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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2014),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읽다.

아진돌 2020. 1. 4. 11:16

o 장하석(2014),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서울 : 이비에스미디어(주), 초판1쇄 2014,11,7. 초판 19쇄 2018.4.16.

   

2019년 12월 31일에 기말시험을 준비하느라 읽다가 중단했던 장하석 교수의 과학철학사 책을 완독하였다. 장하석 교수는 1967년생으로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이다. 2014년에 초판이 발행된 후 2018년에 19쇄가 인쇄되었다. 과학과 철학은 만나야 한다는 서문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이 책이 과학철학 입문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2014년 봄에 EBS 특별기획으로 방영되었던 12차례의 강연내용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저자는 과학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인식론(epistemology)이라고 말한다. 과학에서는 다원주의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유독 과학에 대해서는 다원주의적 사고를 적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대개들 과학적 원리는 하나이고 그 진리를 추구하는 길도 오로지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저자의 이런 마인드에 크게 매혹되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제1장에서는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은 과학을 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과학 자체와는 다르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적인 것과 비과학적인 것을 논하며 사주나 관상, 손금 등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의 아버지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신 장대식 장관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옛날 사람들이 사주나 관성, 손금 등을 관찰하여 ‘이렇게 생긴 사람은 이런 식으로 산다’라는 통계 자료를 모아놓은 것이 점이 아니겠느냐 하는 뜻으로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서양의 연구를 보면 화성(Mars)이 떠오를 때 태어난 사람 중에 유명한 운동선수나 군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양의 별점에 대해서도 천체의 위치가 인간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왜 비과학적인지 확실하게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과학이라는 것과 옳다’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별로 없어질 기미가 없는 비과학적인 것을 ‘종교’ 라고 말하며, 과학과 종교는 공통적으로 인간에게 어떤 세계관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토마스 쿤의 정상과학에 대해서 언급하며 ‘과학에서도 어떤 식으로 누가 정말 멋진 연구성과를 한가지 올리면 다들 그것을 본받아서 모방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과학적 전통이 생겨난다’고 은유적으로 말한 쿤의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2장에서는 지식의 한계를 논하며 과학의 기초가 되고 있는 철학의 변화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현대는 모든 것을 수량화하는 시대라고 말하며, 관찰과 측정을 대비하여 측정은 명확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관측의 인식론적 한계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소개하고 있다. 주역이나 상수역학 등을 보면 자연을 숫자를 사용하여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과학이 자연에 숫자를 갖다 붙이는 수량화(Quantification) 과정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데, 그 목적은 수량화가 당연한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제4장에서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말한 과학혁명의 예를 설명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아인슈타인 혁명, 질량불변의 법칙의 파괴, 다윈의 진화론을 설명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혁명은 뉴턴이 말한 절대 시간이나 공간은 없고 시간과 공간은 관측자의 운동상태에 따라 정의되는 상대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말한다. 

          

제5장에서는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과학적 실재론은 과학의 궁극적인 목표 자체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라는 것을 소개하며, 실재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과학의 목표 자체가 진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유용한 지식을 얻으면 된다는 의견이다. 인간이 관측하지 못하는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전자기파라고 소개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과학사의 아버지라 종종 불리는 사톤(George Sarton)의 ‘인간이 하는 행동 중 정말 축적되고 진보하는 것은 과학뿐’이라는 말을 소개하고 있다. 제7장부터 시작되는 제2부에서는 라봐지에가 주도했던 화학혁명에 대해 설명하고, 물은 H2O 인가라는 것, 비등점, 전기화학 등에 대해 옛 과학자들이 실시했던 과학 실험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과학지식의 풍성한 창조라는 제목으로 다원주의 과학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에는 절대적인 지식이란 없고 지식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방법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광속과 관련된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 "지구상에서 광속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하던 때에 지구상에서 측정한 광속이 지구의 운동방향이나 속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당혹스러운 결과를 놓고 다들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인슈타인은 그 고민을 거부하고 ‘광속은 무조건 불변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특수상대성이론을 세우고, 에테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없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 문제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명리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단상이 떠올라 적어 보았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우리 도반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미래를 미리 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나가 봐야 예언의 타당성을 알 수 있다. 관측할 수 없다고 실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의 발달로 우리는 공중에 떠 있는 전파를 잘 해석하고 있다. 우리도 명리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옛 성인들처럼 도가 통하여 미래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미래를 보고 운명을 예측해준 실존 인물도 많다. 우리는 실제로 과거에 일어난 일도 직접 관측을 할 수가 없다. 그 사건이 남긴 흔적만으로 추론할 뿐이다. 나는 명리학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 과학의 역사를 보면 화학 등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준 연금술 등은 잘 못된 이론으로 폐기된지 오래되지만, 명리학은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증명은 아직 없다. 학계에서 그것도 서양과학에서 안 다루는 학문이라 잊혀져 있을 뿐이다. 저자는 ‘좋은 과학이론에서 말해주는 내용들은 관측 불가능한 것들도 글자 그대로 참이고, 아니면 적어도 그런 참된 이론을 세우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명리학 연구는 청나라 시절인 1739년에 심효첨 선생이 『子平眞詮(자평진전)』을 저술 한지 280여년이 지났지만, 그 이후 주석과 해석만 있었지 창작이 없었다. 심효첨 선생 이후 새로운 이론이나 혁명적 발전이 없는 상태이다. 거꾸로 증명되지 않는 몇 사람의 의견에 따라 학문 자체가 혼란한 처지에 놓여 있는 상태이다. 중국인들이 학문을 하는 자세에 영향을 받아 이론의 창조보다는 유명한 선지자의 저작에 주석이나 해석을 다는 연구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물리학 등 현대 과학은 거대 우주부터 극소 소립자까지 광대역에 걸쳐 많은 업적을 내고 있고, 분자생물학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정신세계까지 연구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는 인류의 뇌의 구조를 모의하여 지적능력에서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인공 뇌를 개발하고 있다. 서양의 심리상담학이나 진로 상담학 등과 비교할 때 우리의 명리학의 유용성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현대의 명리학은 미신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의 자존심마저 흔들고 있다. 인간관계를 다루며 시간을 다루어야 하는 명리학 연구분야에서는 연구문제 마저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지금은 미래예측학으로서의 명리학의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어쩌면 명리학이 추구하는 미래예측 기능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구가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왜 포기해야하는지도 연구해야 한다. 연금술을 왜 폐기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밝혔듯이.

  

명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왜 과거는 정확하게 판정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데 지금-여기(Here and now)를 지나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려울까? 바로 지금-여기가 시간축에서는 하나의 양자(Quantum)이다. 바로 지금-여기라는 양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명리학에서도 서양과학사에서 볼 수 있듯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통해 이론을 설명하고 추후에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주변 과학들의 이론들을 채용하는 방식의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과 달 등이 지구상의 생물의 삶에 영향을 준다라거나, 인간이 수정될 때 유전자 조합은 당시의 기후, 행성 간의 인력, 전자기파 등에 영향을 받는다거나, 태어나는 연월일시의 천체 환경이나 지구 환경에 따라 뇌에 합성되는 단백질의 종류가 다르며, 그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성격이나 환경에 대처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영향을 받는다 등의 가설을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