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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만(2015), 『현대 성격심리학』을 읽다

아진돌 2018. 8. 9. 11:39


o 권석만(2015),현대 성격심리학-이론적 이해와 실천적 활용-, 서울: 학지사, 112015.12.30.

 

201887일에 지난 2주 동안 읽어보던 권석만 교수의 현대 성격심리학을 일독하였다. 색인까지 포함하여 878쪽이나 되는 방대한 역작이다. 지난해 캔 윌버의 통합 심리학책을 읽으면서 미주나 각주에서 소개하고 있는 참고문헌들을 보고 그의 독서량에 기가 질린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작은 글씨로 인쇄된 참고문헌만 52쪽에 걸쳐서 소개되고 있다. 저자 권석만 교수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시다. 본인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캔 윌버를 모든 심리학적 이론을 비롯하여 동서양의 종교,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방대한 연구와 이론을 아우르며,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거대한 통합적 이론을 제시한 천재적 인물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권석만 교수님도 천재이시다. 많은 저술을 남기신 점도 그렇고, 이처럼 성격심리학에서 다룰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을 집대성 해 놓으신 것만 봐도 천재이시다. 우리 학계에도 이처럼 구어체로 이렇게 좋은 책을 저술하셔서 후학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 학자 분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참고로 나는 저저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이 책은 제1장 성격에 대한 심리학적 탐구부터 제28장 성격의 성숙과 자아초월까지 28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장부터 제5장까지를 제1부 성격의 현상적 이해, 6장부터 제11장을 제2부 성격의 주요 이론, 12장부터 제15장을 제3부 성격의 발달과 형성, 16장부터 제19장을 제4부 성격의 구성요소와 심리적 과정, 20장부터 제24장까지를 제5부 성격과 인생의 관계, 25장부터 제28장까지를 제6부 성격의 변화와 성숙으로 구분하여 성격심리학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심리학은 19세기 후반에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인간의 정신세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탄생되었다(p. 767)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심리학은 자기 이해와 인간 이해를 추구하는 자기 성찰적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격심리학은 개인의 통합적 이해를 추구하는 동시에 개인의 본질과 진면목을 탐구하는 심리학 분야라고 말하며, 심리학적 인간론이 바로 성격심리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1장에서는 성격에 대한 심리학적 탐구라는 제목 하에 성격심리학의 정의, 주요 관심사, 연구주제, 연구방법, 역사적 연구 전통, 성격 심리학의 역사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행동에 일관성과 지속성을 부여하는 개인의 본질적 특성을 성격이라고 지칭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성격은 다양한 상황에서 인지, 동기, 행동에 독특하게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이고 조직화된 개인적 특성들의 조합이다. 성격은 개인이 독특한 유전적 배경과 성장과정의 학습경험 그리고 다양한 환경과 상황의 맥락에서 그 사람이 반응하는 구성개념(Psychological Construct)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부에서는 로마의 갈렌(Galen, 129-200AD)가 분류한 다혈형, 우울형, 점액형, 담즙형과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 구분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등과 같이 성격의 유형으로 구분하는 성격유형론과 현대의 성격특질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격의 5요인으로 신경과민성, 외향성, 개방성, 우호성, 성실성 등 다섯 가지를 꼽는 성격5요인론은 많은 연구자에 의해 발전한 집단 지성의 결과라고 소개하고 있다. 성격심리학에 사주명리학을 접목하려는 석사학위 논문을 본 적이 있다. 성격5요인과 통변성을 비교해 보는 것도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신경과민성은 불안, 우울, 분노와 같은 부정 정서를 잘 느끼는 성격 특성이며, 외향성은 다른 사람과 함께 교류하는 인간관계적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개방성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체험을 좋아하며 다양한 경험과 가치에 대해서 열린 자세를 지닌 개방적인 성향이다. 우호성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협동적인 성향이며, 성실성은 자기 조절은 잘 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취지향적인 성향이다.

  

2부에서는 성격의 주요 이론으로 정신분석 이론, 분석심리학과 개인심리학, 행동주의 이론, 인지주의 이론, 인본주의 및 실존주의 이론, 통합적 성격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3부에서는 성격의 발달과 형성을 진화심리학 측면에서부터 고찰하고 있다. 여러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유전적 기질과 심리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이 성격발달의 주요 요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유전자의 유전형이 표현형으로 발현되는 데는 환경적 요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의 원래 책명은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 또는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유리한 종들의 보존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국민성(National Character)이라는 문제성을 지닌 개념을 통해서 세계 열강들은 전쟁 상대 국민의 부정적 특성을 부각시켜 악의적인 선전과 매도를 자행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의 국민성은 어떻고 등을 자주 이야기 했던 우리가 부끄럽다.

  

4부에서는 성격의 구성요소와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내면적 동력을 욕구, 동기, 압력으로 구분하고 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Seligman에 따르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행복은 크게 세 가지의 구성요소 즉, 긍정정서, 잠재력 발현과 몰입, 의미감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긍정심리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 심리적 요인은 낙관주의라고 설명하고 있다.

  

심리적 과정과 관련하여 James-Lange 이론을 알게 되었다. 정서가 신체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반응이 정서 경험에 선행한다고 한다. 정서유발자극에 대한 신체반응이 의식적 사고나 느낌없이 자동적으로 발생하며, 개인은 그러한 신체 반응에 기초하여 자신의 정서 상태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웃는 표정을 지으면 주관적으로 더 행복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행동은 성격의 표현이며 성격은 행동의 근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개인의 성격을 알고자하는 주된 이유는 그가 앞으로 나타낼 행동을 예측하기 위함이다. 기질이 성격을 유발하고 성격이 행동을 유발하는 셈이다. 사주명리학의 최종 목적도 행동의 예측일 것이다.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서 성격을 유추하고 그 기질을 사주팔자를 통해 유추하고자 하는 것이다.

 

5부에서는 성격과 인생의 관계로 행복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면서, 행복의 가장 큰 원천은 인간관계이며 인간관계는 행복의 주된 원천인 동시에 불행을 초래하는 가장 주요한 원천이기도 한다(p.565). John Lee의 사랑의 스타일 6가지 유형도 흥미롭다. 강렬한 낭만적 사랑인 에로스(Eros), 친한 친구에게서 느끼는 친밀감과 우정 등 우애적 사랑인 스토게(Stoge), 재미와 쾌락을 즐기는 유희적 사랑인 루더스(Ludus), 이성에 근거한 현실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실용적 사랑인 프라그마(Pragma), 이타적 사랑인 아가페(Agape), 집착적 사랑인 마니아(Mania)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성장과정에서 채워지지 않은 대인동기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매혹을 느낀다. 둘째, 자신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동질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셋째, 자신과 보완적인 속성과 자원을 지닌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넷째, 이성 부모에 대한 태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아버지와 비슷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해당된다.

 

인간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아름다움의 체험이며, 아름다움과 탁월함에 대한 인식 능력인 심미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연세계, 예술적 작품이나 행위, 지식이나 기술의 탁월성에 대한 감동적 경험, 인간의 선한 행위나 미덕에 대해서 느끼는 도덕적 아름다움이 심미안의 대상이다. 또한 종교는 행복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성은 신체적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긍정정서를 많이 느낀다고 한다. 성격은 행복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플랭클에 의해 제창된 의미심리학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행복은 물리적 상황 자체보다 그에 부여한 심리적 의미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6부에서는 성격의 변화와 성숙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성격은 변화할 수 있느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성격은 일단 형성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격의 불변성에 대한 신화(Myth)일 뿐이라고 한다. 성격은 전 생애를 통해서 변화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초월심리학을 소개하면서 영적인 신비체험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그 동안 심리학에서 외면해 온 심리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리학은 신비체험을 매우 특수한 비정상적인 주관적 경험으로 간주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연구가 어렵다는 이유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심리학의 이론적 체계 내에서 인간의 경험의 초개인적인, 자아초월적인, 영적 측면을 연구하는 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1968년에 매슬로우 등에 의해 제창되었다. 끝으로 캔 윌버의 통합심리학을 소개하고 있다. 윌버는 앎의 세 가지 눈이라는 은유로 방법론적 다원성을 강조했다. 세 가지 눈이란 감각(Flesh, Body)의 눈, 이성(Reason, Mind)의 눈, 관조(Contemplation, Spirit)의 눈을 의미한다. 윌버는 인류의 의식 발달은 이제 개인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앞으로 초개인적인 수준을 향해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