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진경환(2018), 『조선의 잡지』를 읽다.

아진돌 2018. 12. 27. 18:28


진경환 지음, 조선의 잡지, 서울 : 소소의책, 초판1쇄 발행 : 2018.7.16.

  

20181222일과 23일에 걸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양기초학부 진경환 교수의 조선의 잡지를 노은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었다. 국회도서관에서 금주의 서평 407호로 소개한 책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특수목적 국립대학이라 관심이 더 갔다.

  

이 책은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은 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誌)』「풍속편을 뼈대로 삼아 저술한 것이고 1000여개의 미주를 달아 전문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잡지는 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誌)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득공(17481807)은 박지원의 제자로 우리 역사에서 귀중한 역사책의 하나인 발해고를 저술하신 분이다.

  

1장 의관 맞추어 행차할 제, 2장 폼에 살고 폼에 죽고, 3장 먹는 낙이 으뜸일세, 4장 멋들어지게 한판 놀아야지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쓰개와 의복의 종류, 말과 나귀 등 탈 것, 장가가고 시집가는 행렬, 양반의 행차, 과거급제 축하연 등을 소개하고 있다. 2장은 집과 방의 장식, 문방을 구성하는 여러 물건들, 꽃 키우고 나무 심거나 비둘기를 키우는 취미생활 등을 담고 있다. 매화나 국화를 키우는 것과 비둘기를 키우는 취미생활을 이야기하며 비둘기의 종류가 여럿이고 종류별로 우리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다.

  

2장을 읽는 중에 그동안 궁금했던 육경신(六庚申)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눈이 번쩍 뜨였다.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지새우는 도교적 장생법 중의 하나인 수경신(守庚申)에 대해 알게 되었다. 60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경신(庚申) 일이 되면 사람 몸에 기생하던 세 마리의 벌레 즉, 각각 이마, 심장 뒤, 배꼽 아래 단전에 산다는 삼시충(三尸蟲)이 사람이 잠든 사이에 몸에서 빠져 나와 천제(天帝)에게 지난 60일 동안의 죄과를 고해 바쳐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밤에 자지 않고 삼시가 상제에게 고해바치지 못하도록 하여 천수를 다하려는 신앙의 한 형태가 수경신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 시대에 궁중에서는 이날 기녀와 악공을 불러 놓고 연회를 베풀면서 밤을 지새우는 관행이 계속 행해지다가 영조 35(1759)에 미신이라고 여겨 연회를 폐지하고, 다만 등불을 밝히며 근신하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나는 아직까지도 어설프게 일종의 도를 닦는 개념으로 육경신 즉, 수경신을 여섯 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3장은 음식과 관련한 장으로 술, , 담배, 과일 등 기호품에 얽힌 내용과 놋그릇의 사용, 주요 시장의 모습, 거래품에 대한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다. 두견주 담는 법을 소개하면서 밤에 심지에 불을 붙여 독속에 넣어 둘러보면 덜 된 술은 불이 꺼지고 다 되었으면 안 꺼진다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술이 익을 때 나오는 CO2 가스를 테스트 하는 법을 조상들도 알고 있었다. 충남 당진군 면천의 두견주의 유래와 관련하여 고려의 개국공신인 면천 복씨의 시조인 복지겸(卜智謙) 장군의 병을 고친 일화도 흥미롭다.

  

4장은 봄철 꽃놀이 장소와 연주, , 연극의 실상과 읽고 지은 글들과 즐겨 감상했던 글씨와 그림을 소개하고 있고 끝으로 투전판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춤은 반드시 마주보고 추는데, 남자는 소매를 떨치고, 여자는 손을 뒤집는다는 구절이 흥미롭다. 경기민요를 배우면서 선생님이 손을 뒤집는 동작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 원류를 알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남자는 따라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한양 도성 둘레 걷기, 곧 순성(巡城) 놀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양 도성은 40리라고 했다. 꼭두새벽에 오르기 시작하여 저녁 종이 칠 때 쯤 되어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 서울 둘레길 걷기는 157km 구간을 8 구간으로 나누어 걷는다고 하는 데 옛날에도 그런 둘레길 걷기가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의 서지사항과 함께 책에 수록되어 있는 개성(開城) 김씨 김득신 할아버지의 그림을 참고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