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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이주영 옮김(2020),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은가』를 읽다.

아진돌 2021. 1. 31. 17:03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Jean Francois Marmion) 지음, 이주영 옮김(2020),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은가』, 서울 : ㈜시공사, 초판1쇄 2020.2.20., 초판2쇄 2020.3.10.

 

2021년 1월 30일에 지난 주부터 읽기 시작했던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Jean Francois Marmion)의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은가』를 읽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Jean Francois Marmion)이 2018년에 펴낸 『Psychologiew de La Connerie』를 번역한 책이다. 국방홍보원의 M-KISS의 북리뷰 시리즈에서 소개한 글을 읽고 읽기 시작하였다. 마침 대전광역시 월평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어서 읽게 되었다.

 

책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표지에는 '세계적인 학자 29인에게 우리 주변의 멍청이들에 대해 묻다'라는 말과 '세계를 위협하는 멍청함을 연구하다'라는 문구 등이 써있다. 책을 펼치면 머리말 대신 “경고의 글”이 실려 있다. 경고의 글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희망 따위는 전부 버려야 한다고 시작한다. 목차에서 보듯이 이 책은 마르미옹 지음이라기보다는 편저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미국과 프랑스의 심리학자 등 29인에게 부탁하거나 인터뷰를 한 내용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몇몇 전문가들이 직접 작성한 멍청이에 대한 다각적인 글들과 몇몇 학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경고의 글이라는 제목의 머리글에서 “멍청함은 졸졸 흐르느냐 세차게 흐르느냐처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든지 존재한다. 멍청함에는 국경도, 한계도 없다.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로 적당한 멍청함이 있는가 하면 고인 구정물처럼 진저리날 정도로 참기 힘든 멍청함도 있고,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지진이나 태풍, 해일처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멍청함도 있다. 그러나 종류와 관계없이 멍청함은 모든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도르티에(Dortier)는 멍청이를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을 나타낸다고 정의한 후 8가지 멍청이 종류를 제시하고 있다. ① 칠푼이 : 어느 기준점보다 떨어지는 멍청이, ② 수줍은 멍청이 : 자신의 안위만 중시하기에 이기적이고 돈에 혈안이 되어 있는 멍청이, ③ 나 빼고 다 멍청이 : 자신의 멍청함을 인정하기는커녕 오만한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단정하는 사람, ④ 인공지능 멍청이 : 바둑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알파고와 같이 컴퓨터는 멍텅구리, ⑤ 집단적인 멍청이 : 브레인스토밍의 거짓 미덕, ⑥ 어수룩한 멍청이 : 예수의 부활을 믿는 과학자와 같은 멍청이 ⑦ 지능이 떨어지는 멍청이, ⑧ 또라이 : 행동이 특이한 4차원 인간 등이다. 심리학자들은 멍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간혹 특수한 재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 마르미옹은 <인간, 크게 착각하다>라는 장에서 인간은 합리성이 있지만 그 합리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판단의 오류를 보여주는 예시들로 일반화의 오류, 기준점과 조정의 오류, 가용성의 오류, 손해에 대한 거부감, 틀짜기 효과, 확증편향, 사후 과잉 확증편향,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이기적 편향, 잘못된 인과 관계의 오류, 후광효과 등을 들고 있다.

 

장 코트르(Jean Cottraux)는 감정능력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사람 즉,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이 멍청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카펜터의 연구에 따르면, 자아도취 성향의 인간은 자기 자랑을 많이 하며 과장하고 남을 조종하려는 성격이 강해 인터넷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멍청한 사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UFO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확증편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며 1977년 9월 5일 외계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에 실어 발사한 이야기를 들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는 철학과 대부분이 철학을 하지 않고 철학의 역사만 가르친다. 철학가들은 철학의 역사를 방패 삼아 자신의 부족한 지식을 감춘다 등이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하다는 듯이 설명하는 사례도 두 학자가 말하고 있다. 피에르 세나르클망(Senarclens)은 다음과 같이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은근히 미국인들을 비웃는 듯한 말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거짓말, 자기 자랑, 비논리, 불량스러운 모습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많은 미국인이 예의 없고, 증오를 부추기고, 생각이 이분법적이며, 음모론과 인종 차별을 과감히 내보이고, 미국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트럼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이런 말을 대 놓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프랑스 학자들 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모두 인간이기에 멍청함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말과 멍청한 짓은 우리가 하는 행동과 말의 결과라는 말은 불교에서 말하는 까르마 즉, 업을 짓게 되는 마음, 말, 행동을 떠올리게 된다. 서양 학자라서 업을 짓는 요소 중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자신이 멍청하다는 것을 알면 멍청이가 아니다. 그런데 멍청이는 그야말로 바보 천치라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멍청하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다는 말을 마음에 새겨본다. 또한, 남을 비판하기 전에 내 생각부터 점검해 보고 나를 먼저 돌아보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