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패트리샤 처칠랜드 지음, 임지원 옮김(2017), 『브레인 트러스트: 뇌, 인간의 도덕성을 말하다』

아진돌 2018. 5. 7. 12:58

o 패트리샤 처칠랜드(Patricia Churchland) 지음, 임지원 옮김(2017), 브레인 트러스트: , 인간의 도덕성을 말하다(Braintrust: What Neuroscience Tells Us About Morality), 서울 :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11: 2017. 8. 28.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201856일에 패트리샤 처칠랜드(Patricia Churchland)브레인 트러스트(Braintrust)를 읽었다. 저자 패트리샤 처칠랜드(Patricia Churchland, 1943)는 캐나다에서 출생하여 캐나다의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였다. 그녀는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신경철학(Neurophilosophy)을 연구하는 철학자이다. 그녀의 홈페이지(http://patriciachurchland.com/)를 방문하면 “To understand the mind, we must understand the brain.“ 이라는 글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책은 2011년에 발간된 Braintrust: What Neuroscience Tells Us About Morality를 번역한 책이다.

  

마음을 이해하려면 뇌를 이해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도덕은 뇌의 작용으로 본다. 이 책의 머리말인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에서 그녀는 이 책에서 다루게 될 주제에 대해 나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고 소개하고 있다. , 우리 인간이 윤리 또는 도덕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서로 맞물린 뇌의 절차에 따라 형성되는, 네 가지 차원의 사회적 행동 계획이다. (1) 관심(친족과 친지에 대한 애착과 그들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에 뿌리를 둔다.), (2) 타인의 심리상태 인식(다른 이들의 행동을 예측하는데서 오는 이익에 뿌리를 둔다.), (3) 사회적 맥락에서의 문제 해결(예컨대 희귀자원 배분, 영토 분쟁, 범죄자 처벌 등과 같은 것), (4) 사회적 관행의 학습(긍정적·부정적 강화, 모방, 시행착오, 다양한 조건화, 유추 등의 방법을 통한 것). (중략) 나의 가설에 따르면 가치는 규범보다 더 근본적이다.

 

저자는 제1장에서 도덕적 가치는 사회적 삶에 기초한다고 말하며, 모든 동물의 신경회로(neural circuitry)는 자기를 돌보고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는데 기초한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가치라고 말한다. 매우 오래된 펩티드(peptide)인 옥시토신(oxytocin)은 포유류가 다른 개체들을 돌보게 된 복잡한 적응적 진화의 네트워크에서 중심자리를 차지한다고 소개한다. 두 종류의 침팬지 중의 하나인 보노보(Bonobo)의 화해 수단인 성행위나 이누트 족의 타 부족 여인에 대한 봇쌈 의식, 비행기 사고로 캐나다 북부에 추락한 후 죽은 동료 간호사의 인육을 먹고 생존한 마틴 하트 조종사의 경우를 소개하면서, 더 좋은 선택이나 더 나쁜 선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유일하게 옳은 선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돌봄과 관심에 대해 논한 제2장에서 뇌는 어떻게 무언가에 관심을 둘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자기 보존과 관련되어 있으며,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는 명료하다고 말한다. 자기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성공한 동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기회를 얻는다. 2장의 내용 중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내용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교감신경계의 메커니즘이 동물의 몸을 싸우거나 도망칠준비상태로 만들고, 위험이 지나가고 난뒤 부교감신경계의 다른 메커니즘이 혈압과 맥박을 에너지가 덜 드는 휴식과 소화모드로 복귀시킨다. 그 뿐만 아니라 이 회로망은 우선순위에 민감하다. 다가오는 포식자에 대한 공포는 열매에 대한 식욕이나 가까이 있는 암컷에 대한 성욕 따위를 억누른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임신한 포유류의 경우 태아의 태반은 어미의 혈액 안으로 다양한 호르몬을 방출한다, 그리고 이 호르몬은 어미의 뇌를 모성화하는 효과를 낸다. 프로게스틴, 에스트로겐, 프로락틴을 포함한 이 호르몬은 주로 피질하 구조에 있는 뉴런에 작용한다. (중략)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여성은 수유도중에 분비되는 내인성 아편성 물질(endogenous opiates)에 의한 쾌감의 보상을 받는다. 거꾸로 헤로인 중독자 여성은 자식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사례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고된다. 헤로인의 압도적 효과가 내인성 아편물질의 효과를 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모성 행동이 아기 또는 어린 새끼의 옥시토신 농도와 차후의 사회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세대를 거듭해 이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자. 마이크 미니(Micahael Meany)의 연구팀은 강한 모성 행동을 보이는 어미 쥐는 체내 옥시토신의 농도가 높고, 모성 행동을 받은 새끼들 역시 옥시토신의 농도가 높으며, 그것은 어미가 열심히 털을 핥고 다듬어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새끼들 가운데 암컷이 성숙해서 자신의 새끼를 낳으면 역시 강한 모성 행동과 높은 옥시토신 농도를 보이며, 그 암컷의 새끼들 역시 옥시토신의 농도가 높았다. 어미와 새끼를 바꾸어 실험해 본 결과 역시 출생 초기 어미의 양육방식이 유전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경우도 유사하다. (중략) 옥시토신은 이 뿐만 아니라 상처 치유의 속도에도 영향을 주고 부부간의 애정관계 등에도 영향을 준다.

 

3장에서는 협력과 신뢰에 대해 협동하는 사회적 동물에게는 이익이 축적된다는 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4장에서는 유전자와 뇌와 행동 간의 네트워크에 대해 논하며, 유전학자 조너던 플린트(Jonathan Flint), 랄프 그린스판(Ralph Greenspan), 케네스 켄들러(Kenneth Kendler)유전자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How genes influence behavior)에서 말한 과연 유전자들이 행동에 특정한 효과를 나타낼까? 거의 확실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수 있다.”를 소개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세포들이 가지고 있는 25,000여 개의 유전자들이 일부 켜지거나 꺼지며, 특정 유전자들이 합성하는 단백질에 따라 인간의 신체구조가 발현되고 성격이나 행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한 나에게 잠정적인 결론을 내주는 주장이었다. 유전가가 우리 몸의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고 행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던 내가 틀린 것인가? 처칠랜드 교수는 나에게도 희망을 주셨다. 유전자와 행동의 관계는 유전학자 랠프 그린스판이 주장한대로 일대일 대응도 아니고, 심지어 일대다 대응도 아니며, 다대다 방식으로 대응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유전자는 한가지 일에만 특화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며 최근의 연구결과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대체로 하나의 유전자를 하나의 특정 표현형과 관련지으려는 시도는 점차 물러가고, 많은 경우 유전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어느 한 유전자가 수 많은 역할에 조금씩 개입할 것이라는 이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략) 발달 과정에 있는 생물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발현은 상향 조절되거나(단백질을 더 많이 생산) 하향 조절(단백질을 더 적게 생산) 될 수 있다. (중략) 유전자가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도 아니다. 유전자는 물론 행동에 영향을 준다. 인구통계학적 연구에서도 인간의 일부 특성은 높은 정도로 유전된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기질적 특성(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인 성격 또는 사회성), 정신분열증이나 알코올 의존증 경향도 상당 부분 유지된다. 저자는 유전자가 우리의 본성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5장에서는 우리의 이마에 자리 잡고 있는 뇌의 전전두엽에 대한 흥미있는 몇 가지 언급을 여기에 인용하고자 한다. 청소년교육과 수업에서도 들은 적이 있는 내용도 여기에서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자신의 이마를 찰싹 때린다. 그러니까 전전두엽피질에 살짝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전전두엽피질과 그 곳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이어지는 경로이다. (중략) 전전두엽피질의 신경발달과정 중 일부 단계는 성인이 되어야 완성된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사회적 행동이나 자제력 면에서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일반적인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6장 절대적 규칙에서는 논어와 공자를 언급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부른다. 같은 의미로 공자는 논어에서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성경의 황금률을 말하며 공자가 최초로 언급하였다고 말한다.

  

도덕철학자들은 황금률이 지닌 일반적인 호소력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편으로 황금률이 도덕적 갈등 상황을 해결해줄 신뢰할 만한 안내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중략) 황금률을 적용하는 것이 혼란스럽고 애매한 또 다른 방대한 영역이 있는데, 그것은 사업과 거래의 영역이다. (중략) 논어에서 공자가 실제로 말한 것은 다른 이가 너에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행동을 남에게 하지 말라였다. 이 법칙은 적극적 법칙보다 우리의 개입과 혼란의 여지가 훨씬 줄어든다. 한편 우리는 세상에 나아가 만나는 모든 생명에게 우리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해야한다는 자이나교의 가르침은 적극적 법칙의 예이다.

  

7장에서 종교와 도덕에 대해 언급한 장을 읽으면 저자의 동양학과 신경과학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도덕은 자연선택의 힘으로 입증할 수 있고, 신경생물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각 지역의 생체학적 조건에 맞춰 형성하고 문화의 발달에 따라 수정되는 자연적 현상이다라고 주장한다. 종교에 대해 언급한 몇 가지 구절을 여기에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성스러운 존재의 형이상학적 측면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종교의 경우 대개 도덕의 기원과 도덕의 요지를 좀 더 세속적으로 바라본다. 부처나 공자와 같은 본보기가 될만한 인물들은 특별히 현자로 존경을 받았지 신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중략) 그들은 덕망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완고한 법칙이 아니라 유용하고 건전한 조언을 주었다. 이처럼 형이상학이 가볍게 가미된 종교에서 도덕적 지혜는 인간중심적이지만 도달하기 어렵고 매우 복잡하다. 한편 형이상학의 비중이 무거운 종교에서는 신과 도덕의 관계를 자명한 것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노예제도를 언급한 기독교 성경 구절 등 몇 가지 사례를 들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만일 신의 존재가 있어서 도덕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구할 수 있다면, 그 답이 모든 사람들에게 명백하게 받아들여진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단순해질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끝 부분에서 도덕적 행동의 신경적 기초 대한 나의 가설은, 도덕은 사회적 행동만큼이나 실질적이라는 것이다. 찬란하고 복잡한 인간의 진짜 도덕적 행동을 신이 도덕을 확정했느냐, 아니면 도덕은 현상일 뿐이냐 하는 잘못된 양자택일로 폄하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 장을 읽으며 신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종교는 이제 끝났다라고 말씀하셨던 성철 스님의 법문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