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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2015), 『베다 읽기』를 읽다.

아진돌 2021. 2. 9. 16:22

이정호(2015), 『《베다》 읽기』, 서울 : 세창미디어, 초판1쇄 2015.7.15. 초판2쇄 2015.12.5.

 

2021년 2월 9일에 이정호 박사가 지은 『《베다》 읽기』를 읽었다. 저자이신 이정호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시아언어 문화대학 인도어과 명예교수이시다. 불교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sutta-nipāta)』를 독송하다 보면 부처님께서 가끔 『베다』를 언급하시는 것을 읽으면서 『베다』가 궁금하여 구입한 책이다. 176쪽의 얇은 책이지만 인도어와 인도 문화를 전공하신 전문가가 지은 책이라 내용이 충실하고 내가 알고 싶었던 내용이 있어서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따르면, 베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이면서 힌두교의 근본 경전으로 인도 사상과 문학의 뿌리이며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도인들의 영원한 바이블로 인도의 고대 역사나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문헌이라고 한다. 인더스 문명 이후 인도로 이주 정착한 아리아인들의 신앙, 인생관과 우주관이 담겨 있는 것이 베다라고 한다.

 

제2장에는 베다를 기록한 산스크리트에 대한 설명이 기술되어 있다. 산스크리트는 인도-유럽어족 중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이며 그것의 문학(베다) 또한 가장 오래된 것임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 북쪽의 아리아어(산스크리트)는 학식 있는 상류 브라만 사회의 언어가 되었으며, 동부 지방의 구어(빨리)는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시골언어(방언)이었는데, 붓다와 자이나교의 마하비르가 자기들의 종교와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이 언어 즉, 빨리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제5장에 기술되어 있는 베다에 대한 설명을 여기에 옮기면 다음과 같다. 베다는 신들에 대한 찬가를 모은 책으로 처음에는 구전되어 오다가 후에 기록되었는데 이것은 인간에 의해 지어진 것이 아니고 하늘의 계시로 쓰인 것이라 하여 천계서(Sruti)라고 한다. 기원전 4-3세기 이전에 베다 연구의 보조학으로 음성학, 제사학, 문법학, 어원학, 운율학, 천문학 등의 학문이 성립되었다. 좁은 의미의 베다는 베다 본집인 『쌍히따(Samhita)』를 지칭하는데 여기에는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주르베다, 아타르바베다가 포함되고, 넓은 의미의 베다에는 『쌍히따』들과 브라흐마나, 아란야까, 우빠니샤드까지 들어간다. 베다 본집에는 신을 찬양하는 서정시적 송가 1028개가 수록되어 있는 『리그베다』, 제례를 주관하는 사제가 부르는 노래의 구절을 모은 『사마베다』, 공양, 제사, 희생을 위한 『야주르베다』가 있다. 사마베다와 야주르베다는 리그베다의 내용을 용도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최초의 우주적 인간 뿌루사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뿌루사는 자신의 몸을 희생시켜 우주를 만들어낸다. 그의 마음에서 달이, 눈에서 태양이, 입에서는 인드라와 아그니 신이 나오고, 그의 머리는 하늘, 발은 땅, 숨결은 바람이 된다. 그의 몸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서 입은 브라만이 되고, 팔은 크샤트리아, 넓적다리는 바이샤, 발은 수드라가 고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카스트 제도의 근본이다. 브라만은 각종 만뜨라를 암송하며 제사를 주관하는 사제가 되고, 크샤트리아는 국가와 사회를 지키는 전사나 군인의 임무를 맡고 바이샤는 주로 농업이나 상업활동을 한다. 수드라는 하층계급이다.

 

제8장은 우빠니샤드(Upanishad)에 대한 설명이다. 말로만 듣던 우빠니샤드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제8장의 주요 내용을 여기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원전 6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사제 이외의 사람들도 자유롭게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었다. 브라만의 제사 만능주의 경향을 거부하고 종교의 참된 가치를 찾으려는 운동의 결과가 우빠니샤드이다. 우빠니샤드가 ‘베다의 정수 또는 최고봉’이라는 의미이다. “스승 곁에 앉아 전수 받는 비밀스런 지혜”라는 뜻의 우빠니샤드 문헌의 수는 『이샤 우빠니샤드』, 『께나 우빠니샤드』 등 200여 개나 되는데, 이들의 저작 시기는 대략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 사이로 추정된다. 붓다 이전의 기원전 6세기 이전에 쓰인 우빠니샤드를 초기 베다 전통의 우빠니샤드로 공인 분류하고 이 숫자를 18개로 본다.

 

『무끄띠까 우빠니샤드』에 의하면 우빠니샤드의 수는 108개이며, 이들 우빠니샤드를 모두 읽으면 살아서 해탈을 얻는다고 한다. 우빠니샤드 사상은 모든 사물의 근원적인 힘으로서 우주의 본체인 범(梵, Brahman)을 상정하고, 그것은 또한 개인의 본체로서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형이상학적 실체인 아(我, Atman)와 하나로 보는 것으로 우빠니샤드에 나타나는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이라고 한다. 브라흐만(梵, Brahman)이라는 단어의 뜻은 ‘넓게 퍼져 어디든지 존재하는 것’으로 모든 세사의 동력이며 원천으로 전지전능하고 완전한 존재를 말한다. 아트만(我, Atman)은 ‘항시 일정하게 움직여 퍼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육신을 채우고 있는 기(氣) 또는 숨을 지칭하며,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가리킨다. 자신의 주관적 정체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 자연 등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음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다. 우빠니샤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기 자신인 아뜨만과 브라흐만이 동격이라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고, 그 깨달음의 주체가 아뜨만이라는 것이다.

 

제8장에는 불교 사상과 맥을 같이 하는 우빠니샤드 사상들이 소개되고 있다. 불교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참고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욕망의 끈이 남아 있는 한 계속 업(業, Karma)을 쌓고 윤회한다는 것이 우빠니샤드의 가르침이다. 스스로 어떤 행위를 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 역시 자신이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업(Karma)이고, 업에 얽매여 끝없이 반복하는 것을 윤회(Samsara)라고 한다. 반면에 이 업의 속박인 윤회를 끊고 영혼이 진실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해탈(Moksa)이라고 하는데. 인도의 모든 종교 사상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숫타니파타』에 기술되어 있는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사상적 배경에서 붓다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구나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에는 우빠니샤드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