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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 저, 이지연 옮김(2019), 『인간 본성의 법칙』을 읽다.

아진돌 2020. 3. 17. 08:42


로버트 그린 저, 이지연 옮김(2019), 인간 본성의 법칙. 경기도 고양시:()위즈덤하우스. 초판12019.07.29.

     

201939일에 드디어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을 끝까지 읽었다. 로버트 그린(Robert Greens)The Law of Human Nature(2018)를 번역한 책이다. 저자 로버트 그린은 권력의 법칙전쟁의 기술등 다수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다. 이 책은 참고문헌을 포함하여 919쪽으로 구성된 방대한 책이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 본성의 18가지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 내면의 저 깊은 곳에서 우리를 이렇게 좌지우지하는 힘들의 집합을 인간 본성이라고 부르기로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은 인간 본성의 한 측면 내지는 한 가지 법칙을 다르고 있다. 이것들을 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들 힘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비교적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 장에는 해당 법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닉슨 대통령, 존슨 대통령, 샤넬 No.5 향수를 만든 가브리엘 샤넬, 엘리자베스 1세 영국 여왕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바로 뒤에는 각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이 실려 있고, 해당 법칙의 영향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아이디어와 전략이 제시되어 있다. 인간 본성의 열쇠라는 제목으로 대처법이 기술되어 있고, 인간 본성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알아야할 대처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nel)의 이야기를 읽으며, Channel No.5 향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가수 김연자 씨가 부른 아모르파티(Amor Fati)가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운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방대한 지식들을 기반으로 쓰여진 이 책을 읽으며 도대체 저자는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처럼 강의 노트를 기반으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전문 작가로서 이런 책을 기획하고 써낸다는 것은 엄청난 양의 독서가 필요할 텐데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인간의 성격이 유전, 유년기의 애착관계, 경험과 습관에 의해 형성된다는 현대 심리학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첫 번째로 뇌의 구성방식에 따라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고 무엇을 선호하는지가 미리 정해진다고 말한다. 두 번째로는 유년기로부터 어머니나 양육자와 형성된 애착의 유형으로부터 정해지며, 세 번째로는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나 습관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한다. 마음의 생성도 신경계와 그 신경계의 주인에 해당하는 생물의 상호작용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하혜숙 교수가 청소년 인성교육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하 교수는 인성은 타고난 기질에서 시작해 부모에게 받은 양육의 영향과 사회, 문화, 도덕적 측면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고, 또 인간의 발달이나 교육 등으로 변화하는 발달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켄 윌버(Ken Wilber)의 통합심리학이 근·현대 심리학을 이론적인 측면에서 통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통합심리학을 기초로 한 실생활에서의 인간관계를 실천하는 법을 기술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세술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세속적인 표현이지만, 이 책의 뒤 커버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행동의 이면을 해석하는 단 한권이 암호책이다라는 광고문에 동의한다.

   

7장에서 저자는 우리가 비웃는 미신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들을 17세기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었다. 25세기 사람들은 우리를 얼마나 비웃을까.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한정적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가진 생각은 우리 부모가, 우리 문화가, 우리가 사는 시대가 우리에게 주입한 편견의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한 내용을 읽으면서 머리가 띵하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믿고 있으니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가?

   

또 하나 제17장에서 시간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놀라운 통찰력이다. “시간은 일직선이다. 늘 앞으로만 간다. 시간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중략) 우리의 기분과 여건에 따라 시간과 날짜가 다르게 지나간다. 어린 아이와 어른은 시간을 다르게 경험한다. 아이에게 시간은 다소 느리게 움직이지만 어른에게는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이 말은 곧 시간은 인간이 만들어 냈다는 뜻이다. 우리가 자체 목적을 위해 그 흐름을 측정하려고 만들어낸 하나의 방법이다.” 시간이 대한 이러한 관점은 엄청난 사고의 변화이다. 시간이라는 측정 단위를 명명해놓고 분별하는 개념을 버린다면, 또한 시간이라는 관념의 굴레를 벗어나서 사고한다면 우리는 미래 예측 능력과 과거 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예전의 고승들이 보여주신 탁월한 미래예측 능력들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꼬박 2주일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문득 원저자의 영어 원본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을 번역한 이지연 씨의 프로필을 보면 많은 책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인 듯한 데도 번역이 원본에 충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원저자의 생각과 의도를 명쾌하게 전달하는데 번역이 방해하는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하였다. 책을 읽으며 생각의 흐름이 자꾸 흐트러지는 것은 내가 독해력이 떨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