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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기억을 찾아서』

아진돌 2018. 4. 18. 16:21


에릭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기억을 찾아서, 서울 : 알에이치코리아, 17: 2014. 4. 7. 22: 2015. 2. 5.

 

2018417일에는 에릭 캔델(Eric R. Kandel, 1929~ )기억을 찾아서를 일독하였다. 사주명리학과 자미두수를 공부하면서 인간의 특성을 결정하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정서와 행동 등이 뇌에 있는 여러 가지 단백질들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출생 월과 환경에 따라 뇌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를 알아보고자 하는 약간은 엉뚱한 생각이지만 나로서는 확신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의 저자 에릭 켄델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접하고 자아와 이드, 초자아가 뇌 속 어디에 있는가라는 궁금증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동기이다.

    

이 책은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캔델의 자서전이다. 에릭 캔델은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 나찌의 반유대주의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 세계적 신경과학자가 된 유대인이다.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 처음 만난 안나라는 여자 친구의 가정에서 정신분석학에 접하게 되고, 유럽 역사를 공부한 후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다.

   

프로이트의 구조이론에서 말하는 자아, 이드, 초자아를 보고 인간 뇌의 복잡한 주름 속 어디에 그 정신적 힘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프로이트 구조이론의 생물학적 토대를 이해하겠다는 바람은 현재의 뇌과학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콜롬비아 대학교 신경학 교수인 그런드페스트를 만난다.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인 매카시즘(McCarthyism)의 마녀사냥식 열풍 속에서 그런드페스트 교수는 1953년에 매카시 상원의원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몰린다. 그런드페스트 교수는 에릭에게 정신을 이해하려면 뇌를 한번에 세포 하나씩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에릭에게 환원주의적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환원주의(還元主義, reductionism)란 철학에서 복잡하고 높은 단계의 사상이나 개념을 하위 단계의 요소로 세분화하여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이다. 당시에는 시냅스의 소통이 전기적이냐 화학적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논의되어 수프 대 스파크(Soup versus Spark) 논쟁이 일던 시대이다. 저자는 자아와 이드, 초자아를 뇌속에서 발견하겠다는 순박한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억의 생물학적 토대를 발견하는 일이 고등한 정신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효과적인 접근법일 수 있다는 덜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고 회상한다.

  

1802년까지 빈 대학에서 가르친 독일의 의사겸 신경해부학자인 프란츠 요셉 갈(Franz Joseph Gall)은 모든 정신과정이 생물학적이며 따라서 뇌에서 일어난다는 것과 대뇌피질이 각각 특수한 정신기능을 관장하는 다수의 독특한 영역들을 가진다고 주장하였다는 것을 소개한다. 기원전 5세기에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정신과정은 뇌에서 흘러나온다고 주장하였고, 아테네 아카데미를 창설한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은 비물질적이며 불멸하는 영혼을 지녔다고 믿었다. 불멸의 영혼에 대한 생각은 기독교 사상에 채택되었고 13세기 경애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갈의 주장은 데카르트(Rene Descartes)에 의해 1632년에 선포된 이원론, 즉 인간은 물질적인 몸과 몸 밖에 있으며 비물질적이고 파괴할 수 없는 영혼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이원론과 대립되는 것이었다. 17세기의 이원론 사상은 1980년대까지도 여전히 성행하였고 아직도 우리들 대부분의 머릿속에 각인된 사상이다. 오늘날 정신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물리적인 뇌에서 비롯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의식을 과학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표명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브랜다 밀러는 해마가 제거되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능력을 잃은 H. M. 이라는 환자를 통해 외현(explicit) 또는 서술적(descriptive) 지식과 암묵적(implicit) 또는 절차적(Procedural) 기억 즉, 무의식적인 기억이 있음을 증명하였다. 밀러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입증한 것이다.

  

저자는 척추동물을 갖고 실험하다가 환원주의적 방법론에 따라 세포적인 기억의 본질을 연구하기 위하여 무척추동물인 바다의 달팽이라고도 부르는 군소(Aplysia)를 대상으로 실험하기 시작한다. 포유류의 뇌를 이루는 세포는 1000억 개인 것에 비해 군소의 뇌는 2만 개의 새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196512월에 저자는 뉴욕대학으로 옮겨 군소의 아가미 움츠림 행동을 대상으로 파블로프가 행동주의 연구에서 했던 습관화, 민감화, 고전적 조건화를 15년 동안 수행하여 행동의 뉴런 구조는 불변적인 것임을 발견하고 뉴런 회로에 의해 통제되는 운동이 어떻게 경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 연구 결과로 존 로크의 경험론과 칸트의 합리론이 모두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신경회로의 해부학은 칸트가 말한 선험적 지식의 단순한 예이며, 신경회로 속 특정 연결들의 세기 변화는 경험의 영향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억에 대한 연구결과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은 해부학적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일어나며, 단기기억은 기능적 변화에서 비롯되고 장기기억은 해부학적 변화에서 비롯되며, 새로운 단백질의 합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기기억은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201788일에 대전시민대학에서 들었던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강연에서 들었던 해마와 관련된 장기기억 이야기를 다시 읽게 되어 반가웠다.

  

저자는 행동주의를 버리고 인지심리학을 연구하게 된다. 뇌는 선험적 지식, 즉 경험에 독립적인 지식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칸트의 사상을 전제로 한다. 또한 뇌가 외부 세계의 내적 표상-인지지도(Cognitive Map)을 발전시키고 그것을 이용하여 보이고 들리는 바깥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산출함으로써 분석적 위엄에도 도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저자는 대학교수들이 생명공학 업체들의 설립과 운영해 참여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등에 대한 연구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연구되는 상황을 설명해 준다. 저자는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자유전학과 질병의 동물 모형이 신격의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반면에 정신의학은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새삼 충격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신 장애는 유전적 소질과 몇 가지 추가적인 환경 요인의 조합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모대공포증의 원인은 학습된 동기라고 한다.

    

저자는 2000년에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약리학 교수인 아비드 칼슨(Arvid Carlsson), 폴 그린가드와 함께 신경계내 신호변환에 대한 연구의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다. 칼슨은 1958년에 도파민이 신경계속 전달물질이라는 것을 벌견하였고, 그린가드는 뇌속의 대사성 수용체를 탐구할 때 도파민 수용체가 어떤 효소를 자극하며, 그 효소가 활성 AMP 농도를 높이고 단백질 키나아제A를 활성화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제임스 슈라츠와 함께 민감화 과정에서 환상 AMP 2차 전달자 신호전달 역시 세로토닌에 의해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으며 명리학 연구에서도 환원주의적 방법론을 적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의 명조에 대한 분석을 통해 통변의 메커니즘을 찾고 과잉 일반화의 우려를 고려하면서 일반화하는 연구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전공학이 발달하면서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고, 유전자들은 세포가 최적의 기능에 도달하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켜지거나 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유전자는 거의 유기체의 일생 내내 억제된다. 모든 각각의 세포 유형에서 일부 유전자들은 특정 시기에만 발현하는 반면, 다른 유전자들은 신체 내부에서 혹은 환경에서 온 신호에 반응하여 켜지거나 꺼진다. 이런 사실에서는 태어난 월지(月支)를 중요시하는 격국론의 중요성은 인정되나 태어난 일간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가 오리무중이다. 일간이 갖는 오행과 그 오행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 즉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켬, 끔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가 더욱 궁금해진다. 태아의 시절에 대한 발생생물학과 유아 발달을 다룬 발달심리학 책을 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