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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책속의 한줄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를 읽다.

아진돌 2021. 3. 9. 08:03

로버트 아카렛(Robert Akeret(1995), 이길태 옮김(2020),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Tales from a traveling couch)』, 서울 : 탐나는 책, 초판1쇄 2020.7.13.

 

2020년 2월 28일에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Tales from a traveling couch)』를 읽었다. 이 책은 1995년에 발간된 『Tales from a traveling couch』를 최근에 번역한 책이다. 서문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심리치료를 하다 보면 아주 답답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이야기의 결말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도 이 점이 궁금해서 이 책을 알게 된 후 진잠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다. 대전의 공공도서관 중에서 세 곳의 도서관만이 소장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 거나 사람은 죽어야 변한다는 식으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직 부처님만이 수행 정진을 통해서 그동안 쌓아온 업장을 씻을 수 있다고 가르치신다. 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유전적 영향과 후천적 원인으로 굳어진 뉴론들 간의 연결회로들은 변화하기도 하고 새로 구성되기도 한다. 심리치료를 통해서 정신적 장애나 성격이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심리치료 책은 아니다. 원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 책 즉, 어찌 보면 소설과 같은 책이다. 심리치료에 관한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예전에 저자가 상담했던 내담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내담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바꾸도록 돕는 일을 내가 평생 했다고 하자. 내가 그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중략) 결말을 모르는 상황에서 치료가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은 가당치 않다.”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던 1995년경에 66살이라고 밝히며, “심리치료에서는 초대받지도 않았으면서 내담자의 삶에 불쑥 개입하지 않는 것이 절대 원칙이다. 그렇지만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기 때문에 그 원칙에 더 이상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5명의 내담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고, 에필로그에서 최종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다섯 명의 내담자 중에서 세 명은 치료를 받기 전의 몇 년 동안의 삶보다 치료를 받고난 후의 삶이 대체로 훨씬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더 나아진 것은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명은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처럼 이야기 한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느꼈던 기분보다 내가 그들은 수십 년 뒤에 만났을 때의 기분이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변화는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예전의 내담자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상담과정에서 있었던 상담내용을 소개하고 이삼십 년 뒤에 직접 만나서 나눈 대화를 소설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어서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상담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익으며 타인의 심리상태나 정신적 문제점들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아마도 상담의 관음적 특성 때문에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전에 이루어진 대화 내용이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화 내용을 엿듣는 것 같고 내담자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자신을 스페인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한 여자인 나오미, 북극곰을 사랑하여 곰과 성교를 원하는 남자인 찰스, 가학피학성애 공상에 시달리는 영화제작자 세스,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여자인 메리, 작품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작가 사샤 등 다섯 명의 내담자의 이야기를 통해 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최근에 만났을 때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의 나의 느낌은 사람들의 성격이 얼마나 변화하기 어려운가를 알았고, 성격 자체의 근본 특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심리치료 후의 결과에 대해 알게 해준 책으로 흥미 있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