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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밀러 지음, 김성훈 옮김(2018), 『인간의 본능』을 읽다

아진돌 2019. 1. 5. 09:34


케네스 밀러 지음, 김성훈 옮김(2018), 인간의 본능: 우리는 어떻게 자유의지를 갖도록 진화했는가, 서울: ()더난콘텐츠그룹, 초판1: 2018.10.26, 초판2: 2018.11.26.

      

20181230일에는 미국 브라운 대학교 생물학 교수로 세포생물학과 일반생물학을 가르치는 케네스 밀러(Kenneth Miller) 교수의 The Human Instinct: How We Evolved to Have Reason, Consciousness, and Free Will2018년도 판을 번역한 인간의 본능을 읽었다. 가톨릭 신자이면서 진화론을 전파하고 있는 생물학자이다. 생물학 교수로 과학적인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진화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저자는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주장하는 사회생물학과 사회생물학이 진화심리학으로 이름을 바꾸어 많은 저작물들이 발간되었던 분야에 대해서도 정통 생물학 교수 입장에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도출되는 연구 결과의 상당수는 결국 순전히 추측, 그리고 인간의 특정 행동이 어떻게 기원했는가에 대한 연구자의 편견을 확인해주는 일련의 근거 없는 설명(just-so-story)에 불과하다. 직접적인 실험적 증거 없이 통계와 일회적 사건들에 의존하는 연구들이 특히나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에 매료되었던 나에게 진화심리학의 맹점들을 일깨워 주는 글이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도 케네스 밀러 교수와 창조론 학자와의 토론 내용이 게시되어 있다.

   

서문에서 진화론에 관한 과학 발전의 역사를 개관한 후 이 모든 발전 중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인간의 신념에 돌직구를 날리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에 의한 진화론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종의 기원에 대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개념은 인간의 위안이 되는 자화상으로부터 생명선을 잘라버리는 것으로 비쳤다.”라고 말하고 있다. 돌직구라는 번역이 멋지다. 원문은 무엇이었기에 돌직구라는 말로 번역했을까 궁금하다.

   

저자는 진화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한 재판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진화론 비판자들의 불안이 나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인본주의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진화론을 인정함으로써 인간의 예술과 창조성은 자연 선택이 만들어 낸 무의미한 부산물로 묘사하고, 목적, 자아, 심지어는 의식까지도 아무런 의미 없는 화학적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나는 우리는 그저 진화의 아름다움과 미묘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진화의 자식이만 우주의 자식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우리가 다른 생물체들 사이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 별들 사이에서 우리가 자리 잡고 있는 이 고향을 새롭고 즐거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하며,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함께 탐험해 볼 것을 제안하는 자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진화는 완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 않다, 오직 생존경쟁에서 성공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자연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의 이야기, 인간 진화의 이야기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가장 직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증거는 화석 기록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영장류의 화석이 많아지고 DNA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일직선이던 진화 경로가 가지를 치는 나뭇가지 경로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 동안 인간이 맨 꼭대기에 그려지는 생명 트리에 익숙한 나에게 인간의 위치를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저자는 진화론의 확실한 증거로 분자 생물학에서 말하는 위유전자(pseudogene)와 인간의 2번 염색체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에서 말하는 위유전자 존재는 진화론을 직접적으로 예언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가공위유전자(processed pseudogene)로 알려진 RNA 복사본이 염색체를 가리지 않고 유전체 위의 어느 위치든 삽입될 수 있는데, 이런 가공위유전자 아홉 개가 일곱 개의 서로 다른 인간 염색체 위에 흩어져 있다. 서로 다른 영장류 두 종을 비교해 보았더니 각각의 종이 똑같은 염색체 위, 똑같은 위치에 아홉 개의 가공위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인간과 침팬지다. 이 두 종은 동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공위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염색체는 23쌍인데 유인원들은 24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인간의 2번 염색체는 침팬지의 12번과 13번 염색체가 융합한 것임을 밝혀냈다. 인간의 2번 염색체는 진화를 증명하는 결정적 지표이다.

   

3장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우주는 우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한다. 마침내 자기 자신의 존재를 탐험하고 설명할 능력을 갖춘 종을 만들어 낸 물질세계는 의문의 여지없이 자신의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5장에서는 인간에게만 있는 ARHGAP11B 유전자는 우리 혈통이 침팬지 혈통과 갈라져 나온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뇌의 신피질의 성장을 강화하여 뇌를 크게 만든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뇌가 커질수록 동물도 똑똑해진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6장에서는 이난의 의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뇌에서 일어나는 것 중에서도 의식은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한 과정이다. 의식이라는 것은 경험 그 자체이기 때문에 경험하기는 쉽다. 그러나 의식은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라고 말하며, 많은 지면을 의식의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신경과학이 발달하면 의식적 경험의 물리적 본질도 밝혀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저자는 분명히 의식은 신경과학의 문제라고 단언하고 있다. 뇌가 없어지면 혹은 뇌의 어떤 부분이 사라지면 의식도 사리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내 생각도 저자의 생각과 같다.

저자는 생명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 어떤 원자도 그 자체로는 살아있지 않다. 하지만 원자가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원자들과 상호작용하면 그런 작용이 우리가 생명이라고 부르는 놀라운 과정을 만들어 낸다. 그 보다 훨씬 수준 높고 놀라운 과정인 의식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싶다. 원자로 만들어진 정신이 원자를 발견한 것이고,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세포를 발견하고, 해부하고 이해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지구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구생태계에 존경에 가까운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다. “이 생태계에는 기고, 뛰고, 심지어 날 수도 있는 생명체들이 살게 되었다. 생명은 이 모든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도 세포 수준에서는 기본적인 통일성을 유지했다 모든 생명체는 정말로 하나인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읽으며 저자도 동양사상에 대한 책을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길가의 풀 한 포기도 작은 풀벌레도 가족과 같이 소중한 생명체인 것이다. 세포 수준에서는 우리와 동일한 생명체인 것이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구분하고 있는 시대 구분에서 신생대 이후에 인류세(Anthropocene)를 지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지구 육지의 3/4을 사용하고 있고, 어쩌면 우리는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끝으로 저자는 진화론은 아담의 죽음이 아니라 아담의 승리를 말해 주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 속에 담긴 위대한 진실이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