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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다마지오(2019), 『느낌의 진화』를 읽다.

아진돌 2020. 1. 20. 15:03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임지원·고현석 옮김(2019), 『느낌의 진화, 생명과 문화를 만드는 놀라운 순서』, 경기도 파주시 : 아르테, 1판1쇄 2019.5.4. 1판1쇄 발행 2019.5.20.

   

2020년 1월 13일에 월평도서관에서 빌려온 『느낌의 진화』를 일독하였다. 책 표지 뒤에 있는 저자 소개에 의하면, 저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오늘날 가장 탁월한 심리학자 중 한명이고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과학, 심리학, 철학 교수겸 뇌과학연구소장이라고 한다. 원제 『The Strange Order of Things』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의 “전반적인 개념은 매우 단순하다. 인간의 문화적 노력면에서 동기부여자, 감시자, 협상가로서 감정이 그 동안 수행해 온 역할을 우리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인간 행동이 자율적인 문화 현상의 결과물이라는 것과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전달되는 자연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설이 있다”고 소개하며, 인간의 행동은 대개 그 때 그 때 그 비율과 순서는 다르겠지만 두 가지 영향을 모두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행동은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과 문화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내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1859년에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를 발표한 후 160여년이 지난 지금, 분석생물학의 발달로 인간의 마음도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온 결과라는 연구결과를 접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문화적 활동이 느낌에서 비롯되고, 느낌은 뇌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화학분자와 신경회로의 상호작용으로 뇌와 신체가 같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느낌은 우리가 문제에 반응하도록 동기를 유발하고 또한 그 반응이 성공적인지 그렇지 못한지를 감시한다고 한다.

    

단세포 생물에서 진핵세포로 진화하고, 다세포 생물을 거쳐 인간과 같은 다세포 동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의 항상성에 초점을 맞추어 느낌, 반응, 마음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세포로부터 생명이 시작되었고 생명은 특정 물질과 화학적 작용에 긴밀하게 의존하면서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항상성의 기원은 세포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항상성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느낌은 인간의 문화를 탄생시킨 반응의 촉매로 작용했다는 작업가설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음의 생성은 신경계와 그 신경계의 주인에 해당하는 생물의 상호작용에 기초한다고 말하며, 신경계 혼자서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고 생물의 몸에서 다른 모든 부분과 협업하여 마음을 생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세포의 행동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하고 있고, 그것은 특정 화학물질과 그들의 상화작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생명에는 매우 명확한 지시가 깃들어 있다. 바로 투쟁하고 미래로 뻗어나가라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과 인간의 마음 자체가 화학반응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혁신적이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모든 동식물은 자신의 후손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식물은 후손을 위해 잎과 꽃을 피우는 데 전력을 다하며, 동물은 후손을 남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투쟁한다. 어쩌면 명리학의 대가인 심효첨 선생이 『자평진전』에서 언급한 탐생탐합형충해극망(貪生貪合刑沖解克忘, 생하고 합을 하느라 형충해극을 잊는다)이라는 명리학의 하나의 중요한 정리가 모든 생명에 깃들어 있는 명확한 지시사항으로 보인다. 명리학의 기본 원리로 ‘항상성 유지’를 하나의 가설로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겠다.

    

저자는 ‘단세포 생물에서 신경계와 마음으로’라는 제목의 제4장에서 신경계가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구성되는 신경계는 약 5억 4천만년에서 6억년 전에 끝났던 선캄브리아기에 등장하였다고 한다. 신경계가 풍부한 기능을 장착하고 놀라운 수준의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느낌이 나타났다. 이것은 신경계는 내부 상태를 지도화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낸 성취에 대해 주어진 커다란 상과 같은 것이다. 지도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동물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상은 의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의 신경계를 적절한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다음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신경계의 출현은 다세포 생물(동물)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둘째, 신경계는 그것이 속한 생물, 특히 그 생물의 몸의 일부이며 몸과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한다. 셋째, 신경계의 출현이라는 놀라운 사건은 그때까지 내부 장기에 의해 화학적 방법으로 관리되던 향상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향상성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었다. 넷째, 고도로 발달한 신경계에서 몇 가지 복잡한 기능들은 훨씬 단순하게 작동했던 그 시스템의 원시적 도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저자는 마음 역시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복잡하고 엄청나게 풍부한 우리의 마음은 생명의 긴 역사 속의 많은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요소들이 협력하고 조합해낸 결과물이다”라고 말한다. “마음의 기본 단위는 이미지이다. 어떤 대상의 이미지, 그 대상이라는 행동의 이미지, 구 대상이 우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의 이미지, 우리가 그 사물에 관해 품은 생각 이미지, 이 모든 것을 번역하는 언어의 이미지 등이 마음의 단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의식은 주관성이 주입된 정신적 이미지들이 어느 정도 통합된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경험되는 특정한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다. 도덕적 가치는 마음이 있는 생명체들에서 나타나는 화학적 과정, 내장에서 일어나는 과정, 신경과정에 의해 작동되는 보상과 처벌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두 개의 박테리아가 하나의 진핵세포가 된 경이로운 진화를 이야기하고, 고도의 기능 중 출현 순서가 가장 이상한 것은 느낌과 의식이다. 항상성을 만족시키는 부착 성장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신경계의 출현이다. 신경계의 출현으로 지도화와 이미지가 가능해졌다. 자율적인 문화적 영향을 선호하는 현재의 인간의 행동에 대한 설명과 유전적으로 전달되는 자연선택의 영향을 선호하는 현재의 인간 행동에 대한 설명은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도 반복해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지난 노력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불확실한지 그리고 미지의 것을 만났을 때 얼마나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준엄한 목소리로 알려준다.”라는 말로 이 책의 끝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