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 저, 정현우 역, 『조선의 占卜과 豫言』, 서울 : 명문당, 초판 1쇄 1991. 10. 30.
2019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무라야마 지준의 『조선의 占卜과 豫言』을 읽었다. 지난 2015년에 샀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촉탁으로 우리나라의 민속을 연구하여 『조선의 풍수』와 『조선의 占卜과 豫言』이라는 책으로 정리한 학자이다. 이 책은 1933년 3월에 발간된 책이다.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속학에 대한 연구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본인이 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불편하긴 해도 우리의 민속학 자료를 정리한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우리를 비하하는 듯한 문장을 만날 때는 마음이 불편하지만 그가 이해가 부족한 탓이리라 하고 넘어가야한다. 그가 쓴 머리말 끝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는 생활에 대해 올바른 비판을 내려야 하는 사회 교화(敎化), 특히 과학적인 지식의 보급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서구과학만이 옳은 것이고 서구과학의 잣대로 봤을 때 설명이 안 되는 것은 교화가 안 이루어진 미개로 보는 시각이 지금 우리가 보면 유치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에 깔려 있는 풍수와 점복 등 샤머니즘적 특성들을 사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어 주기를 바란다.
이 책의 제1장은 원삼국시대부터 그 당시까지 통사적으로 우리의 점복 습속을 개관하고 있고, 제2장에서는 점복자들을 전문점자와 부업점자 및 기타 점자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3장 이후부터는 우리의 점복에 대해서 민담과 사례 등을 중심으로 많은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다. 제3장 자연관상점(自然觀象占)은 해, 달, 별, 무지개, 구름 등 자연현상을 보고 점을 치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농경민족의 주요 관심사는 풍년 또는 흉년과 비가 오거나 가뭄이 오거나 등에 대한 점들이 대부분이다. 월차점(月次占)으로 정리한 내용을 보면 월과 절기에 따라 풍년과 흉년 등을 예견한 내용은 한반도의 기상조건에서는 과학적인 내용들도 함축되어 있다. 점(占)이라기보다는 선조들의 경험들이 축적된 통계자료이다. 곧 입하(立夏)가 다가오고 있다. 입하 전에 들장미가 피면 비가 온다는 등의 점도 소개되고 있다.
제4장은 동식물과 기타 사물에 의한 점복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짐승들을 보고 점을 치는 것 또한 짐승들의 예지력에 대한 경험담일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내용 중에 평양에 있던 종(鐘)과 관련된 점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종을 주조한 후 종이 울지 않았는데 어린 아이의 피를 넣어서 다시 주조한 후 울었다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에 경주 보신각종을 에밀레종이라고 부르게 했던 이야기의 원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5장 몽점(夢占)은 점이라기보다는 꿈풀이다. 꿈에 대한 해석은 어느 곳의 민족에게나 운명 길흉을 계시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저자는 굳이 몽점(夢占)으로 분류한 것의 의도가 궁금하다. 꿈풀이를 모아놓은 제2장은 우리 고유의 꿈풀이에 대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이 책은 원본에 오류가 있는지 번역본에 오류가 있는지 확인을 못한 상태이지만 책 전반적으로 여기저기 오류가 많다. 이 책을 참고할 때는 유의해야할 사항이다.
제6장 신비점(神秘占)은 신령, 귀신의 기탁에 의하여 길흉화복을 판단하는 점으로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점자(占者)가 신령의 강신 내지 신빙을 받고 신의(神意)를 받아서 나타내는 인체강령점(人體降靈占) 즉, 신탁(信託)이고, 다른 하나는 쌀이나 엽전 등을 사용하여 신의를 보고 판단하는 기물강령점(器物降靈占)이다. 현대에도 종종 영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얼마 전에도 H사의 안 상무로부터 전주에서 신탁점을 잘 보던 스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공학을 전공한 안 상무가 직접 옆에서 들었던 신탁점 내용으로 내담자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주일 후의 일을 예견한 바 있다고 하였다. 내담자의 미래가 보이는 예견력 때문에 자신의 운명이 힘들다는 스님의 말씀을 직접 들은 분의 이야기이다. 책에서 소개된 남원부사 송상인의 경험담도 흥미롭다. 옛날 미신을 싫어하던 남원부사 송상인이 무격배(巫覡輩)-巫는 여성 무당, 覡은 남자 무당 즉, 박수 무당을 말한다-를 읍내에서 쫓아낼 때, 자신은 진무(眞巫)이므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무당을 문초하는 과정에서 한양에서 죽은 죽마고우의 영혼을 불러온 이야기는 실화였을 것이다.
제7장은 인위점(人爲占)이라는 제목으로 석수(石獸), 도박 등 승부를 건 놀이, 연날리기, 윷놀이, 그네, 줄다리기, 차전놀이 등으로 점을 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제8장은 주역의 괘를 만들어 점을 치는 작괘점(作卦占)을 소개하고 있다. 육효점, 산통점, 송엽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괘나 효를 뽑아서 점을 치는 방법들과 사주점, 당사주점, 오행점, 윷점, 새점(鳥占) 등 다양한 점술을 소개하고 있다. 제9장은 관상점을 소개하고 있다. 관상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관상 책에 비할 정도로 자세히 기술하고 있고, 많은 관성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麻衣相法』외에도 『神相全篇』, 『水鏡集』, 『風鑑原理』 등의 책과 한글로 쓰인 『물형관상』이라는 책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제10장 상지법(相地法)은 풍수론에 대한 장으로 저자는 『朝鮮의 風水』를 저술한 후에 이 책을 써서 그런지 풍수에 대해 매우 호의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묘지를 중시하는 음택 풍수를 저자는 “근간(根幹)을 배양하여 지엽(枝葉)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원리“라고 말하고 있다. 상지법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끝으로 제11장은 도참과 예언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도참서들의 내용 중의 하나로 도읍지에 대해 평양 1천년, 왕(王)씨의 송악 5백년, 정(鄭)씨가 다스리는 계룡 8백년, 조(趙)씨의 가야 1천년, 범(范)씨가 다스리는 전주 6백년 후에 다시 왕씨가 다스리는 송악으로 옮겨진다는 설이 흥미롭다. 전화를 피할 수 있다는 십승지에 대한 설 중의 하나로 풍기(豊基), 안동 화곡(華谷), 개령(開寧) 용궁(龍宮), 가야(伽倻), 단양 영춘(永春), 공주 정산(定山), 진천 목천(木川), 봉화(奉化), 풍천(豊川), 태백(太白)을 지정하는 참서도 있고, 다른 설로는 풍기(豊基) 예천(醴泉), 안동 화곡(華谷), 개령(開寧) 용궁(龍宮), 가야(伽倻), 단춘(丹春), 공주 정산(定山) 심마곡(深麻谷), 진목(鎭木), 봉화(奉化), 운봉(雲峰) 두류산(頭流山), 태백(太白)을 지정하는 참서도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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