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아진돌(AginDoll)의 일상 이야기

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심리치료의 비밀』을 읽다.

아진돌 2021. 1. 26. 08:46

루이스 코졸리노 지음, 하혜숙·황매향·강지현 옮김(2018), 『심리치료의 비밀 – 뇌, 마음, 관계를 바꾸는 대화』, 서울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원, 초판1쇄 2018.8.31. 초판3쇄 2019.9.1.
 
2021년 1월 25일(월)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하혜숙 교수와 서울대 교육학과 황매향 교수, 연세대 강지현 교수 등이 번역한 『심리치료의 비밀』을 읽었다. 원저는 2016년에 발간된 루이스 코졸리노(Louis Cozolino)의 『Why Therapy Works : Using our mind to change our brains』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어느 날 내담자가 질문한 “심리치료는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건가요? 또 그것이 어떻게 내게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던 경험을 이야기 한다. 그런 후 저자는 심리치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하며, 결국 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궁금한 사항이라 책을 놓기가 어려웠다.
  
우연히 월평도서관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재학시 심리학 과목을 배운 하혜숙 교수님 등이 번역한 책이라 흥미를 갖고 읽게 되었다. 더구나 부처님의 깨달음을 인용하고 있는 점에도 놀라움을 갖고 책을 읽게 되었다. 과학과 인문학 같은 다른 분야의 여러 가지 관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불교의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생각하는 뇌-의식과 자기 인식, 제2부 사회적 뇌-체계화와 내재화, 제3부 해리와 통합-심리치료에 대한 적응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리치료에 대한 책으로는 내용이 무척 어려운 책이라 추후에 다시 한번 더 읽어야할 것 같다.
 
제1부에서 저자는 심리치료자는 내담자의 폐쇄적이고 자기강화적인 논리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대안적인 관점과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한다고 말한다. 심리치료는 부적응적인 환상을 탐사하고 무의식을 의식으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는 뇌의 가소성이 있으므로 인식체계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침마다 백일기도를 드릴 때 참회문으로 읽는 구절이 생각났다. 화나고, 짜증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이 모든 것은 밖으로 살피면 상대가 잘 못해서 생긴 괴로움인 것 같지만, 안으로 살피면 ‘내가 옳다’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일어난 것이라는 의식적 자각의 왜곡이 생각난다. 저자는 의식적 자각의 왜곡은 인격상의 결함이 아니라 생존의 논리에 따라 프로그램된 진화과정의 부산물일 뿐이며, 이러한 왜곡은 우리가 위협에 직면했을 때에도 강인함과 적극성,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뇌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책 전반에 담고 있다.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했을 때 좀 더 나중에 진화된 대뇌피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말하며, 공포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어린아이였을 때 저자에게 할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조언을 소개한다. “너를 내동댕이친 말에 다시 올라타라!” 위협에 다가갔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편도체가 촉발하는 투쟁-도피반응(fight-flight response)이 억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심리치료 방법 중 홍수요법과 같은 방법으로 인지회로의 오류를 바로잡는 방법이다.
 
마음을 활용해 뇌를 바꾸기라는 제목의 제4장에서는 엄청난 과학의 진보를 이루고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도 스스로의 생각, 행동, 감정을 이해하거나 통제하는 데는 아주 서툴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생화학적 변화로 인해 우울증이 생기면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이던 삶이 오늘은 악몽이 되어 버린다. 달라진 것은 오직 세로토닌 수치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편집자가 지적한 것처럼 저자는 마음이 신경계의 작용이며, 뇌는 신경계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컴퓨터라고 전제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관점은 현대 분자생물학자나 뇌과학자들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무신론으로 치우칠 염려가 있으나 나도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한다.
 
제2부에서는 양육의 문제, 애착이론, 핵심수치심, 사회적 지위 도식 등을 다르고 있으며, 제3부에서는 주요 심리치료의 대상들인 불안과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을 다루고 있다.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뇌의 작용을 언급한 저자의 다음 이야기는 꼭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스트레스가 장기화되고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 상태로 유지되면, 뇌와 신체를 유지하고 생성하는 세 가지의 중요한 작용에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신진대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 합성이 억제됨에 따라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인 백혈구, B-세포, T-세포, 자연살생세포 등의 생산이 억제된다. 둘째, 뉴런과 수상돌기의 생성을 위해도 단백질 합성이 필요하므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뇌의 성장이 억제되고 학습능력이 저하된다. 셋째,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뇌의 신진대사 수준이 만성적으로 높아지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이로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지위 도시와 관련하여 리더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알파형 인간이라 하고 추종자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베타형 인간으로 정의한 후 세상에는 타고난 알파, 타고난 베타, 알파 추구형, 가짜 알파형이 있다고 한다. 타고난 알파는 생물학적으로 불안감을 덜 느끼고 탐험심이 강하며 신체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은 후 신속히 회복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한다. 타고난 베타는 생물학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안을 느끼고 타인의 의견을 따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알파 추구형은 개인적 성장을 위해 심리치료와 진로상담을 가장 많이 받는 형이라고 한다. 가짜 알파형은 겉으로는 알파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베타 때문에 갈등을 겪는 사람들로 경영자, 의사, 변호사, 정치인으로서 성공한 사람이 많지만, 집단에 해악을 끼치는 리더가 많다고 한다.
 
불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저자의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책의 내용을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불교는 삶에 유익한 여러 가지 교훈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는 고난(pain)과 고뇌(suffering)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고난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고뇌는 아직 닥쳐오지 않은 고난을 마음속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고뇌는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거나 가진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할 때 생기는 마음의 괴로움이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a product of the mind. 즉, 고난(pain)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숙명에 해당하는 고(duhke, 苦)를 의미하며, 고뇌(suffering)는 집착으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인 번뇌(klesa, 煩惱)를 의미한다.
 
저자는 부처님의 깨달음의 위대함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2천년 전에 붓다가 얻은 깨달음은 현대과학에 의해 재발견되고 있다. 고난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고뇌는 우리 마음의 사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生·老·病·死의 피할 수 없는 고(苦)와 인연법에 따라 행위에 의해 짓게 되는 업보를 만들지 않도록 수행 정진하여야 한다. 저자가 말했듯이 붓다의 가르침 중 일부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더욱 지혜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심리학이나 심리치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불교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조금 어려운 책이지만 심리학을 공부한 적이 있고, 근본 불교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많은 공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