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고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극락 컴퍼니』, 서울 : 북로드, 초판 발행 2011.5.2.
2018년 12월 16일 일요일에 갑자기 한가해지니 이상하다. 지난 주에는 내년도 일거리를 위한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내일 있을 최종 평가를 위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전 내내 집에서 머물다 점심 식사후에 지난 주에 읽어 보라고 아들이 추천했던 책을 찾아 유성도서관에 들렀으나 책이 없었다. 마침 노은도서관에는 책이 있다고 하여 그 곳으로 가서 책을 빌렸다.
이 책은 “평일 오후에 시립 도서관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다”로 시작한다. 어린이를 동반한 주부들, 막간의 휴식을 취하는 젊은 셀러리맨들, 정년 퇴직 후 갈곳이 없어진 환갑을 넘긴 남자들이라는 이야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3년 전에 정년 퇴직 후 행복한 은퇴생활을 만끽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도서관에서 소일하는 주인공 스고우치 겐조의 이야기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기리미네 도시오와 회사를 위해 하루를 통째로 할애했던 때를 회상하며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의 양식미”를 이야기 한다.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다가 “그렇다면 이참에 회사를 만들어 버릴까요?”라고 하며 회사 놀이를 제안한다.
회사 놀이 첫날은 회사 사무실로 쓰게 된 스고우치의 아파트 아들 방에서 회사의 이념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이념으로 결정한다. 이념을 결정한 기념으로 커피숍으로 옮겨가 회의를 계속 진행하여 회사 이름을 “주식회사 놀이”로 정한다. 사장과 부사장을 결정하고 명함 제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회사 소재지를 못 정해 난항을 겪는 중에 커피숍 사장이 커피숍으로 정하라고 제안한다. 젊은 시절에 동호회 연락처로 찻집을 이용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모두 찬성한다.
회사 창업에 따르는 사칙, 업무 범위, 사업 계획 등을 결정하기 위해 사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불과 2, 3일 만에 백명이 넘는 음모자가 몰렸다, 응모자를 선발하는 기준으로 찻집에 회비를 내는 것으로 하였는데도 90% 이상의 인원이 응모했다. 인원이 너무 많아 “주식회사 거래처”를 만들었다. 역 주변 가게 중에서 사양길에 접어든 마작방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기리미네 씨는 새로 만든 회사의 사장으로 이적하고 스고우치 씨가 “주식회사 놀이”의 사장으로 취임한다. 회사 운영을 직접 참관한 예비 며느리 마유미는 “화면 안에서만이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 현실의 인간이 돌아다니며 현실의 회사를 실물 크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스고우치 겐조의 아들인 신페이는 상사 직원이다. 요즘 그는 회사에서 힘든 일만 떠맡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때 청소 회사 사장인 니타니 사장은 신페이에게 힘든 일을 맡기고 싶어지게 생긴 사람이라고 말하며, 신페이에게 회사를 설립하도록 설득한다. 자신이 자본을 투자하고 독립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라는 것이다. 신페이는 “주식회사 놀이” 노우하우를 이용하여 프렌차이즈 회사를 창업한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으나 아버지와 논쟁을 겪게 된다. 모조 회사의 노우하우를 가맹자에게 파는 비즈니스는 고령자인 모조 사원들에게서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뽑아내는 것이라는 것 때문에 스고우치 겐조 씨는 반대한다.
회사를 그만 둔 신페이에게 어머니는 새로운 제안을 한다, 모조 회사를 진짜 회사로 만들어 드리라는 것이다. 모조 회사는 사람, 물건, 돈, 정보라는 사륜 중에서 사람과 정보라는 이륜을 갖고 회사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으니, 물건과 돈을 더하면 당장에라도 진짜 회사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에 기리미네의 주식회사 거래처와 니타니 사장은 스고우치 겐조가 반대한 기획안으로 모조회사 프렌차이즈 회사를 설립한 후 응모자의 가맹비와 보증금을 가지고 사라졌다. 니타니 사장 회사도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매스콤에서는 스고우치 겐조도 공범이라고 생각하고 취재 전쟁이 일어난다. 모조 회사를 맹비난하던 매스콤이 잠잠해질 무렵 스고우치 겐조 씨는 사실을 밝히려고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거물급 관료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자들이 대여섯 명만 모였고, 그 기자들마저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 24장의 첫머리는 첫 장의 첫머리와 대구를 이루듯이 “평일 오후에 시립도서관에는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주부들, 휴식을 취하러 온 셀러리맨들, 갈곳을 잃은 환갑이 넘은 남자들, 그리고 독립에 실패해서 갈 곳을 찾고 있는 갓 결혼한 서른살 남자”라고 시작한다.
역자는 후기에서 이 소설을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고령자 문제가 주를 이루는 플롯이지만 그 외에도 이해 관계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라든지 가족관계에 관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매우 진지한 소설이다.” 공감이 가는 평이다.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된 시점은 1998년이라고 한다. 65세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에게도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이야기이다. 아마 그래서 아들도 이 책을 추천한 것 같다. 소설을 별로 읽지 않는 나이지만 아들이 추천한 소설을 읽고 나니 소설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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