행 : 2016. 4. 1.                              

    

에릭 캔델(Eric R. Kandel, 1929~ )기억을 찾아서를 읽은 후 2018430()에 에릭 캔델(Eric Kandel)과 래리 스콰이어(Larry Squire)2009년에 쓴 기억의 비밀(Memory : From Mind to Molecule을 읽었다. 이 책은 기억을 다루는 분자생물학과 인지신경과학의 종합을 서술한 책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사주명리학과 자미두수를 공부하면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보고자 읽게 된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1637년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가 말한 코기토 에르고 숨 Cogito ergo sum”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책의 머리말을 열고 있다. 정신의 모든 활동이 우리 몸의 특화된 부분, 곧 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저자들은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 온 것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다.’라고 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또는 치매 환자를 보면서 인간이 무엇인가, 정신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현재의 나로서는 매혹적인 주장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누구냐는 질문의 답은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학습하고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인지심리학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심리적, 감정적인 문제들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기억에 저장된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성격과 의사결정 과정을 결정론적으로 바라보는 사주명리학과 대립된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학습이 일어나고 기억이 저장되는지 분석하는 일은 세 가지 학문 분야가 중심 과제로 삼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기억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철학의 영역에 국한되었다.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연구의 초점이 차츰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이동하여 처음에는 심리학이, 더 최근에는 생물학이 전면에 나섰다고 소개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서술기억의 순기인 코드화(encoding), 저장, 인출(retrieve), 망각에 대한 설명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코드화는 정보를 코드로 바꾸는 과정으로 코드화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과 선호이다. 정교한 코드화를 수행하고 기억을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장은 감각을 처리하는 대뇌피질에 저장되는 것으로 보이며, 영장류의 대뇌피질의 거의 절반이 시각정보 처리에 종사한다. 기억들이 영구히 저장되는 별도의 기억 증후는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 정보는 분산된 뇌 구조물에 의해 지각되고 처리되는데, 그 정보가 기억으로서 저장되는 장소도 바로 그 분산된 구조물인 듯하다. 기억 인출은 재구성 작업이지, 말 그대로의 과거 재생이 아니다. 인출 큐가 중요하다. 효과적인 기억 인출을 위해서는 인출 지침 혹은 큐가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야 하고, 가장 효과적인 인출 큐는 당신이 기억해 내려는 사건의 측면들 가운데 가장 잘 코드화된 측면이다. 시간에 따라 기억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은 익숙하고 평범한 망각현상이다.

    

기억력이 좋으면 행복할까? 저자들은 러시아의 신문기자 D.C. 셰레쎕스키(Shereshevski)의 예를 들며 엄청난 기억력은 이롭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심각한 단점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에서 일어나는 어느 정도의 망각은 정상적인 기억 기능의 중요하고 필수적인 한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기억을 되새김함으로써 오래 기억되고, 기억을 억압함으로써 쉽게 망각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 즐겨 부르던 양수경의 잊을래!”라는 유행가 가사가 맞는 말이다.

서술기억이란 장소, 대상, 사람에 관한 정보의 의식과 화상과 관련 있는 반면, 비서술기억은 지각 솜씨, 운동 솜씨, 인지 솜씨 및 습관에 관한 정보의 무의식적 활동과 관련이 있다. 서술기억을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으로 분류한 털링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인 일화기억 즉,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는 공간적, 시간적 표지를 저장한다. 의미기억은 세계에 대한 조직화된 지식을 위한 유형의 서술기억이다.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능력은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상당히 크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스위치가 아주 많은 요인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려면 반복이 필요하다. , 완벽해지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단기기억 저장의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단기기억은 일시적이다. 단기기억은 해부학적 변화의 유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단기기억은 새 단백질의 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에 장기기억은 시냅스가 늘어나는 해부학적 변화 때문에 안정화 되며, 이 변화는 새 단백질의 합성을 요구한다. 이 단백질은 군소 연구를 통해 밝혀진 세로토닌이다. 장기기억이 정착하려면 특정 유전자가 켜져야 한다.

    

7장에서는 유전자와 기억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드물게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인체를 이루는 세포는 어느 세포든 상관없이 똑같은 유전자들(개수는 약 25천개 정도)을 보유하고 있다. 세포들이 제각각 다른 신장세포는 신장세포이고 뉴런은 뉴런인 - 이유는 각 유형의 세포가 핵에서 다른 유전자들을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전자의 차별적 혹은 선택적 발현은 모든 세포 특수화의 기반이다. 일부 유전자들은 활성화하면서 다른 유전자를 억제하는(끄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주어진 신경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발현시킬 것인가가 그 세포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결정은 동물의 발생 과정에서 초기에 이루어진다. 유전자의 억제와 활성화가 일어나고 그 패턴은 그 세포가 성숙한 후에도 유지된다. 전형적인 세포에서 유전자의 80%는 억제되고 20%만이 발현된다고 한다. 한 세포에서 약 5000개의 유전자가 발현된다.

  

마지막 10장에서는 중요한 사항들에 대한 요약과 함께 여러 가지 시사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새 정보를 획득하고 보유할 수 있는 것은 기억을 위해 중요한 뇌 시스템들이 쉽게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스템에 속한 시냅스 연결들은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고 심지어 영구적인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뇌의 이같은 대단한 가소성은 우리의 개성과 정신적인 삶의 모든 측면을 위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요약하고 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들은 뇌의 기억 시스템에 대한 연구에서 얻은 점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말하고 있다. 첫째, 기억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두 가지 근본적인 형태, 곧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이 두 형태 각각은 고유한 논리를 가진다. 한 형태는 의식적인 회상인 반면, 다른 형태는 무의식적으로 실행된다. 셋째, 각각의 기억 형태는 고유한 신경 시스템들과 관련되어 있다.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을 막론하고 단기기억은 단지 시냅스 세기의 일시적인 변화만 요구한다. 하지만 서술기억에서나 비서술기억에서나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려면 유전자와 단백질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DNA로 이루어진 유전자들에는 유기체가 생산할 수 있는 모든 단백질의 설계도가 들어 있다. 또한 유전자들은 복제 과정을 통해 이 정보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특정 유전자는 특정 단백질의 생산을 지휘하며 그 단백질은 자신을 생산하는 세포 각각의 구조, 기능, 기타 생물학적 특징이 결정되는데 관여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유추해 보면 인간의 성격이나 질병 등을 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관상학이나 손금학 만한 학문이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면서 신체의 형상이 발현되고 그 특정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에 의해 그의 성격이나 질병 등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서구의 유전학자들이 얼굴의 특정 부위를 살펴보고 특정 유전병을 진단하듯이 앞으로 분자생물학이 발달하면 관상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고 특정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알 수 있으므로 그의 미래를 나름대로 예측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형상들은 우리의 얼굴과 손금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는 신경철학(Neurophilosophy)을 연구하는 Patricia Churchiland를 소개하고 있어서, 그녀의 최근 저서인 Braintrust : What Neuroscience Tells us about Morality(2011)Touching A Nerve : The Self as Brain(2013)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마침 국내에도 번역본이 있어서 책을 주문하였다. 또한 교육학과 연계하여 공부하는 우리에게 팁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기억을 향상시키려면 이미 학습한 내용을 인출하는 연습을 하는 편이 학습을 추가하는 편보다 유익하다, 또한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학습법은 선다형 시험을 준비하는 데 유익하고, 개념에 집중하는 학습법은 논술시험을 준비하는데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